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버리기 ㅣ 자이언트 픽 3
배명은.범유진.이사구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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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버리기》 | 배명은, 범유진, 이사구 지음

회사에 다닌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견뎌내는 일이다. 원하던 일을 하지 못할 수도 있고, 부당한 평가를 받을 수도 있으며,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책임이 갑자기 주어질 수도 있다. 열심히 했는데도 일이 풀리지 않을 때, 남들보다 뒤처진 것 같을 때, 그만두고 싶지만 그만둘 수는 없을 때. 《너를 버리기》는 바로 그런 순간들을 지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책에는 세 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불길한 기운이 감도는 회사에서 벌어지는 기묘한 이야기, 사람에게까지 등급을 매기려는 사회를 그린 이야기, 그리고 직장생활과 창작 사이에서 흔들리는 한 사람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등장인물들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반복해서 실패를 경험하고, 상처를 받고, 자신의 한계를 절감하면서도 다시 일어서야 하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망해가는 회사에 취직하면서도 다시 지원서를 내고, 출신과 환경으로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는 세상 속에서도 더 나은 삶을 꿈꾸고, 감당하기 어려운 책임 앞에서 무너질 것 같으면서도 자리를 지키려 한다. 직장인인 나에게 소설 속 인물들은 전혀 낯설지 않다.

작품들이 사회의 불평등과 노동의 현실을 정면으로 바라본다는 점도 기억에 남는다. 우리는 종종 한 사람으로 평가받기보다 부모의 직업과 경제력, 학력과 배경으로 먼저 평가받는다. 누군가는 태어날 때부터 높은 등급에 속하고, 누군가는 그곳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사람에게도 등급이 있다"는 말은 비현실적인 설정 속 대사임에도 이상하리만큼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직장인의 고단함도 생생하게 담겨 있다. 책임은 늘 능력보다 먼저 주어지고, 부족하다는 생각은 쉽게 사람을 무너뜨린다. 회의실에서 비교당하고, 떠난 동료의 빈자리를 떠안고, 오늘도 사직서를 쓰고 싶은 마음을 삼키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남 같지 않다.

소설을 마친 뒤 이어지는 작가의 말도 인상 깊었다. 배명은 작가가 말했듯 "나쁜 날이 있다면 반드시 좋은 날도 오는 법"이라는 믿음이 작품 곳곳에 스며 있다. 인물들은 계속 실패하고 흔들리지만 완전히 주저앉지는 않는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며 다시 일어나고, 언젠가 찾아올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한다. 험난한 파도를 탄 서퍼가 다음 파도를 기다리듯이.

책을 덮고 나니 제목인 《너를 버리기》의 '너'가 마치 나처럼 느껴졌다. 사회가 정해 놓은 기준 속에서 끊임없이 비교당하며 살아온 자기 자신, 혹은 더 이상 붙잡고 있을 수 없는 과거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거나,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소설집 속 인물들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위 도서는 자이언트북스로부터 제공받아 독서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앤솔러지소설집 #배명은 #범유진 #이사구 #너를버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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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의 질문
슛뚜.히조 지음 / 상상출판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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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의 질문》 | 슛뚜, 히조 지음

좋은 질문은 답을 얻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더 오래 생각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N의 질문》은 슛뚜와 히조가 서로에게 질문을 건네고 답하며 써 내려간 문답이자 편지다. 취향과 사랑, 우정과 죽음, 기록과 삶에 대한 생각들이 오가지만,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두 사람의 관계였다.

나는 주변에 책을 좋아하는 친구가 많지 않다. 책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독서 모임에 자주 나가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 어떤 문장에 밑줄을 긋는지 이야기하다 보면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된다. 나는 가까운 사이일수록 오히려 솔직하게 말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서로의 밑바닥까지 보여줄 정도로 가까우면서도, 여전히 책과 글쓰기를 통해 대화하는 두 사람의 관계는 무척 신기하고 부러웠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문장이다. 누군가의 숨소리에서 슬픔을 듣고, 입꼬리에서 엉뚱함을 발견하며, 단어 하나에 담긴 감정까지 읽어내는 시선은 다정하면서도 섬세하다. 아름다운 문장을 읽을 때마다 감탄과 함께 작은 질투도 느낀다. 나도 언젠가 이런 문장을 쓸 수 있을까. 한 번 읽고 덮기에는 아쉬운 책이다.

