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이기는 게임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이소담 옮김 / 김영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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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이기는 게임》 |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어릴 때 등굣길이 심심하지 않도록 나는 나만의 규칙을 만들곤 했다. 책에 나온 것처럼 횡단보도의 흰 선만 밟고 건너기도 했고, 보도블록에서는 분홍색만 밟았다. 버스를 타면 맨 앞자리나 맨 뒷자리에 앉았고, 초등학교 안에 있던 동물상이라고 부르는 조형물이 있었는데 굳이 코끼리 엉덩이를 한 번 두드리고 지나갔다. 왜 그랬을까? 지금 생각해도 이유는 모르겠다. 아마 초등학생인 나는 그렇게 해야 하루가 제대로 시작되는 것 같았던 모양이다.

요시타케 신스케의 《날마다 이기는 게임》을 읽으며 그 시절의 규칙들이 떠올랐다. 그러다 책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이 세상의 못난 부분, 더러운 부분을 보지 않고서 언제까지 자랄 수 있을까. 그런 게임.” 이 문장에 한참 멈춰있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좋은 것만 골라 볼 수는 없고, 그렇다고 세상의 모든 못난 부분을 끌어안고 살아갈 수도 없다. 우리는 결국 그 사이에서 나름의 규칙을 만들어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서 말하는 ‘이긴다’는 누군가를 이기거나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한다는 뜻이 아니다. 마음에 상처를 준 사람을 완전히 용서하지 못하더라도 아무렇지 않게 지나칠 수 있으면 이기는 게임, 힘든 하루를 보내고 무사히 잠들면 이기는 게임처럼 내가 이겼다고 생각하면 그것으로 충분한 게임이다. 삶에는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도, 감정도 너무 많으니까.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의 게임도 세상을 바꾸지는 못했다. 그저 심심한 등굣길을 조금 재미있게 만들어주었을 뿐이다. 어쩌면 어른이 된 우리에게도 그런 게임이 필요한 게 아닐까? 삶의 무게를 당장 덜어낼 수는 없어도, 그 무게를 견디는 나만의 방법 하나쯤은 만들어볼 수 있으니까. 어린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다시 만나게 되는 시간을 친구들과 나누었다.

*위 도서는 김영사주니어로부터 제공받아 독서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김영사 #김영사주니어 #날마다이기는게임 #요시타케신스케 #독서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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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으로 옳다는 착각 - 누가 왜 가짜 과학을 만들고 퍼뜨리고 악용하는가
지바 사토시 지음, 김종현 옮김 / 부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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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으로 옳다는 착각》 | 지바 사토시 지음, 김종현 옮김

‘과학적으로 증명됐다’는 말을 들으면 나도 모르게 믿게 된다. 과학은 객관적인 근거와 검증을 바탕으로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터넷에서 건강이나 과학 관련 정보를 볼 때도 ‘전문가의 말’이나 ‘연구 결과’라는 설명이 붙으면 한 번 더 믿게 되는 편이다.

이 책을 읽으며 특히 과학과 정치가 생각보다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우생학이나 리센코 사건을 보면 과학적 주장이 정치와 권력의 필요에 따라 이용되고, 그 결과가 개인의 삶을 넘어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책을 읽은 뒤에는 저자가 어떤 연구를 해온 사람인지도 궁금해져 진화생물학자인 저자의 연구와 이전에 쓴 책들을 찾아보았다. 그러다 보니 과학적 옳음에 대한 착각을 경계하는 저자 역시 자신의 전공과 연구 경험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도 자신의 관점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책의 문제의식을 저자에게도,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적용해보게 된 것이다. 이 점이 개인적으로 꽤 흥미로웠다.

과학은 완성된 진리가 아니라 끊임없이 수정되는 과정이다. 지금까지 가장 타당한 근거를 받아들이되 그것을 절대적인 진리처럼 여기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을 믿을 것인가뿐 아니라 나는 왜 그것을 옳다고 생각하는가까지 돌아보게 한 책이다.

