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를 떠나보내며 - 상자에 갇힌 책들에게 바치는 비가
알베르토 망겔 지음, 이종인 옮김 / 더난출판사 / 2018년 7월
평점 :
품절


'책의 세헤라자데' ,'도서관의 돈 후안' ,'우리 시대의 몽테뉴'...
이 책 <서재를 떠나보내며>의 작가 알베르토 망겔을 칭하는 수식어가 실로 어마어마하다.
현재 아르헨티나 국립 도서관장으로 재직중인 그는 명실공히 세계 최고 수준의 독서가이자 장서가로 평가받고 있다.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도 그 명성에 놀란 나머지 그의 서재에 대한 이야기나 서재를 떠나 보냈다는 것이 어떠한 이야기인지가 궁금했던 이유에서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사실 좀 어려운 책이었다.이 책에서 그가 어떤 내용들을 얘기하는지 어렴풋이 알듯하나 읽다 보면 어느샌가 책 속 미로에서 헤매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더구나 세계 최고 수준의 독서가 답게 그의 지식이 방대할 뿐만 아니라 글이 현학적이라서 그 수준을 따라가지 못한 독자라서 그런지 다소 어렵게 느껴졌다.
그렇지만 그가 얼마나 책을 사랑하는지 독서라는 행위를 중히 여기고 사랑하는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책의 제목 <서재를 떠나보내며>에 얽힌 사연은 이러하다.
저자는 15년 전 프랑스 시골 마을에 자신의 방대한 장서가 모두 들어갈 만큼 넓은 헛간이 딸린 집을 발견한 후 그곳에 정착했으나 2015년
뜻밖의 사건에 휘말려 15년 넘게 산 프랑스 시골집을 떠나 맨해튼의 침실 한 칸짜리 아파트로 이사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자신의 서재의 방대한 장서들을 가져갈 책, 몬트리올의 창고에 보관할 책, 버릴 책 등을 분류해 포장하는 즉, 서재를 해체하고 책들을 상자에 집어넣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 책은 그 과정에서 저자가 되돌아 보며 느낀 것, 사유와 단상을 담은 에세이다. 저자에게 서재가 어떤 의미인지, 책을 서가에 꽂거나 박스에 넣어 두고,창고에 처박아두는 일이 어떤 느낌인지,또 문학의 힘은 무엇인지 이 책은 저자의 사유를 담고 있다.

망겔은 스스로 자신이 앞으로 살 나이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얘기하며 이 책이 자신의 마지막 작품이 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그러니 이 책은 책에 대한 그의 깊은 사유와 통찰이 충분히 함축되어 있는 책이라고 볼 수 있겠다.

망겔은 정말이지 책이 영혼의 상처를 치유하고 서재가 그 자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기에 이 책에서 그가 보르헤스, 카프카, 셰익스피어, 플라톤, 장자 등 언급하며 아우르는 지적 방대함과 해박함은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그리고 그러한 언급으로 자신의 심정을 비유하는 부분은 위트가 있기도 하다.
예를 들면 저자가 서재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책을 포장 하며 느끼는 상실감과 분노는 복수를 다짐하는 리어 왕과 정체성을 빼앗겨버린 돈키호테, 리드 숙모를 용서한 제인 에어 등을 언급하며 자신의 감정 이입하는데 실로 위트가 있어 보인다.

또, 저자는 눈에 보이는, 실재하는 책의 단단한 그 형체, 크기, 질감을 원하는 사람이다. 그러기에 책의 소유욕도 어마어마한 그는 자신을 "믿으려면 먼저 만져봐야 한다"는 성경 속 도마 같은 사람이라고 이야기 하기도 한다. 그러기에 책을 상자에 넣어 창고에 처박아두는 일이 그에게는 생매장처럼 느껴졌고, 오랜시간 마음의 평정을 찾기가 힘들었던 것 같다.

"모든 서재는 일종의 자서전"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그야 말로 책이, 문학이 그의 인생이었고, 자신의 세계를 작도해주는 독서의 능력을 철저히 신봉하는 사람임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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