천 개의 찬란한 태양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지붕 위에서 희미하게 반짝이는 달들을 셀 수도 없고
벽 뒤에 숨은 천 개의 찬란한 태양도 셀 수 없으리."
- 259쪽

'사이브에타브리지' 라는 시인이 17세기에 썼던 카불에 관한 시...
이처럼 아름다운, 천국에 이르는 길목이라는 카불...
그러나 이 책 <천 개의 찬란한 태양> 속의 카불은 그렇지 못하다.


할레드 호세이니의 <연을 쫓는 아이>에 이어 그의 작품을 두번 째 접하게 된다.
<연을 쫓는 아이>는 아프가니스탄의 비극을 피해 미국으로 이민온 사람들, 아프간 남성들의 이야기라 한다면,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은 아프가니스탄에서 그 비극을 살아온 아프간 여성들의 이야기라 할 수 있겠다.

전작 <연을 쫓는 아이>에서 큰 감동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터라 후작 <천 개의 찬란한 태양>에 대한 기대 역시 큰 터였다. 결과적으로 "역시!".


소설은 두 주인공 '마리암'과 '라일라'라는 아프간 여성들의 이야기다.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1부는 마리암의 이야기, 2부는 라일라의 이야기 , 3부는 그 두 여성의 이야기가 함께 이루어져 있다.

1부
마리암은 사생아로, 헤라트의 부유층인 '잘릴'과 가정부였던 어머니 '나나' 사이에 태어났다. 그녀는 잘릴과심지어 어머니 나나로 부터도 인정받지 못하며 헤라트 외곽의 외진 마을에서 외롭게 자란다. 그러나 아버지 잘릴은 주기적으로 마리암을 만나러 오며 일용품과 선물을 꾸준히 가져다 준다. 마리암과 잘릴의 부녀관계는 다정하며 마리암의 잘릴에 대한 신뢰는 매우 깊다.
그러나 마리암의 생일날 잘릴을 기다리던 마리암은 잘릴의 집에 예고없이 찾아가게 되고 집에 있었음에도 그녀를 들이지 않고 하룻밤을 길바닥에서 보내게 한 사실을 알게 된 마리암은 큰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마리암의 집에서 어머니 '나나'는 목숨을 끊게 되는데..
어머니의 죽음 이후 잘릴의 집에 살게 된 마리암은 그의 집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으며 원치 않은 결혼을 강요받아 가게 된다. 그녀의 남편은 카불에 거주하는 무려 20살 가량 나이도 많은 구두장이 재혼남 '라시드'이다. 그렇게 카불로 시집을 온 마리암의 삶은 어두워져만 가는데...

2부
라일라는 마리암이 시집을 온 카불의 같은 마을 이웃의 딸이다. 라일라의 두 오빠가 지하드(성전)에 참가한 후엄마는 우울증, 무기력증에 시달리는 듯하고 정상적인 일상을 살지 못한다. 하지만 라일라에게는 '타리트'라는 오빠와도 같은 친한 이성친구가 있다. 한쪽 다리는 의족을 한 타리트는 그녀 옆에서 늘 그녀를 지켜준다. 전쟁은 갈수록 심해져 카불을 떠나야 할 위기에 까지 이르고 '타리트'는 라일라에게 사랑을 고백하며 결혼하여 함께 떠날 것을 제의한다. 그러나 두 오빠를 잃은 엄마와 아빠에게 남은 것은 자신뿐임을 아는 라일라는 갈등끝에 거절하고 눈물의 이별을 한다. 그리고 며칠 후 전쟁으로 더이상 카불에 남아 살 수 없게 된 라일라의 가족은 떠나기로 하고 짐을 싸게 되는데 ... 커다란 폭발과 함께 부모님을 잃고 혼자 살아 남게 된 라일라...

3부
라일라를 구해 데려온 사람은 라시드와 마리암이었다.라시드는 평상시의 모습과 달리 라일라에게 친절을 베풀었으며 그 이면에는 다른 속셈이 있었다. 자신의 첩으로 삼으려 했던 것으로 , 자신을 떠난 '타리트'가 죽은줄로만 알게 된 라일라는 때마침 배속의 타리트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 라시드와 결혼을 하게 되는데...

라시드의 처인 마리암과 첩이 된 라일라 사이의 갈등.이후 라시드라는 공동의 적(?)에 대항하는 두 여인의 연대... 그 연대를 넘어선 우정과 사랑...


