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생은 길고 투쟁은 진행 중 - 운동 좀 하던 할머니들의 현재진행형 인생 이야기
변정정희 지음 / 현암사 / 2026년 8월
평점 :
12·12 사태, 서울의 봄, 5·18민주화운동, 부마민주항쟁. 그리고 전태일 열사의 이야기도 우리는 알고 있다. 이 사건들의 기록에서 철저히 배제됐던, 어디에나 있었으나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은 무수한 여성들 중 일곱 명의 이야기를 이 책은 담고 있다.
이 책은 익숙한 역사를 다시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그 역사를 살아낸 사람들의 삶을 보여준다. 대한민국의 산업화 시기에 컴퓨터, 방직, 가발 공장에서 노동조합을 만들고 부당한 대우에 맞서며 살아온 여성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생생하고 울림이 있다.
“부족한 것은 어렸을 때부터 큰 꿈을 품었던 숙연이 아니라 그 꿈을 함께 꾸지 못한 사회가 아니었을까?”
꿈을 이루지 못한 사람에게 왜 더 큰 꿈을 꾸지 않았느냐고 묻기 전에, 그 사람이 꿈을 꿀 수 있는 사회였는지를 먼저 생각하게 하는 문장이다. 당시 부산 여성 노동자의 90% 이상이 중학교 졸업 이하였고, 그중 절반은 국민학교 졸업 이하였다. 어린 나이에 학교 대신 공장으로 가야 했고 자신의 길을 스스로 선택하기 어려웠던 사람들에게 ‘꿈’이라는 말은 어떤 의미였을까.
“딸들이 사회에 나가서 부당한 일을 당하지 않기를, 부당한 일이 생기더라도 그것을 알아챌 수 있도록 공부하고, 또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환경이 되기를. 그걸 위해서 50여 년 전부터 연준은 쉬지 않고 미싱을 돌리고 공부하고 싸우는 중이다.”
여성들은 일하고 공부하고 싸웠다. 자신들의 딸과 손녀가 자신보다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면서. 이 책은 그렇게 이어져 온 운동과 연대, 투쟁과 꿈의 기록이다.
*위 도서는 현암사로부터 제공받아 독서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