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도 엄마 딸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3
스즈키 루리카 지음, 이소담 옮김 / 놀(다산북스) / 201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소설집에는 엄마와 단둘이 지내는 초등학교 6학년생 소녀 '다나카 하나미'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5편의 연작 단편이 실려 있다.


주인공 소녀 '다나카 하나미'는 아빠의 존재에 대해 아는 바가 없고 엄마 역시 아무런 이야기도 없이 넘겨버리곤 한다. 그래서 그녀는 아빠가 범죄자로 지명수배범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길가다 경찰서 벽보판 지명수배범 사진을 유심히 보기도 한다.

다나카의 엄마는 가족도 남편도 없이 남자들도 힘들어하는 막노동을 척척해내며 가난하지만 유쾌하게 딸 다나카와 함께 살아간다.



5편의 연작 단편들은 주인공 소녀 주변의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이다.

이혼해서 재혼한 부모님은 둔 친구가 친아빠를 만나는 자리에 함께 하게 되어 둘만의 비밀을 공유하게 되고,

엄마가 재혼할 기회가 무산되자 자신이 있어서 그렇다며 절망을 하기도 하고,

친구와 놀이동산을 가기위해 자판기 거스름돈을 주워 모으다 같은 학교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두모녀는 침울하지 않고 늘 씩씩하다.

넉넉치 않은 형편에 두 모녀가 저렴한 식료품집이나 슈퍼마켓에서 반값 스티커가 붙은 식료품을 사고 돌아오는 길에 만난 딸의 친구 '신야', '신야'는 입시 스트레스로 극단적인 생각을 하며 다리 위에 서있었다.

모녀는 '신야'를 집으로 데려가 반값 스티커가 붙여진 여러 음식들을 펼쳐 놓고 '신야'의 사립중학교 입학을 축하해준다. 그리고 '신야'는 긍정의 기운을 얻고 다시금 살아갈 용기를 낸다.



"슬플 때는 배가 고프면 더 슬퍼져. 괴로워지지. 그럴 때는 밥을 먹어. 혹시 죽어버리고 싶을 만큼 슬픈 일이 생기면 일단 밥을 먹으렴. 한 끼를 먹었으면 그 한 끼만큼 살아. 또 배가 고파지면 또 한 끼를 먹고 그 한 끼만큼 사는 거야. 그렇게 어떻게든 견디면서 삶을 이어가는 거야." -266쪽, 「안녕, 다나카」



잔잔한 감동을 주는 예쁜 소설을 만나니 읽은 후 마음이 가볍고 기분이 좋다.

가난하고 녹록치 않은 환경에서 삶을 꾸려나가는 두 모녀이지만 언제나 여유롭고 밝으며 유쾌한 그들을 응원하게 된다.

일찍 철들어버린 주인공 소녀의 모습에 내 어린시절을 비추어보기도 하고 뜻밖에 코끝이 찡해지기도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소설집의 작가는 2003년생 만 15세의 소녀라고 한다. 초등학교 4, 5, 6학년때 3년에 걸쳐 일본 대표 출판사 쇼가쿠칸(小學館)에서 주최하는 '12세 문학상' 대상을 3년 연속 수상하며 '최연소 천재 작가'라고 불린다고 한다.

이 작품은 14세때 출간한 것이며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고 한다.


이 소설집에서 다루는 주제나 소재들, 그리고 10대의 눈높이에서 이야기하고 전하는 정서들이 참으로 수려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작품이 전반적으로 통통 튀는 느낌에 맑고 투명한 느낌마저 든다.

작가의 앞으로의 작품들도 기대가 된다.


작품에서 두모녀가 전하는 작은 희망의 씨앗이 이 책을 읽는 독자의 마음 속에서도 꽃피우고 열매 맺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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