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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라크라시 - 4차 산업혁명 시대, 스스로 진화하는 자율경영 시스템
브라이언 J. 로버트슨 지음, 홍승현 옮김, 김도현 감수 / 흐름출판 / 2017년 5월
평점 :
품절
홀라크라시라는 경영기법을 보면 노자의 아나키즘과 매우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노자는
정치체제를 세 가기로 보는데 그 기준은 국가구성원, 국민의 의식수준에 따라 나눈다. 가장 낮은
단계가 독재다. 국민의 정치의식수준이 낮으면 독재자가 반드시 나타난다. 여기서 의식수준이
높아지면 민주정치를 할 때를 만난다. 한국이 지금 그 시기다. 여기서 더 높아지면 노자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노자식 아나키즘정치를 하게 된다.
홀라크라시는 대충 읽어보니까 노자식 아나키즘에 상당히 근접하는 사고를 하고 있다. 보스를 없애라!
이 말은 정말 보스가 없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보스의 역할이 무엇인지 새롭게 정의하는 말이다.
독재자와 민주주의 대통령은 보스로서 역할이 다를 것이다. 그러면 아나키즘 안에서 보스의
역할은? 노자는 성인(聖人)라는 보스의 역할에 대해 도덕경에서 많이 언급해 놓았다. 백성이 보스인
성인이 있는지조차 모를 정도가 되어야 진정한 무위정치라고 한다.
홀라크라시의 보스 역할과 비슷하다.
보스가 실제로 있느냐 없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보스가 회사에서 국가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가
중요하다. 성인의 리더쉽을 위해 필요한 것이 법이다. 법은 도가사상에서 중요하지 않은 것을 보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법이 있어야 무위정치가 가능하다. 그래서 전국말에 오면 도가사상과 법가사상이
통합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홀라크라시에서 중요한게 법, 규칙이다. 법을 통해 구성원이 맡을
책무의 범위를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 누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누가 어떤 결정을 내릴 권한이
있는지 등을 정하면 보스가 뒤에 개입을 필요가 없어진다. 보스의 일이 줄어든다. 이것이 노자의 무위,
무사(無事) 정치다.
무사는 일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북한사람의 ‘일 없슴니다’ 이 말의 뜻과 같다.
할 일이 없다는 것은 문젯거리가 없다는 뜻. 일거리를 만들지 말라. 일을 더 안 해도 될 만큼 회사경영이
잘 돌아간다는 말이다. 성인은 법을 정확하게 규정해 놓음으로써 그 사안에 대해 보스가 권력을
휘두를 필요도 직원들이 그 문제로 회의할 필요도 없는 상태로 만든다. 서로 책임 물을 일이 훨씬
줄어들 것이다.
노자가 국가의 크기를 작게 하고 백성의 수를 적게 만들라는 뜻은 실제 크기와 양을 말한 게 아니라
국가의 경영이 복잡해지지 않도록 법으로 명확하게 규정하고 불필요한 일거리를 만들지 말라는
메세시와 상통한다. 4대강사업 같은 문젯거리를 만들어놓으면 그 사업하는데 돈 들고, 나중에
그 골칫거리 처리하는데 또 돈과 에너지가 들어가니 처음부터 그런 짓거리 하지 않는 지혜를 써라,
무위해라 이런 의미다.
성인의 아나키즘이 성공하려면 직원들 간에 신뢰가 있어야 한다. 구성원들이 자신의 창의성을 감정적
심리적으로 편하게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을 창출해야 한다. 보스는 하위직원을 능력을 신뢰하여
직원 자신의 영역을 명확히 해주고 난 뒤에는 그 직원을 믿어야 한다. 그래야 그 직원이 자기 역할 안에서
책임을 질 뿐아니라 창의적으로 일처리를 할 수 있다.
홀라크라시는 민주주의 단계를 뛰어넘은 것으로 보인다. 민주주의 수준만 해도 독재체제보다는
획기적인데 이 책을 가만히 보면 민주주의도 넘어선 경영체제다. 한국처럼 보스가 독재하는 조폭식
경영체제가 아직도 흔한 사회에서는 이 홀라크라시가 대안이 될 수 있다. 경영의 효율화와 수지타산
면에서도 홀라크라시는 앞으로 지향해야 하는 경영조직이다. 또한 직원의 자유와 권한을 부여한다는
말은 조폭경영을 없애서 직원의 인권을 보장하고 복지를 확대한다는 면에서도 홀라크라시는 획기적 발상이다.
아직 이론으로 정립되지 않은 경영체제이지만 앞으로 많은 학자들의 이론적 뒷받침이 있다면 앞으로
이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처럼 조폭문화가 회사에 남아있는 나라에서는 더욱더 이 홀라크라시
도입이 절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