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하나, 양 둘 ㅣ 알맹이 그림책 82
곽수진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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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하나, 양 둘》 | 곽수진 지음

어른이 된 지금도 밤에 잠이 오지 않을 때가 있다. 책 속 주인공처럼 무서운 영화를 보거나 세상 흉흉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그렇지만, 대개는 출근을 앞둔 일요일 밤이다. 주말이 끝나는 게 아쉬워서인지 쉽게 잠들지 못한다. 앞으로 일어나기까지 몇 시간이나 남았는지, 중간중간 휴대폰으로 시계를 확인하다 보면 마음만 조급해진다. 그럴 때면 나도 양을 한 마리, 두 마리 세어 본다.

어릴 때는 어땠더라. 잠 못 드는 밤의 기억을 떠올리며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양을 세기 시작했더니 정말 양들이 한가득 밀려온다는 설정이 재미있다. 비바람을 피해 찾아온 동물들이 하룻밤만 재워 달라고 부탁하고, 아이는 이들을 하나씩 방으로 들인다. 혼자 잠들기 무서웠던 아이가 자신을 찾아온 동물들에게 기꺼이 자리를 내어 주는 모습도 사랑스럽다.

잠들기 위해 양을 세던 밤이 어느새 여러 동물과 함께하는 밤으로 바뀐다. 잠이 오지 않는 밤에도 누군가와 함께라면 조금은 덜 외롭지 않을까. 어릴 때 배운 양 세기를 지금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재미있게 느껴지는 그림책이다.

*본 리뷰는 바람의아이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독서 후 작성한 글입니다.

#바람의아이들 #양하나양둘 #곽수진 #그림책 #어린이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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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녀
우샤오러 지음, 정세경 옮김 / 빈페이지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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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녀》 | 우샤오러 지음

《우리에게는 비밀이 없다》를 읽고 우샤오러의 매력에 빠졌다. 이야기에 몰입하게 하는 힘은 물론, 사회적 문제를 탄탄한 서사 속에 녹여내는 솜씨가 인상적이었다. 《그 소녀》 역시 한 소녀의 죽음을 중심으로 교육과 부모의 기대, 학생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고민에 대해 깊이 있게 그려낸다.

책의 첫머리에 실린 니체의 문장이 인상적이다. 스스로를 태울 준비가 되어 있어야 새로운 존재가 될 수 있다는 말. 제자의 죽음을 이해하려는 교사 우이광은 자신의 열일곱 살 시절을 돌아본다. 어머니의 기대에 부응하고 사랑받기 위해 애썼던 소녀는 어른이 되어서도 과거의 기억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살아남았다는 것과 지난 시간을 온전히 극복했다는 것은 다른 일이었다.

부모는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지만, 그 마음이 언제나 같은 의미로 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사랑과 관심이라는 이름의 말과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서로를 위한다는 마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이 되면 잊고 지내기 쉬운 사춘기의 고민을 돌아보며, 그 시절을 지나왔다는 이유로 누군가의 아픔을 가볍게 여기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하게 된다. 외면해 온 과거를 마주하는 일은 고통스럽지만, 어쩌면 그 시간을 통과해야 비로소 자신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건 아닐까.

비극이 일어난 뒤에야 이유를 찾기보다 그전에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 우샤오러는 이번에도 묵직한 사회적 문제를 흡입력 있는 이야기로 풀어내며,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일과 자신을 돌아보는 일에 대해 오래 생각하게 한다.

*본 리뷰는 빈페이지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독서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빈페이비 #그소녀 #우샤오러 #대만소설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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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도 꽃도 필요 없다
아사쿠라 가스미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도서출판)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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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도 꽃도 필요 없다》 | 아사쿠라 가스미

코로나라는 배경이 불과 몇 년 전의 일임에도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다섯 편의 단편은 서로 다른 인물의 삶을 따라가며, 나아지지 않는 현실 속에서도 하루를 이어가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가장 공감하며 읽은 작품은 첫 번째 단편 「레이와의 마른 참억새」였다. 여성 1인 가구인 주인공이 일용직으로 일하며 생활비를 계산하고, 나이 든 자신이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모습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 회사를 정년까지 다닌다고 해도 노후가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그 이후에는 무엇으로 살아가야 할까. 주인공의 고민에 내 현실을 겹쳐 보았다. 평소 고독사에도 관심과 염려가 많았기에,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고 죽음을 맞이하려는 설정 역시 흥미롭게 다가왔다.

「도토루에서」는 오랜 친구에게 품어온 이름 붙이기 어려운 마음을, 「이미 충분해, 정말로」는 불확실한 미래 속에서도 서로의 온기를 나누는 젊은 연인을 그린다. 「비상용 휴대 자루」의 후미는 집안 형편 때문에 진학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서 스스로 앞날을 결정하고, 「모두 꿈속」의 리쓰카는 이혼의 상처를 안은 채 아이를 키우며 살아간다.

