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사장 장만호
김옥숙 지음 / 새움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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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나는 하숙생이었다. 고등학교, 대학교를 집에서 멀리 떨어진 타도시에 있는 곳에 다니려다보니 그랬다.

1남3녀의 맏이인, 시끌벅적한  동생들 틈에 늘 있었던 내가 집을 떠나 생활한다는 것은 생각조차 해본적이 없었다. 아니 실감을 하지 못했다는 말이 더 맞을 것이다. 중학교때 공부를 곧 잘 했던 나는 이미 소위 공부 좀 한다는 아이들이 모인다는 타도시의 고등학교 진학을 기정 사실화 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고등학교 입학식날, 입학식만 보시고 엄마는 고향집으로 내려가시고 입학 첫날 부터 저녁 늦게 까지 정상 수업을 하고 돌아온 낯선 하숙집 , 내 방에서  나는 꺼이꺼이 울고 말았다.
늘 집에 돌아오면, 부엌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도마 위 칼질 소리와 찌개 냄새, 그리고 시끌벅적 동생들과의 식사 시간... 그런것이 너무 너무 그리워서였다.

그렇게 17세부터 시작된 타지 생활을 지금  20년 넘게 이어온 샘이다. 1년에 몇 번 고향집에 가서 엄마 밥을 먹는 정도에서 만족해야했다.


이 책 《식당사장 장만호》는 그런  이야기를 담은 책일 것 같았다.  내가 느끼는 '밥'의 이미지를 담고 있을...

소설 속 주인공 '장만호' 는 광안대교 위에서 몸을 던지려고 하는 찰나 경찰관에 의해 저지당하고 그 경찰관이 사주는 따뜻한 밥 한그릇에 '문득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며 , 과거의 이야기 회상으로 돌아가 이야기가 펼쳐진다.

중졸의 학력이 전부인 '장만호'는 13년을 공장에서 근무했고 노동운동 관련하여 6개월 실형을 살고 나온 후 공사장 막노동을 하고  퇴근길에 오토바이 교통사고를 당한다. 레미콘에 깔려 왼쪽 허벅지를 크게 다치고 그 보상금으로 받은 8천만 원으로 지인의 작고 허름한 돼지갈비집을 인수받아 식당운영을 하게 된다.

식당운영을 하는 과정에 경쟁 음식점과의 관계, IMF로 인한 매출 저하, 종업원 관리 등 몇몇 위기가 닥치기도 하지만 아이디어와 부부의 노력으로 슬기롭게 넘기며 대구, 부산 울산 등 몇개 도시에 돼지갈비식당 체인점 70여개를 열게 된다.

그러나 승승장구 하는 듯 했던 '장만호'는, 건강에 이상이 생기고, 동업한 옛 노동운동의 선배, 한때 장만호의 별이었던 '황동하'의 배신으로 모든 것을 다 잃고, 새로 시작한 오리 음식점 또한 실패하고, 급기야 아내와 이혼을 하게 되었다.

모든 것을 잃은 그는 광안대교에 올라섰으나 그를 저지한 경찰관이 사준 따뜻한 밥 한그릇과 스님이 된 옛 노동운동 활동가였던 '경우 형'과의 만남으로 다시금 삶의 의지를 다진다.
그리고 그는 느티나무 식당이라는 작은 식당을 열고
그곳에서 이혼한 부인과 재회를 한다.


소설은 식당사장 '장만호'의 이야기만을 담은 것은 아니다. 그 식당에서 밥을 먹고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장만호'의 부인인 '선경', 주방에서 일한 '윤씨 아줌마',' 비산동 아줌마', '정현수 아줌마', '침산 아줌마', 그리고 아르바이트생 윤석의 이야기까지... 그들의 인생 이야기가 양념처럼 간간히 섞여있다.
그 맛은 달기도, 쓰기도, 짜기도, 맵기도 하다.
어쩌면 그것은 우리 인생의 맛이기도 할 것이다.

식당으로 일하러 오는 여자들은 거의 남편이 실직을 하거나 건강이 좋지 못해 돈을 못버는 상태이거나 남편과 헤어진 상태, 즉 식당일은 가난한 여자가 택하는 돈벌이 수단이 된다.

여기 등장하는 '윤씨 아줌마'의 표현처럼 '여자는 빤스를 잘 벗어야한다'는 그 문제, 즉 어떤 남자를 만나느냐가 여자의 삶을 선택한다는 그것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장만호'의 부인 '선경' 역시 '아침밥' 에 집착하는 시어머니에게 들볶이며 살아야했고, 결국은 그 '밥'의 문제는 '장만호'와 그녀 사이의 거대한 유리벽이 되어 결국은 둘을 헤어지게 만든다.

"당신은 타인의 밥에만 관심이 있던 사람이었어. 어쩌면 타인의 밥상을 위해 식구들의 밥상을 뒤엎어버린 건지도 모르지. 우리들의 밥상은 이미 박살나버린 거야. 난, 안과 밖이, 내용과 형식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해. 식구들의 밥상에 둘러 앉아 식구들과 눈을 맞출 수 있는 사람만이 타인에게 따스한 밥을 차려줄 수 있는 거야."
- p.340

우리에게 '밥' 의 의미는 무엇일까?
내가 생각하는 '밥을 먹는다는 것'은 밥을 차려주는 사람의 '마음 한 그릇을 먹는다' 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유난히 밥에 대한 관심이 지대하다.
흔히들 하는 인사 말로도 ''식사하셨습니까?" , 반가운 이라도 만날라치면 " 언제 밥 한번 먹자"로 다음을 기약하고, 집에 손님이 오시면 으레 식사대접을 한다.
그 '밥'에 상대방을 반기는 마음과 사랑의 마음이 담긴 것이다.
그래서 밥을 짓는 일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인 것이다.

" 국을 떠먹고 반찬을 집어먹고 씹는 행위가 무슨 숭고한 의식을 치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저 콩나물이, 저 밥 한 톨이 사람의 몸속으로 들어가서 식구들의 밥을 벌어 먹일 노동이 되고 꿈과 희망이 되고 한 사람의 인생이 되는 것이다. 한 끼 밥이 어떤 사람에게는 기쁨과 감사가 되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한 그릇의 욕바가지가 되거나 미움이 될지도 모른다. 피와 살이 되고 눈물과 땀이 되는 저 한 끼의 밥은 사람들의 몸속에서 사랑이 되고 노래가 되고 말이 된다.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모든 것들은 한 끼 밥에서 나온다. " - p.49


이 책은 사실 기대보다 괜찮았다. 우리 이웃들의 소소한 따뜻한 이야기를 읽어 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읽은 책인데, 저자의 경험이 녹아 있어서 그런지
좀 더 살갑게, 가깝게 느껴져서 좋았다.

그리고 주부로서 늘 하는 일인지라 가끔은 귀찮을 때도 있곤 했던 '밥짓는 일'이 새삼스레 숭고하고 가치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성스레 차려주는 따뜻한 밥이 우리 가족들에게 내 사랑의 마음을 전하는 일이라 생각이 드니 불끈 의욕이 솟는다.
내일 아침 밥상은 좀 더 신경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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