그녀들의 남편인 '라시드'는 아프간의 전근대적 남편상을 보여준다. 그녀들에게서 자유를 빼앗고, 폭행, 폭력을 일삼는다. 처음에 마리암과 라일라가 처와 첩으로 동거하며 갈등을 겪었으나 그도 오래지 않아 '라시드'가 공동의 악, 공동의 적이 되면서 두 여인의 신뢰와 우정, 애정은 나날이 깊어 간다.

태생부터가 환영받지 못하고, 또 결혼 후에는 아이를 갖지 못한 마리암은 라일라와 그녀의 자녀들을 통해 모성, 애정, 애착, 우정 등을 채워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하여 라일라를 위해 보여주는 그녀의 희생은 참으로 숭고하다.

"마리암은 소파에 누워 무릎 사이에 손을 넣고 눈발이 날리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나나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나나는 눈송이 하나하나가 이 세상 어딘가에서 고통 받고 있는 여자의 한숨이라고 했었다. 그 모든 한숨이 하늘로 올라가 구름이 되어 작은 눈송이로 나뉘어 아래에 있는 사람들 위로 소리 없이 내리는 거라고 했었다.
"그래서 눈은 우리 같은 여자들이 어떻게 고통 당하는지를 생각나게 해주는 거다. 우리에게 닥치는 모든 걸 우리는 소리 없이 견디잖니?" " -125쪽

"나는 여기에서 끝나. 더 이상 원하는 게 없어. 내가 어렸을 때 원했던 모든 걸 너는 이미 나한테 줬어. 너와 네 아이들이 나를 너무 행복하게 해줬어. 라일라, 괜찮아. 괜찮아. 슬퍼하지 마." -489쪽

"그녀는 쓸모없는 존재였고, 세상에 태어난 것만으로도 불쌍하고 유감스러운 일이었다. 그녀는 잡초였다. 그러나 그녀는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은 사람으로서 세상을 떠나고 있었다. 그녀는 친구이자 벗이자 보호자로서 세상을 떠나고 있었다. 어머니가 되어, 드디어 중요한 사람이 되어 이 세상을 떠나고 있었다. 마리암은 이렇게 죽는 것이 그리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리 나쁜 건 아니었다. " - 505쪽


1,2부에서 보여주는 이야기는 각각 별개의 이야기인 듯 그려지고 있다. 그러나 3부에서 그녀들이 라시드의 처와 첩으로 동거하게 됨으로써 삶이 겹쳐지고 연결되고, 마리암의 숭고한 희생 뒤 이후에 라일라가 마리암의 삶의 완결을 지어줌으로써 이야기의 결말 또한 찬란하게 아름답다.

절망적일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 끝내 그럼에도 희망을 보여주는 그녀들의 삶의 모습이 너무나 감동으로 다가왔다.

여기에는 두 주인공의 삶이 아프가니스탄의 비참한 근현대사와 국민들의 가혹하기 그지없는 삶 역시 그려져있기에 읽으며 무거워지는 마음 역시 들 수 밖에 없다.
소련의 침공, 내전과 뒤이은 탈레반 정권의 폭압, 그리고 미국과의 전쟁. 그 전란의 소용돌이... 지하드란 명목으로 젊은이들은 아까운 생을 버리게 되고, 탄환에 무자비하게 희생되어 가는 무도한 생명들, 살아남기 위해 떠난 이들은 파키스탄의 빈민촌에서의 비참한 삶들...

이뿐 아니라 소설에서는 아프간 여성들의 인권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한다.
여성이 외출시 가족과 남편외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신체를 드러내지 않도록 착용하는, 얼굴 전체를 다 가리는 부르카, 여성은 외출시 남성을 동반하지 않으면 안되고, 심지어는 남편의 폭력에 정당방위조차 인정되지 않는 곳. 도무지 아프가니스탄의 여성들에게는 행복이란 먼 이야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뉴스에서나 종종 접하던, 흔하게 접하지 못한 중앙 아시아의 역사와 그들의 삶이 생경하게도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소설은 그 역사적 배경보다는 그것을 밑에 깔고 두 여인들의 절망적인 삶과 그 가운데서의 우정과 사랑, 그리고 마지막에는 희망을 그려냄으로써 그 찬란한 태양빛을 발한 것은 아닌지 생각된다.

나 역시 여성이기에 더욱 마음의 울림이 있었던 아름다운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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