행복한지는 확신할 수 없어도 어떻게든 살아온 날들이 있고, 앞으로도 살아가야 한다. 주인공이 잠들기 위해 되뇌던 “어떻게든 되겠지. 지금까지도 어떻게든 해왔잖아”라는 말이 내게도 필요한 주문처럼 느껴졌다. 정년 이후의 삶을 걱정하고 노년과 죽음을 생각하면서도, 결국 오늘의 생활을 이어가는 나 역시 어떻게든 살아가고 있으니까.

*본 리뷰는 열림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열림원 #관도꽃도필요없다 #아사쿠라가스미 #일본소설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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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 말, 일희일비 야구의 맛 - 라젤의 레시피로 차려낸 그라운드 식탁
남아라(라젤) 지음 / 브로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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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 말, 일희일비 야구의 맛》 | 남아라(라젤) 지음

나는 야구에 대해 학생 때 체육 시간에 배운 정도밖에 알지 못한다. 오히려 야구 경기 자체보다 각자의 구단을 열정적으로 응원하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선수를 따라가거나 잘하는 팀을 고르는 게 아니라, 응원하는 팀은 마치 해리 포터에서 기숙사를 배정받는 것처럼 불가항력적인 무언가로 보인다.

정확히 말하면 나는 야구 팬들의 팬이다. 야구는 잘 모르지만 야구 밈은 열심히 찾아 보고 있다. 두산과 LG를 응원하는 친구들이 서로의 팀을 두고 열을 올릴 때 야식을 먹으며 구경하던 나에게 누군가 “잠실의 주인은 누구?!”라고 외친 적이 있다. 내가 “……롯데?”라고 대답하자 친구들은 야구를 몰라도 이렇게 모를 수 있느냐며 혀를 내둘렀다. 지금 생각해도 꽤 웃긴 일화다. 잠실의 주인을 묻는 질문에 부산을 연고로 하는 롯데를 외쳤으니 말이다. 그런 내가 친구들의 야구 이야기에 조금이나마 끼어 보고 싶어 이 책을 펼쳤다.

《9회 말, 일희일비 야구의 맛》은 LG 트윈스를 향한 저자의 감상과 음식 이야기가 어우러진다. 야구 경기의 감정을 음식과 연결한다는 점이 독특했는데, 특히 뵈프 부르기뇽이 등장하는 대목은 예상 외의 음식이 나와서 기억에 남는다. 경기의 승패뿐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저자의 감상과 일상까지 함께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었다.

책을 따라 LG 트윈스의 여정을 함께하다 보니 팬들이 왜 그토록 자기 팀에 진심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한 팀을 응원한다는 건 경기 결과에 따라 울고 웃는 일인 동시에, 그동안 쌓아 온 시간과 감정을 함께하는 일이 아닐까. 책 뒤편에 정리된 야구 용어들도 생소한 단어가 많았던 나에게 유용했다.

여전히 야구 규칙을 전부 알지는 못하지만, 좋아하는 팀을 향한 마음이 얼마나 특별한지는 조금 알게 되었다. 앞으로도 나는 그라운드 위의 경기만큼이나 그라운드 밖에서 열정을 쏟는 야구 팬들을 즐겁게 구경하는 팬으로 남을 것 같다.

*본 리뷰는 브로북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브로북스 #9회말일희일비야구의맛 #남아라 #라젤 #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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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고전 명문장 핸드북 - 好雨知时节 좋은 비는 때를 안다
심희연 지음 / 길벗이지톡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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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고전 명문장 핸드북》 | 심희연

좋은 문장을 모아놓은 책은 많지만, 이 책은 중국 고전의 문장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핸드북이라는 이름처럼 크기가 작아 휴대하기 좋고, 마음에 드는 문장을 찾아 틈틈이 읽기에도 부담이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생각 없이 마음에 드는 챕터부터 펼쳐볼 수 있는 책이다.

특히 좋았던 건 우리말로 문장의 뜻을 이해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국에서 사용하는 간체자로 원문을 접할 수 있고, 표지 안쪽의 QR 코드를 통해 음성으로도 들을 수 있다. 문장을 눈으로 읽고 의미를 이해하는 것과 원문을 직접 보고 소리로 듣는 것은 또 다른 경험이라 새로웠다. 중국어를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학습 자료가 되고, 그렇지 않은 독자에게도 중국 고전을 새로운 방식으로 만나는 기회가 된다.

《논어》, 《장자》, 《도덕경》, 《시경》 등에서 가려 뽑은 200개의 문장을 지키기, 직시하기, 비우기, 균형잡기, 살아내기라는 다섯 가지 주제로 나눈 구성도 인상적이다. 무엇을 지키고 내려놓을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살아갈지에 관한 질문은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수천 년 전에 쓰인 문장을 오늘도 읽는 이유는 어쩌면 우리가 여전히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살아가기 때문일 것이다. 시대와 언어는 달라졌어도 삶을 대하는 태도와 마음에 관한 질문은 계속 이어진다. 이 책은 그 질문들을 어렵고 무거운 설명 대신 짧은 문장으로 만날 수 있게 해준다.

오래된 문장을 오늘의 삶에 비추어 보고 싶을 때, 또 마음에 남는 문장을 하나씩 곁에 두고 싶을 때 펼쳐보기 좋은 책이다.

*본 리뷰는 길벗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독서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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