*위 도서는 부키로부터 제공받아 독서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부키 #과학적으로옳다는착각 #지바사토시 #과학 #교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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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길고 투쟁은 진행 중 - 운동 좀 하던 할머니들의 현재진행형 인생 이야기
변정정희 지음 / 현암사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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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사태, 서울의 봄, 5·18민주화운동, 부마민주항쟁. 그리고 전태일 열사의 이야기도 우리는 알고 있다. 이 사건들의 기록에서 철저히 배제됐던, 어디에나 있었으나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은 무수한 여성들 중 일곱 명의 이야기를 이 책은 담고 있다.

이 책은 익숙한 역사를 다시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그 역사를 살아낸 사람들의 삶을 보여준다. 대한민국의 산업화 시기에 컴퓨터, 방직, 가발 공장에서 노동조합을 만들고 부당한 대우에 맞서며 살아온 여성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생생하고 울림이 있다.

“부족한 것은 어렸을 때부터 큰 꿈을 품었던 숙연이 아니라 그 꿈을 함께 꾸지 못한 사회가 아니었을까?”

꿈을 이루지 못한 사람에게 왜 더 큰 꿈을 꾸지 않았느냐고 묻기 전에, 그 사람이 꿈을 꿀 수 있는 사회였는지를 먼저 생각하게 하는 문장이다. 당시 부산 여성 노동자의 90% 이상이 중학교 졸업 이하였고, 그중 절반은 국민학교 졸업 이하였다. 어린 나이에 학교 대신 공장으로 가야 했고 자신의 길을 스스로 선택하기 어려웠던 사람들에게 ‘꿈’이라는 말은 어떤 의미였을까.

“딸들이 사회에 나가서 부당한 일을 당하지 않기를, 부당한 일이 생기더라도 그것을 알아챌 수 있도록 공부하고, 또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환경이 되기를. 그걸 위해서 50여 년 전부터 연준은 쉬지 않고 미싱을 돌리고 공부하고 싸우는 중이다.”

여성들은 일하고 공부하고 싸웠다. 자신들의 딸과 손녀가 자신보다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면서. 이 책은 그렇게 이어져 온 운동과 연대, 투쟁과 꿈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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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도서는 현암사로부터 제공받아 독서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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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어야 진짜 공부다 - 4점짜리 꼴찌에서 아이비리그 학생이 되기까지
손동민 지음 / 비욘드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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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어야 진짜 공부다》 | 손동민 지음

수학 시험에서 4점을 받았던 학생이 컬럼비아대학교에 진학하기까지. 제목만 보면 ‘꼴찌에서 아이비리그까지’라는 성공담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이 책에서 더 흥미로운 것은 컬럼비아라는 결과보다 그곳에 도착하기까지 저자가 걸어온 길이다.

한국의 학생들은 대체로 정해진 시간표에 맞춰 살아간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에 가고, 대학을 졸업하면 취업한다. 잠시 쉬어가더라도 다음 도약을 위한 준비의 시간으로 여겨진다. 우리의 삶은 종종 목적지를 향해 달리는 고속도로처럼 흘러간다. 힘들면 졸음쉼터에 들를 수는 있어도 아예 다른 길로 빠지는 경우는 드물다.

초등학교 시절 따돌림을 겪고, 수학 4점이라는 열등감과 파일럿이라는 꿈의 좌절을 경험한 저자는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는 대신 배를 타고 세상으로 나간다. 66개국의 사람들을 만나고, 필리핀과 봉사선, 뉴욕 한식당의 주방을 거치며 7년을 보낸다. 그렇게 자신이 어디로 가고 싶은지를 다시 찾았고, 이후 자신에게 맞는 공부법을 찾아 컬럼비아대학교에 진학한다.

