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곰탕 1~2 세트 - 전2권 - 김영탁 장편소설
김영탁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오늘 아침 식사로 아이들이 먹고 간 음식은 외할머니표 곰탕(?)이다. 우리 아이들 특히 큰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 곰탕... 이게 내가 읽은 책 <곰탕>과 무슨 관련이 있으랴만은
처음 이 책에 대한 내 호감도가 제목 만으로도 꽤 좋았기에 어떤 내용을 담았는지 모르고 읽었다는 것 그것이다.^^

그런 아이들의 애정음식이라는 이유로 읽은 이 책이 조금 무섭기도 했지만 정말정말 재미있었다. 작가의 상상력과 글솜씨, 재치와 위트 등 다 좋았다.
이야기는 시간여행이 가능해진 미래인 2063년의 부산에서부터 시작된다.
몇 번의 쓰나미를 겪은 부산은 윗동네 아랫동네로 나뉘는 격심한 빈부격차가 있고 아랫동네에 사는 우환은 어릴적 고아원에서 자라 지금은 식당 주방 보조로 살아가고 있는 40대이다. 어느 날 식당 사장으로부터 시간여행을 통해 과거로 가서 곰탕 맛을 배워오고, 그 재료를 가져오면 식당을 하나 내어주겠다는 고액의 제의를 받게 된다. 이 여행은 목숨을 걸어야할 만큼 위험한 것이었으나 이렇게 사나 저렇게 사나 별다를 것 없었던 우환은 그 제의를 받아 들여 시간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리하여 2019년의 부산에 도착하게 된 우환...
그가 식당일을 배우러 들어간 '부산곰탕' 집에는 사장인 이종인, 그의 아들 이순희가 산다. 그리고 고등학생인 이순희의 학교에서 정체모를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그 사건을 파헤치는 형사들이 등장하게 된다. 그러나 이 사건은 시작에 불과했을 뿐, 미래에서 온 이는 우환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고 그 전에도 있었으며 이는 앞으로의 여러 사건들과 관련이 있음이 형사들의 추적으로 조금씩 드러나게 되는데...
우환은 임무를 마치고 다시 미래로 돌아갈 수 있을지...
그리고 부산곰탕집의 우환,종인,순희 이 셋의 관계가 이야기와도 어떤 관련이 있을지 갈수록 반전에 반전과 예상치 못한 이야기로 흘러간다.
(스포 우려로 소설 내용은 여기 정도로만)
처음 몇 장을 읽었을 때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곰탕 조리법을 배우기 위해, 또 그 재료들을 찾아가기 위해 과거로의 여행이라니 조금 유머러스한 소재가 아닌가 생각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게 뭔가...도착한 과거 이야기에 살인사건이... 그것도 책 두 권이 거의 끝날 때까지 사람들이 죽어나간다. 거기에 무기는 레이저, 범인은 순간이동을 하고, 뇌에 칩이식, 장기매매, 안면이식, 신분세탁, 테러 등... 헉... 결코 가볍지가 않은 이야기였다. SF적인 스릴러 소설이었던 것...
이런 자극적인 소재들이 소설에 주로 쓰였음에도 읽는내내 깔깔거리며 읽기도, 마지막에 먹먹함이 들기도 했던 것은 작가의 뛰어난 글솜씨 때문이었을 것이다. 문장의 호흡이 길지 않고, 화려한 수식없이 툭툭 내뱉는 듯한 인물들의 대사는 유머러스 하기도, 재치가 있기도 해서 신선했다. 때문에 작가가 누구인지 이력을 살피었더니 영화 [헬로우 고스트] [슬로우 비디오]로 따뜻한 영화를 만들었던 김영탁 감독이다. 그런데 이번엔 서늘한 스릴러 소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 소설은 정말이지 책에서 눈을 뗄 수가 없어 순식간에 책 두 권을 읽어 치우게 할 정도로 가독성과 몰입력이 대단한 소설이었다.
그리고 스릴러에 충실했던 그 이야기는 끝내는 먹먹함을 선사한다.

'그리움'이 불러 일으킨 사건들과 그 결과들...

작가가 이 소설을 쓰게 된 동기는 본인이 마흔을 앞둔 어느 날, 살아생전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곰탕을 먹으며 아버지가 살아 계시던 때로 돌아가 함께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문득하게 되어 '시간 여행'을 소재로 40여 일 동안 오로지 소설 쓰는 일에만 매달려 이 <곰탕> 이라는 작품을 완성하게 되었다고 한다.

"누구나 아는 것이 곰탕의 맛이지만, 그것이 단 하나의 맛은 아니듯" 작가의 표현처럼 우리 각각의 그리움의 이야기는 다 제각각일 것이다.
그 각각의 맛을 담아낸 <곰탕>은 어떤 맛일지...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이번에 끓여 봉지봉지 담아 얼려보내주신 친정엄마의 곰탕은 몇 주전 심장혈관 시술을 마치시고 퇴원하셔서 며칠 안에 만들어 보내어 주신 음식이었다. 그런데 그 맛도 다른 때와 사뭇 달랐던 것 같다. 나는 나중에 아주 나중에 떠오를 그 그리움을 미리부터 아이들에게 얹혀 그 곰탕을 먹였다.

"얘들아 ~ 있을 때 많이들 맛있게 먹어. 혹여나 할머니 건강 안좋아지시면 그 땐 이 맛있는 곰탕 구경하기도 힘들다~~" 라고.
그래서 이번 곰탕은 그 맛이 다르게 느껴지나보다.

다시 소설 얘기로 끝을 맺는다면
흥미롭고 다소 섬짓한 스릴러의 맛도, 반전의 맛도, 그리고 끝에는 진한 국물을 선사하는 이 '곰탕'의 맛은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꽤 잘 팔리는 음식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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