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시간이 멈추는 곳으로 가겠습니다 - 세상 끝에서 당신에게 건네는 서른네 번의 위로
유철상 지음 / 상상출판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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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시간이 멈추는 곳으로 가겠습니다》 | 유철상

여행수필을 읽을 때면 이상하게 가보지 않은 곳에서도 향수를 느낀다. 직접 경험한 풍경은 아닌데 책을 읽으며 그곳을 상상하다 보면 언젠가 다녀온 곳처럼 익숙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여행수필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다.

《잠시 시간이 멈추는 곳으로 가겠습니다》를 읽으며 가본 곳에서는 기억을 꺼내보고, 낯선 곳에서는 책 속 풍경을 따라가며 마음껏 상상했다. 특히 가보고 싶었던 장소가 나오면 따로 사진을 찍어 저장해두었다. 언젠가 실제로 그곳에 가게 된다면 책에서 보았던 장면이 먼저 떠오를 것 같았다.

풍경만 구경하는 여행이었다면 이렇게 오래 머물지는 못했을 것 같다. 저자는 여러 장소에서 만난 사람과 그곳에 켜켜이 쌓인 시간의 흔적까지 함께 바라본다. 덕분에 익숙한 여행지도 조금 다르게 보였고, 내가 아직 알지 못하는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도 새삼 실감했다.

여행은 꼭 직접 떠나야만 시작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누군가의 여행을 따라가며 기억을 꺼내고, 새로운 장소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잠시 다른 세계에 머물 수 있으니까. 책장을 덮고 나니 사진으로 저장해둔 장소들을 언젠가 하나씩 직접 만나보고 싶어졌다.

*본 리뷰는 상상출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여행 #에세이 #책추천 #잠시시간이멈추는곳으로가겠습니다 #유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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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국 찬, 한식의 탄생
홍대선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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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국 찬, 한식의 탄생》 | 홍대선

한국은 유독 ‘밥’이 들어간 말이 많다. 밥벌이, 밥값, 밥줄, 밥심처럼 밥은 단순한 음식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밥·빵·면 중 하나를 고르라면 나 역시 주저 없이 쌀밥을 고르는 사람이라, 나보다 더 밥에 진심인 홍대선 작가님의 이야기를 즐겁게 읽었다.

책은 외국인이 한국의 식사 문화에서 느끼는 혼란을 유쾌하게 풀어내며 시작한다. 이후 유목 생활과 농경 생활, 한반도의 기후와 환경을 살펴보며 밥·국·찬으로 이루어진 한식이 어떻게 자리 잡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한다.

특히 쌀농사가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는 사실이 새로웠다. 척박한 환경과 추운 겨울을 견디며 쌀을 길러내기까지 사람들의 오랜 노력과 지혜가 있었다. 사할린에서도 열심히 농사를 지어 오히려 러시아 사람들에게 농사법을 알려주었다는 내용을 읽으니 괜히 가슴이 벅차올랐다. 당연하게 먹어온 밥 한 공기에도 살아남기 위한 고민과 역사가 담겨 있다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다.

나는 게으른 1인 가구라 밥·국·찬을 살뜰하게 챙겨 먹지는 못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누군가의 집에 손님으로 초대받으면 정성껏 차린 밥상을 받을 수 있었다. 그 환대의 기억에 기대어 더욱 즐겁게 읽은 책이다. 매일 먹는 익숙한 한 끼가 어디에서 왔는지 따라가다 보니, 음식의 역사뿐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도 돌아보게 됐다.

*본 리뷰는 메디치미디어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메디치미디어 #밥국찬한식의탄생 #한식 #홍대선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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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와 사회 - 미래를 읽는 8개의 렌즈
김치훈 지음 / 긱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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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와 사회: 미래를 읽는 8개의 렌즈》 | 김치훈

기술의 발전 과정을 따라가는 것에서 시작해 《멋진 신세계》부터 《아바타》까지, 소설과 영화, 다큐멘터리를 넘나드는 구성이 무척 흥미로웠다. 고전 영화 《달나라 여행》부터 《플랜 75》, 《팟 제너레이션》, 《아바타: 불과 재》 같은 최신 콘텐츠까지 등장하니 SF의 역사를 한 권으로 훑어보는 기분도 들었다. 저자가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를 폭넓게 다루고 있다는 것뿐 아니라, 각각의 작품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해 바라보는 시선이 특히 좋았다.

