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슈퍼리치가 세상을 구한다는 헛소리, 그런데 우리는 왜 그들을 숭배하는가
달리아 나미앙 지음, 조민영 옮김 / 원더박스 / 2026년 8월
평점 :
《슈퍼리치가 세상을 구한다는 헛소리, 그런데 우리는 왜 그들을 숭배하는가》 | 달리아 나미앙 지음, 조민영 옮김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저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었다. 뉴스에서 지나쳤을 법한 사건이나 다큐멘터리, 문학 작품, 철학자의 생각을 가져와 서로 다른 이야기들을 하나의 질문으로 연결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무엇을 보고 어떻게 생각해왔는지 따라가 보는 재미가 있다.
한국어 제목과는 달리 원서 제목은 “도발 사회”라고 한다. 이 제목은 로맹 가리의 《흰 개》에서 가져온 개념이다. 막대한 부와 사치가 눈앞에 전시되고, 그것을 누릴 수 없는 사람들조차 그 삶을 성공의 기준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사회를 말한다. 생각해보면 나 역시 부자를 바라보며 부러워하거나, 엄청난 부를 일군 사람이라면 그만큼 뛰어난 능력과 통찰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정말 돈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의 말에 더 큰 권위를 부여해도 되는 걸까. 책은 이 질문을 여러 사례를 통해 파고든다.
한국어판 서문에서 저자가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도 흥미로웠다. 한국은 짧은 시간에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뤄냈지만, 그 이면에는 높은 주거비와 낮은 사회적 이동성, 청년 고용 불안, 노인 빈곤 같은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부가 재벌 가문을 중심으로 강하게 집중되어 있다는 지적과 함께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을 이러한 집단적 불안과 경쟁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연결하는 부분도 눈에 들어왔다. 책의 이야기가 먼 나라의 슈퍼리치만을 향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책을 읽으며 ‘부자들은 왜 저럴까’보다 ‘나는 왜 그들을 그렇게 바라보고 있었을까’를 더 많이 생각하게 됐다.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가 가진 재산만큼이나 그의 판단과 주장에도 신뢰를 보내고, 막대한 부를 사회 문제의 해결책처럼 받아들이기도 한다. 하지만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권한이 왜 국가나 시민사회보다 개인의 재산에 따라 커져야 하는지는 다시 물어볼 필요가 있다.
책에서 저자가 인용하고 연결하는 한나 아렌트, 찰스 디킨스, 헨리 밀러를 비롯한 여러 사상가와 작가들의 이야기와 다큐멘터시들도 따로 찾아보고 싶어졌다. 책을 읽는 데서 끝나지 않고 또 다른 읽을거리로 이어지고 독자로 하여금 계속해서 사유하게 만든다.
슈퍼리치가 세상을 구할 수 있는가.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보다 먼저, 나는 왜 부를 능력과 성공의 증거처럼 생각해왔는지를 돌아보게 된다. 어쩌면 이 책은 슈퍼리치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부와 성공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에 대한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위 도서는 원더박스로부터 제공받아 독서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슈퍼리치가세상을구한다는헛소리그런데왜우리는그들을숭배하는가 #달리아나미앙 #원더박스 #도발사회 #서평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