저자는 이 과정을 ‘아주심기’에 빗댄다. 작은 화분에서 자란 식물을 더 넓은 땅으로 옮겨 심듯, 익숙하고 안전한 환경을 벗어나 스스로 뿌리내리는 과정이다. 저자에게는 대학이라는 정해진 길에서 벗어나 배를 타고 세상으로 나간 일이 그 시작이었다.

하지만 컬럼비아대학교에 들어간 뒤에도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새로운 환경에서 다시 불안과 경쟁을 마주하고 적응해 나간다. 그래서 ‘공부는 지식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다’라는 말이 오래 남는다.

이 책이 더 빛나고 용감하게 느껴지는 것은 정해진 목적지를 향해 잠시 쉬어간 이야기가 아니라, 스스로 경로를 다시 설정한 사람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나에게도 지금의 경로가 유일한 답은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 도서는 비욘드날리지로부터 제공받아 독서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비욘드날리지 #길을잃어야진짜공부다 #손동민 #에세이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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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리치가 세상을 구한다는 헛소리, 그런데 우리는 왜 그들을 숭배하는가
달리아 나미앙 지음, 조민영 옮김 / 원더박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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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리치가 세상을 구한다는 헛소리, 그런데 우리는 왜 그들을 숭배하는가》 | 달리아 나미앙 지음, 조민영 옮김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저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었다. 뉴스에서 지나쳤을 법한 사건이나 다큐멘터리, 문학 작품, 철학자의 생각을 가져와 서로 다른 이야기들을 하나의 질문으로 연결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무엇을 보고 어떻게 생각해왔는지 따라가 보는 재미가 있다.

한국어 제목과는 달리 원서 제목은 “도발 사회”라고 한다. 이 제목은 로맹 가리의 《흰 개》에서 가져온 개념이다. 막대한 부와 사치가 눈앞에 전시되고, 그것을 누릴 수 없는 사람들조차 그 삶을 성공의 기준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사회를 말한다. 생각해보면 나 역시 부자를 바라보며 부러워하거나, 엄청난 부를 일군 사람이라면 그만큼 뛰어난 능력과 통찰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정말 돈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의 말에 더 큰 권위를 부여해도 되는 걸까. 책은 이 질문을 여러 사례를 통해 파고든다.

한국어판 서문에서 저자가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도 흥미로웠다. 한국은 짧은 시간에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뤄냈지만, 그 이면에는 높은 주거비와 낮은 사회적 이동성, 청년 고용 불안, 노인 빈곤 같은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부가 재벌 가문을 중심으로 강하게 집중되어 있다는 지적과 함께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을 이러한 집단적 불안과 경쟁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연결하는 부분도 눈에 들어왔다. 책의 이야기가 먼 나라의 슈퍼리치만을 향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책을 읽으며 ‘부자들은 왜 저럴까’보다 ‘나는 왜 그들을 그렇게 바라보고 있었을까’를 더 많이 생각하게 됐다.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가 가진 재산만큼이나 그의 판단과 주장에도 신뢰를 보내고, 막대한 부를 사회 문제의 해결책처럼 받아들이기도 한다. 하지만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권한이 왜 국가나 시민사회보다 개인의 재산에 따라 커져야 하는지는 다시 물어볼 필요가 있다.

책에서 저자가 인용하고 연결하는 한나 아렌트, 찰스 디킨스, 헨리 밀러를 비롯한 여러 사상가와 작가들의 이야기와 다큐멘터시들도 따로 찾아보고 싶어졌다. 책을 읽는 데서 끝나지 않고 또 다른 읽을거리로 이어지고 독자로 하여금 계속해서 사유하게 만든다.

슈퍼리치가 세상을 구할 수 있는가.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보다 먼저, 나는 왜 부를 능력과 성공의 증거처럼 생각해왔는지를 돌아보게 된다. 어쩌면 이 책은 슈퍼리치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부와 성공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에 대한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위 도서는 원더박스로부터 제공받아 독서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슈퍼리치가세상을구한다는헛소리그런데왜우리는그들을숭배하는가 #달리아나미앙 #원더박스 #도발사회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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