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 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 1
박광수 엮음.그림 / 걷는나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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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까운 이웃의 삶을 재치있게, 재미나게, 그리고 감동을 실어 그리고 썼던 책  '광수생각', '참 서툰 사람들' 의 저자 박광수님..
그의 신간이다.

그런 그가 조금 더 철이 들었나보다.

어린시절 사고뭉치로, 학창시절에는 삐딱이로, 밥벌어 먹고 살 수 있을까 하던 그가 '광수생각'으로 꽤 유명인이 되고, 소위 말하는 성공가도를 달리다가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 벌려놓은 사업실패와 이혼 등을 겪으며 주위사람들이 자신의 곁을 떠남을 원망하기도 했다.

이제 그는  알았다. 사는게 원래 만만치 않음을...
세상은, 사람들은 그럴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는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빨리 가려고 하지 않으며 천천히 삶을 음미할 것이라 한다.

이 책에는 그가 힘든 시기를 지나면서 힘이 되어준 시들 중 100편을 골라 그의 그림과 함께 담은 것이다.

실패와 파란만장 삶을 지나며 그가 느낀 것은 모두들 혼자 이 세상을 살아가는 듯 하지만 사실은 서로 기대어 산다는 것, 서로 상처주고  상처받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에게 기댄다는 것이다.

외로움이 결국은 내 사람들을 돌아보게 한다.
내가 어찌했든 내 곁을 떠나지 않고 남아 있는 사람들 ... 그 사람들에게 ' 고맙다'는 말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책 속에 너무 많은 시들이 있어 여기저기 플래그를 붙여 놓았더니 그 중 골라 옮기기가 힘이 든다.
그래도 몇 편 옮기자면,


엄마가 휴가를 나온다면     - 정채봉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시간도 안된다면
단 5분
그래, 5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한 번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내어 불러보고
숨겨놓은 세상사 중
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


내가 무슨 일을 하든, 어떤 사람이든, 늘 나를 믿고 내 방패막이가 되어주는, 사는 동안 지금도 무지하게 속을 썩였을 그  이름 '엄마'!!
더 늦지않게  감사한다고 사랑한다고 말해야겠다.



    키             - 유안진

부끄럽게도
여태껏 나는
자신만을 위하여 울어 왔습니다

아직도
가장 아픈 속울음은
언제나 나 자신을 위하여
터져 나오니

얼마나 더 나이 먹어야
마음은 자라고
마음의 키가 얼마나 자라야
남의 몫도 울게 될까요

삶이 아파 설운 날에도
나 외엔 볼 수 없는 눈
삶이 기뻐 웃는 때에도
내 웃음소리만 들리는 귀
내 마음이 난장인 줄
미처 몰랐습니다
부끄럽고 부끄럽습니다



내 자신이 아직은 덜 성숙한 존재임을, 아직 주변을 둘러보지 못함을, 나 이외에 타인에 눈돌리지 못했음을 반성하게 하는 시였다.


살아남아 고뇌하는 이를 위하여 1    - 칼릴 지브란

술이야 언젠들 못 마시겠나.
취하지 않았다고 못 견딜 것도 없는데
술로 무너지려는 건 무슨 까닭인가.
미소 뒤에 감추어진 조소를 보았나.
가난할 수밖에 없는 분노 때문인가.
그러나 설령 그대가 아무리 부유해져도
하루엔 세 번의 식사만 허용될 뿐이네.
술인들 안 그런가,
가난한 시인과 마시든 부자든 야누스 같은
정치인이든 취하긴 마찬가지인데
살아남은 사람들은 술에도 계급을 만들지.

세상살이 누구에게 탓하지 말게.
바람처럼 허허롭게 가게나.
그대가 삶의 깊이를 말하려 하면
누가 인생을 아는 척하려 하면
나는 그저 웃는다네.
사람들은 누구나 비슷한 방법으로 살아가고
살아남은 사람들의 죄나 선행은 물론
밤마다 바꾸어 꾸는 꿈조차 누구나 비슷하다는 걸
바람도 이미 잘 알고 있다네.


100편의 시를 통해 사랑을 담고, 위안을 주고, 또 희망도 준다. 그리고 그것은 그의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이 녹아 있음이 느껴진다.

다만 아쉽다면 저자 본인의 이야기가 좀 더 많이 실렸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100편의 시가 주가 되는 책이지만 중간중간 들어간 저자 본인의 이야기가 많이 공감되고 또 궁금하기도 했다.

학창시절부터 백일장하면 늘 시보다는 산문을 썼던 나였는데, 사실은 짧은 단어에 함축된 많은 의미들을 읽어내고 해석하는 것들이 시를 읽는 것을 어렵게 했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겪어온 경험들에서 시어들을 해석해내기보다 그냥 마음으로 느끼고 공감하고 하는 법을 터득한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도 저자의 상황들과 나의 지난 일들을 떠올리며 조금은 공감하고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아 좋았다.

나도 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한 편 찾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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