책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무엇을 사랑하는지, 무엇을 기록하는지,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작가들의 문답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의 대답은 무엇인지도 고민하게 된다. 두 사람이 주고받는 문장들 속에서, 질문에 대한 답보다 질문을 함께 붙들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읽는 사람과 쓰는 사람, 그리고 서로의 문장을 기꺼이 읽어 주는 사람. 《N의 질문》은 그런 관계를 가진 이들에게는 공감을, 아직 그런 사람을 만나지 못한 이들에게는 작은 부러움을 남기는 책이었다.

*위 도서는 상상출판으로부터 제공받아 독서하며 작성하는 서평입니다.

#N의질문 #에세이 #책추천 #책스타그램 #상상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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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X 한국사 - 혐오를 멈추고 시대를 읽는 현대사 수업
김재원 지음 / 날리지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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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대X 한국사》 | 김재원 지음

"당신의 그 아픈 시대가, 결국 나의 시대였습니다."

10년 단위로 사람들을 구분하는 세대론은 과연 얼마나 유효할까. 저자는 "같은 1990년대에 태어났더라도 강남 아파트를 증여받을 준비가 된 청년과 학자금 대출에 허덕이는 청년이 동일한 세계관을 공유할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 나 역시 책을 읽으며 세대를 나누는 기준이 출생연도만으로 설명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이 책은 세대론을 무너뜨리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익숙하게 소비하는 세대 갈등의 프레임을 먼저 보여준 뒤, 각 세대가 어떤 시대를 통과하며 지금의 모습이 되었는지를 한국 현대사와 함께 설명한다. 새마을운동, 민주화 운동, IMF, IT 혁명, 촛불집회, 코로나19까지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세대별 특징은 타고난 성향이 아니라, 각자가 통과한 시대가 남긴 흔적으로 읽힌다.

세대를 구분하는 기준을 단순한 나이나 출생연도가 아니라 경험에서 찾는 접근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고작 3-4살 차이인데도 학생인권조례를 경험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다. 또 몇 년 차이로 세월호 이후의 수학여행과 소풍을 경험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갈린다. 팬데믹으로 현장에서 경험하는 대학 생활을 잃어버린 사람도 존재한다. 결국 우리를 만든 것은 세대라는 이름보다 각자가 지나온 시간에 가까웠다.

보통 책을 읽을 때면 제목이 뜻하는 바를 곱씹게 된다. 책을 읽기 전에는 제목의 X를 미지수라고 생각했다. 세대 간의 간극과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이유를 뜻하는 기호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장을 덮고 나니 X는 미지수보다 교차점(cross)이자 곱하기 기호에 가까워 보였다. 저자가 말하듯 우리는 모두 서로 다른 중력장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다. 같은 시대를 살았더라도 누구는 성장의 과실을 누렸고, 누구는 생존을 위해 버텨야 했다. 그렇게 각자의 시대와 환경, 경험이 서로 교차하고 곱해지며 하나의 삶이 만들어진다.

"단 한 세대도 쉬웠던 적이 없었고, 단 한 세대도 억울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결국 《세대X 한국사》의 X는 누군가를 하나의 세대로 규정하는 기호가 아니라, 서로 다른 중력장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비로소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지점을 가리키는 것은 아닐까.

*위 도서는 비욘드날리지로부터 제공받아 독서 후 작성한 주관적인 감상이 담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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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소니아 나무는 왜 새를 죽일까? - 식물학 ㅣ 질문하는 과학 15
이영숙.최배영 지음, 나오미양 그림 / 나무를심는사람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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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소니아 나무는 왜 새를 죽일까?》| 이영숙, 최배영 글, 나오미양 그림

법적으로 어른이 되면 청소년기에 익혔어야 할 지식들도 함께 머릿속에 업로드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나이를 먹는다고 저절로 아는 것이 늘어나지는 않는다. 스스로 배우고 익히지 않으면 어제의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채 살아가게 된다.

돌이켜보면 청소년기에 읽었어야 할 책들을 많이 놓쳤다. 그때 나의 모든 관심은 문학에 있었고, 과학 서적을 읽는다는 것은 공부의 연장선처럼 느껴졌다. 그 시기에 쌓았어야 할 지식의 빈틈을 성인이 된 후에야 발견했다. 배우기에 늦은 때는 없지만, 뒤늦게 채우려니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알파벳을 모르고 문장을 쓸 수 없듯, 기초 지식 없이 난도가 높은 식물학 서적을 읽기는 쉽지 않다. 이번에 읽은 나무를심는사람들의 《피소니아 나무는 왜 새를 죽일까?》는 그런 빈틈을 메워 나갈 수 있는, 쉽고 잘 읽히는 책이다.

