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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 브라더
케네스 오펠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사실 나는 원숭이, 침팬지, 오랑우탄류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이들을 데리고 동물원 구경을 가더라도 그쪽은 피해서 다닌다. 침팬지가 인간과 가장 비슷한 동물이라서 그럴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하는 행동들을 보면 인간도 짐승도 아닌 것이 인간 흉내를 내는 것 같아 섬찟한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이 책 <하프 브라더>는 열세 살 소년이 과학자 부모님의 프로젝트를 위해 데려온 아기 침팬지와 가족으로 함께 살아가는 과정에서 겪는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또 감동적으로 그려낸 성장소설이다.
주인공은 과학자 부모님을 둔 열세 살 소년 '벤' 이다.
열세 살 생일날 부모님이 프로젝트 실험을 위해 포대기에 싼 아기 침팬지 '잔'을 데려왔다. 그리고 잔에게 수화를 가르쳐 인간의 언어를 습득하고 사용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할 것이라고 한다.
벤은 잔을 진짜 남동생처럼 보살피고 수화를 가르치는 일을 하게 된다. 처음엔 약간의 거부감이 있었던 벤은 잔의 기저귀도 갈아주고, 이유식도 먹이고, 함께 장난치며 놀면서 어느새 진짜 동생처럼 느끼게 된다.
한편, 잔을 키우며 부모님의 실험을 위해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왔던 벤은 동갑내기 여학생 제니퍼에게 첫눈에 반하게 된다. 그래서 '제니퍼 관찰일지 프로젝트'라는 제목으로 노트를 만들어 제니퍼에 대해 관찰해 쓰고 그녀에게 호감을 얻으려 한다. 마치 '잔'에게 하는 것 처럼.
잔은 어느새 몇 십 개의 단어를 수화로 익혀 사용하게 되고 , 벤의 부모님은 연구의 프로젝트 예산을 따오기 위해 그 성과를 보이기 위한 자료 수집을 하면서 잔을 실험대상 동물로 보느냐 인간인 동생으로 대할 것이냐 사이에서 벤과 갈등이 생기게 되고 벤은 혼란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1년의 시간이 지나 벤의 아빠는 잔의 연구에 대한 실험의 성과를 확인하기 위해 언어학자를 데려와 관찰과 확인을 하고, 자신의 실험이 실패임을 알게 된다.
이제 연구 자금도 바닥을 드러낼 것이고 잔을 데리고 있기 힘들어진 벤의 가족은 '영장류 연구소'에 잔을 보내는 힘든 결정을 하게 되는데...
동생으로, 가족으로 함께 한 잔을 보내게 되고, 첫사랑 프로젝트는 위기에 닥치게 되고... 이제 벤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걸까? 벤은 잔을 정말 떠나 보낼 수 있을 것인가...
소설 속 아기 침팬지 '잔' 은 인간처럼 기저귀도 차고 옷도 입고 인형이나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이불을 덮고 잔다. 그리고 수화를 배워 벤과 대화를 나눌 때 사용한다. 그렇게 인간처럼 자라고 생활을 하다가도 거칠게 장난을 치거나 소리를 지르며 의사 표현을 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을 물기도 하는 등 동물의 본성을 그대로 드러내기도 한다. 점점 크면서 힘도 세어져 감당하기 힘들어지는 모습도 보인다.
정말 동물과 사람이 가족이 될 수 있을지 의문과 함께 점점 자라면서 동물적 본능을 더 많이 발현할 잔을 언제까지 데리고 있을 수 있을지 , 실험의 결과는 어떨지 흥미롭게 빠져들어 읽어나갈 수 있었다.
실제로도 이 소설은 1973년 미국 뉴욕에서 진행된, 영장류 연구 역사상 가장 유명한 언어 실험 연구로 꼽히는 '프로젝트 님(PROJECT NIM)'을 모티프로 삼았다고 한다.
소설 속에서도 실험과정에서의 시행착오들을 보여주고
동물의 권리문제와 거액의 연구비를 타내기 위한 연구소들의 불편한 현실 등을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보여주는 주인공 벤과 잔의 유대와 우정, 사랑은 눈물샘이 터지게 하기에 충분했다. 실험이 실패라며 거액의 연구비 지원이 중단될 것이라 잔을 연구소로 보내야 했을 때 아이를 보육원에 보내는 그 심정처럼 아렸고, 차마 잔을 아늑한 방이 아닌 냄새나고 지저분한 침팬지 우리 속에 두고 이별을 할 때는 눈물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그런 생이별을 하고 보낸 연구소에서 거액의 이익을 노리고 생체 실험을 하는 대상으로 잔을 팔아 넘기려는 계획을 알게 되었을 땐
인간이 동물을 대상으로 행하는 생채실험에 대한 잔혹성, 또 무엇을 위한 과학연구인지 생각해보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어른들의 목적을 위해 상처입은 잔과 벤의 다친 마음은 어찌 치유가 될 수 있을지,
또 책임과 의무라는 것을 한번 돌이켜보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이와는 별개로 벤이 전학 간 학교에서 적응하고 친구를 만들어내는 과정과 풋풋한 첫사랑 이야기들이 사춘기 소년의 성장 과정으로 흥미롭게 그려져 소설의 재미를 더했다.
그러나 이 소설의 백미는 단연 13세 소년 벤과 아기 침팬지 잔의 유대 ,우정, 사랑을 그 교감을 섬세하고 애정어리게 잘 표현한 것이다. 소설을 읽으며 나자신이 벤으로 들어가 몰입되어 그 감정에 흠뻑 취하게 되기도 했다.
이제 잔은 어떻게 될것인가 난제를 두고 쉽게 결정내리기 힘듦에도 이 소설의 결말은 사뭇 아름답다.
소설의 소재도, 내용 전개도 구성도 짜임새 있고 거기에 재미도 있고 감동스럽기까지 하다.
" 잔은 쳐다보기만 하고 한참 동안 손을 움직이지 않았다. 내가 지나친 요구를 한 것일까? 나는 감히, 잔이 그 단어를 내게 말해주길 바랐다. 어떻게 그걸 바랄 수 있을까? 우린 잔을 어미에게서 훔쳤다. 잔을 속였다. 잔을 이용해먹었다. 그리고 잔을 버렸다. 우린 잔에게 인간으로 살라고 가르쳤고, 그러다가 다시 침팬지로 살라며 내쳤다. 잔은 나를 증오해야 마땅했다.
잔의 손이 움직였다. 검지로 제 가슴팍을 콕 찍고, 가슴께에 두 손목을 교차한 후, 손으로 나를 가리켰다.
'난 너를 사랑해' 라는 뜻이었다. " - 479쪽
끝까지 책장을 놓을 수 없었던 아름다운 소설이었다.
오랜만애 별 다섯개가 매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