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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그렇게 작아져간다 - 길고 느린 죽음의 여정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
이상운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2월
평점 :
잠시 눈을 감으면
그 순간은 지나가버려요
내 모든 꿈이 눈앞에서
지나가버려요
호기심도 바람 속의 티끌
모든 게 바람 속의 티끌이지요
똑같은 옛 노래요
영원의 바다에 떨어지는
작은 물방울 하나이지요
원하지 않아도 우리의 삶은
모두 흙으로 사라지고 말아요
집착하지 마세요
하늘과 땅 말고는
아무것도 영원하지 못해요
모두가 사라져버려요
전 재산을 다 내놓는다 해도
단 일 분도 사지 못해요
바람 속의 티끌이에요
우리는 바람 속의 티끌이에요
세상만사 바람 속의 티끌이에요
- 캔자스의 <더스트 인 더 윈드> , 본문 p.20 중
삶은 그런 것이다. 흘러가는 것...
이 책은 저자가 저자의 여든여덟 살의 아버지가 아흔두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전 병석에 계시는 동안 함께 하며 느끼고 생각하고 깨달은 바를 담은 것이다.
책의 내용은 인간의 노화와 죽음에 대한 사색과 간병과 관련하여 사회의 부족한 대처방법에 관한 성찰, 그리고 아버지의 죽음을 대면한 저자의 내면을 보여준다.
나에게 죽음은 아직은 공포의 대상이다. 아직은 젊기에, 그리고 미리 경험해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또 오로지 혼자 경험하고 감당해야 하는 일이기에 그럴 것이다.
그러나 연세가 지긋한 노년들에게도 그 공포는 같을 것이다. 온갖 삶의 여정을 지나온 그 분들에게 이 죽음이라는 것은 그야말로 그 여정의 마지막 일이니까.
우리는, 아니 나는, 너무 당연히, 그들이 본래 날때부터 노인이었던 것 처럼, 오로지 죽음을 위해 사는 사람들인 것 마냥 생각 해왔던 것 같다.
한편으론 '사람이 나고 죽는 것은 자연의 순리니까' 하고 죽음에 대한 사색을 속편히 보류해 두기도 했다.
하지만 그 죽음으로의 과정을 목전에서, 또 내 피붙이가, 또 마음을 나눈 지인이 겪는다면 본인에게 와닿는 정도는 사뭇 다를 것이다.
저자는 삼 년 반 동안 병든 아버지와 동행한 것을 '사그러져가는 육체의 추하고 고통스러운 모습이 내 속에 생생하게 자국을 남기는 체험' 이었다고 말했다.
"삶의 긴 여로에서 이제 마지막 단계에 들어선 아버지를 통해 드러난 죽음은 너무나 구체적이고 현실적이고 생생하고 직접적인 고통의 현장이다. 어떤 웅장한 사상으로도, 어떤 창의적인 관념으로도, 어떤 아름다운 문학적 표현으로도 그 슬프고 추한 몰락의 모습은 가려지지 않는다."
- p. 115
저자는 아버지를 병원도 요양원도 아닌 집에서 간병인을 고용해 도움을 받으며 모시는 방법을 택했다.
그 과정에서 간병에 관한 사회적 제도와 간병인의 지위, 또 장기요양보험이라는 제도의 허점 등을 언급한다.
그리고 바야흐로 백 세 시대에, 이 초고령 사회가 장차 어떠할 것인지, 또 어때야 하는지 사회적 차원의 성찰과 설계가 필요함을 얘기한다.
인간의 수명이 길어졌다는 것은 그만큼 노화와 죽음으로의 과정이 길어졌다고도 볼 수 있다. 그리보면 과히 반갑지 않은 시대이다.
생로병사는 인정하고 받아 들여야만 하는 자연의 섭리임이 분명하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마지막이 어떠하건, 죽음이라는 마지막 단계가 있기에 유한한 시간의 흐름을 살고 있는 지금의 삶들이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으리라.
저자의 책을 통해 노화와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계기를 가질 수 있었다.
또 나또한 10년 전 아버지를 병으로 떠나보냈던 터라 저자의 글들이 일정 부분 공감이 되고 그의 내면의 심리 상태가 어떠하리라 유추해 볼 수 있었다.
" 나는 어느 날 갑자기 아프기 시작해 급격히 허물어진 아버지로 인해 죽어가는 인간의 시간을 적나라하게 겪어보았다. 나는 죽어가는 한 인간과 밀착해 보살피고 관찰하고 성찰하면서 삶과 노화와 질병과 죽음, 그리고 그에 대처하는 우리의 현실에 대해 많은 객관적 배움과 마음의 가르침을 얻었다.
그 배움과 가르침은 늙고 병든 아버지, 즉 그 허물어져가는 정신과 육체가 나에게 많은 질문을 내놓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나는 그 질문들에 응답함으로써 답을 구하려고 애썼다. 모든 질문에 대답을 얻은 것은 아니지만 다른 곳에 있었더라면 전혀 불가능했을 많은 이해를 얻을 수 있었다." - p. 250
올해의 마지막 날에 리뷰를 쓰며, 새해라는 또 다른 희망의 시간의 시작을 기다리며, 내 삶의 그 종착이 어떠하든 나에게 주어지는 이 시간들이 참으로 감사한 선물임을 깨닫는 시간을 가졌음에 의미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