움직일 수 없는 식물들이 어떻게 5억 년 이상의 긴 시간 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이 책은 그들이 만들어 낸 다양한 생존 전략과 공생, 경쟁, 유전, 기후위기 이야기를 40개의 질문으로 풀어낸 식물 교양서다.

식물을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느끼고, 경쟁하고, 의사소통하고, 협력하며 안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는 환경에도 적응하는 능동적인 생명체로 바라본다. 특히 식물학을 단순한 생물 지식이 아니라 생태계와 인간의 미래를 이해하는 학문으로 소개한다는 점에서 최근에 읽은 《자연의 상상력》과 결이 비슷하다고 느껴졌다.

마치 아이의 탄생부터 성장을 이야기하듯 씨앗에서 출발해 식물의 성장과 생존 전략을 차근차근 보여준다. 식물들끼리 햇빛과 영양분을 두고 경쟁하기도 하고, 곰팡이와 공생하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기도 한다. 제목이 된 피소니아 나무 역시 인상적이었다. 끈적한 씨앗을 새의 몸에 붙여 멀리 퍼뜨리는 과정에서 때로는 새가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인간의 시선으로는 잔혹하게 느껴지지만, 식물에게는 살아남기 위한 전략일 뿐이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식물을 지나치게 낭만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종종 식물을 평화롭고 수동적인 존재로 생각하지만, 이 책 속 식물들은 치열하게 경쟁하고 끊임없이 환경에 적응한다. 그렇게 식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자 거리의 가로수와 화분 속 식물도 이전과는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기획된 책답게 설명은 쉽고 친절하지만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과학 교양서를 오랜만에 읽는 성인이나, 식물에 대해 기초부터 차근차근 알아가고 싶은 사람에게 좋은 입문서가 되어 줄 것이다.

*위 도서는 나무를 심는 사람들로부터 제공받아 독서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피소니아나무는왜새를죽일까 #나무를심는사람들 #청소년과학책 #청소년추천도서 #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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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 : 기념 ㅣ 림LIM 젊은 작가 소설집 7
고수경 외 지음, 조연정 해설 / 열림원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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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참 이상한 관계다. 친구는 멀어질 수 있고 연인은 헤어질 수 있지만, 가족은 그렇지 못하다. 아무리 미워도 완전히 끊어 내기 어렵고, 거리를 두어도 다시 생각나곤 한다. 《림: 기념》은 바로 그 애매하고 복잡한 감정을 여섯 편의 소설로 보여 준다.

🔖
“이가 맞지 않는 톱니처럼 속으로는 미워하고 겉으로는 마음을 주며”

예상했던 것과 달리 책에 실린 가족들은 따뜻하고 화목한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상처를 주고받고, 때로는 외면한다. 하지만 완전히 등을 돌리지는 않는다. 누군가는 혈연이 아닌 방식으로 아이를 돌보고, 누군가는 떠난 사람을 그리워하며, 누군가는 가족에게 물려받을지도 모르는 것을 두려워한다. 작품마다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결국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는 닮아 있다.

특히 좋았던 점은 가족을 하나의 형태로 정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혈연으로 묶인 관계뿐 아니라 서로를 돌보고, 그리워하고, 미워하고, 책임지는 마음까지도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함께 바라본다. 그래서 읽는 동안 '가족'이라는 단어가 생각보다 훨씬 넓은 의미를 품고 있다는 사실을 자꾸 떠올리게 되었다.

《림: 기념》은 가족을 미화하지 않는다. 원망과 애정, 연민과 책임감이 뒤섞인 관계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 준다. 여섯 편의 소설은 서로 다른 사건과 인물들을 그리고 있지만, 한 번쯤 지나왔을 감정들을 건드린다는 점에서 묘하게 연결되어 있다. 책을 덮고 나니 내가 끝내 놓지 못하고 있는 관계들, 그리고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있는 사람들을 하나씩 떠올리게 되었다.

*위 도서는 열림원, 웹진림으로부터 제공받아 독서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열림원 #웹진림 #webzinelim #기념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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