책의 시작에서 “SF는 오랫동안 인류가 마주할 질문들을 한발 앞서 던져 온 사유의 장르였다”는 문장이 오래 남았다. 생각해보면 SF는 기계가 인간의 자리를 대신할 때 우리는 어떤 존재가 되는지, 기후가 무너진 지구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아이가 사라진 사회에서 가족과 공동체를 어떻게 다시 정의해야 하는지를 오래전부터 이야기해왔다. 이 책에서는 여기에 저출산과 고령화, 인구절벽에 대한 고민까지 더해진다. 지금 우리가 현실의 문제로 마주하고 있는 것들이 이미 SF에서는 오래전부터 상상되고 질문되어 왔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그래서 평소에는 그저 재미있게 보았던 작품들도 이 책을 통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작품 하나를 보고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그 작품이 만들어진 시대와 사회, 그 안에 담긴 인간의 불안과 욕망까지 바라보게 한다. 반대로 아직 보지 못했던 작품들은 직접 찾아보고 싶어졌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SF에 대한 지식을 늘려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SF를 바라보는 시선 자체를 넓혀준다는 점이다. 기술과 사회, 인간의 관계를 오랫동안 고민해온 저자이기에 가능한 통찰도 느껴졌다. 미래를 이야기하는 수많은 작품을 따라갔지만 책을 덮고 나니 결국 생각하게 되는 것은 미래가 아니라 지금 우리는 어떤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는가였다. SF가 미래를 예측하는 장르가 아니라 현재를 비추는 렌즈라는 것을 제대로 느끼게 해준 책이다.

*본 리뷰는 출판사 긱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서 작성했습니다.

#긱 #SF와사회 #김치훈 #도서출판긱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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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의 아이들
알렉산더 와인스타인 지음, 임현정 옮김 / 에이유앤씨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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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의 아이들》 | 알렉산더 와인스타인

영화 《애프터 양》을 인상 깊게 보고 원작이 궁금해서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다. 《신세계의 아이들》은 〈양과의 작별〉을 포함한 13편의 단편집이다.

13편의 이야기는 인공지능과 가상현실, 기억의 조작, 새로운 형태의 가족과 출산, 기후위기와 자본과 권력까지 서로 다른 미래를 보여준다. 소재는 달라도 결국 비슷한 질문으로 돌아온다. 기술이 우리의 삶을 바꾸고 인간의 모습까지 달라진다면, 그래도 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

이미 폐경한 여성이 기술의 힘으로 아이를 낳거나 클론의 형태로 자식을 생산하는 것이 당연해서 입양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세계가 등장하고, 현실의 벽에 부딪혀 가상세계에서 자신을 유지하는 사람들도 만난다. 설정은 낯설고 때로는 과감하지만 그 안에서 사랑하고 상실하고 외로워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정말 이런 미래가 올까?’ 상상하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를 돌아보게 됐다.

특히 좋았던 건 미래를 그리는 방식이다. 거창한 기술 자체보다 그 기술이 사람들의 관계와 일상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보여준다. 결국 이 책이 궁금해하는 건 기술이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느냐보다, 기술이 달라진 세상에서도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인가에 가까운 것 같다. 13편을 모두 읽고 나니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읽었다기보다 지금의 인간과 관계에 대해 생각해본 기분이 들었다.

스크린이 발견한 텍스트, 영화의 원작을 국내에 소개해주는 출판사 AUNC 덕분에 영화 한 편에서 시작된 관심이 책으로 이어졌다. 대중적으로 크게 알려진 영화의 원작도 아닌 작품을 국내에 소개해준다는 것이 독자로서는 참 고마운 일이다. 이런 책을 만날 수 있게 해주는 출간이 계속되려면 결국 독자인 나도 관심을 가지고 찾아 읽고, 책을 소비하는 것으로 응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 리뷰는 찬란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찬란 #신세계의아이들 #애프터양원작단편소설수록 #애프터양 #알렉산더와인스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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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생각하기를 포기한 자는 가장 완벽한 노예가 된다 ㅣ 시대철학 3
그리고리 예피모비치 라스푸틴 지음 / 비원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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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생각하기를 포기한 자는 가장 완벽한 노예가 된다》 | 그리고리 예피모비치 라스푸틴

라스푸틴이라는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잘 몰랐다. 이번 책을 통해 러시아 황실과 가까워지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은 라스푸틴의 생애를 자세히 들여다보기보다 그가 어떻게 사람들의 불안과 욕망을 파고들어 권력을 얻고, 사람들의 판단을 자신에게 기대게 만들었는지를 보여준다.

읽다 보니 오히려 라스푸틴이라는 인물 자체가 더 궁금해졌다. 어떻게 한 사람이 황실까지 파고들 수 있었는지, 실제로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내가 알고 있는 라스푸틴의 모습 가운데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궁금해 책을 덮은 뒤 따로 찾아보기도 했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권력이 한 사람의 힘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불안할수록 누군가가 확신에 찬 답을 내놓기를 바라게 되고, 그 답에 의지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의 판단까지 맡기게 된다. 그렇게 스스로 생각하는 일을 포기하는 순간, 누군가는 그 틈을 이용해 더 큰 권력을 갖게 된다.

라스푸틴은 아주 특별한 시대의 인물이지만 책이 던지는 질문은 지금도 낯설지 않다. 나는 지금 누구의 판단에 기대고 있는가. 믿는 것과 생각을 포기하는 것은 어디에서 갈라지는가. 결국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놓지 않는 것이야말로 내가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자유가 아닐까 싶다.

*본 리뷰는 책읽는 쥬리님의 서평단으로 참여해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책읽는쥬리 #라스푸틴 #스스로생각하기를포기한자는가장완벽한노예가된다 #서평단 #책읽는쥬리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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