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가 있어서 지구를 여행해요 - 나비부터 고래까지, 이주하며 살아가는 동물들의 놀라운 비밀
사라 포스터.올리비아 포스터 지음, 테리 포 그림, 조은영 옮김 / 원더박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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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가 있어서 지구를 여행해요》 | 사라 포스터, 올리비아 포스터 지음, 테리 포 그림, 조은영 옮김

나는 TV 보는 것을 진짜 좋아한다. 보통은 본가에 짧게 다녀오지만 명절처럼 길게 있을 때는 KBS에서 하는 동물 다큐멘터리 n부작을 주로 챙겨 본다. 그곳이 사막이든, 초원이든, 바다든 쉽게 접하지 못하는 동물들의 세계는 신비해서 많이 봤음에도 계속 보고 싶다.

이 책은 동물들의 이주를 다룬다. 보통 특정 지역에 사는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봤다면 이 책은 ‘이주’를 중심으로 이주가 무엇인지, 어떻게 이동하는지, 길은 어떻게 찾는지 등을 그림과 함께 친절하게 설명해 둔다. 넓은 판형과 생생한 색감은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한데, 아이들과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인 만큼 뒷부분에 용어를 정리해 둔 점도 인상적이다.

‘우리도 동물들의 이주를 도울 수 있을까?’라는 마지막 장에서는 이 책을 읽는 독자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국의 집고양이들은 산책을 하는 경우가 드물긴 하지만, 작은 동물들(새, 개구리 등)을 사냥하지 않도록 반려동물을 잘 지켜봐 달라는 당부가 특히 귀여웠다.

동물 다큐멘터리를 볼 때마다 신기했던 장면들이 이 책을 통해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졌다. 왜 떠나는지, 어디로 가는지, 어떻게 길을 찾는지 알게 되니 동물들의 움직임이 더욱 경이롭게 느껴진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넓고, 그 넓은 세상을 누비며 살아가는 존재들은 생각보다 훨씬 많다. 다음에 다큐멘터리에서 철새 떼나 바다를 건너는 동물을 보게 된다면,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이야기를 발견하게 될 것 같다.

*위 도서는 원더박스로부터 제공받아 독서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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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책
후안 비요로 지음, 보탬 옮김 / 열림원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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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책》 | 후안 비요로 지음

부모의 별거로 힘든 시간을 보내던 소년 후안은 여름방학 동안 삼촌 띠또의 집에서 지내게 된다. 그런데 그 집은 평범한 집이 아니다. 책이 가득 쌓인 거대한 도서관 같은 공간이다. 후안은 그곳에서 스스로 숨어 다니고 독자를 선택한다는 신비한 존재, ‘야생의 책’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 책을 찾기 시작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별 기대 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이상하게 지금의 내 상황과 꼭 맞는 이야기를 만나는 순간 말이다. 《야생의 책》은 그런 경험을 떠올리게 하는 소설이다. 작품 속 책들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다. 어떤 책은 좀처럼 발견되지 않고, 어떤 책은 예상하지 못한 순간 눈앞에 나타난다.

특히 "책은 독자를 선택한다"는 발상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보통 책을 읽는 사람의 선택에 집중하지만, 이 소설은 반대로 책과 독자의 만남에도 때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예전에는 별 감흥 없이 읽었던 책이 몇 년 뒤에는 깊은 위로가 되기도 하고, 누군가의 추천보다 우연히 집어 든 책이 더 오래 기억에 남기도 한다. 책이 독자를 선택한다는 말은 결국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책이 있다는 뜻처럼 느껴졌다.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경험과 겹쳐 생각해 볼 만한 부분이다.

이 책은 신비한 책을 찾는 모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한 소년의 성장 이야기이기도 하다. 후안은 야생의 책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자신이 겪고 있는 상처를 조금씩 받아들이게 된다. 부모의 이별이라는 현실적인 고민이 이야기의 중심에 있어 판타지적인 설정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야생의 책》은 책을 읽는 즐거움을 느끼는 순간을 다시 떠올리게 해준다. 독서는 단순히 이야기를 따라가는 일이 아니라 어떤 책과 만나고, 그 책을 통해 지금의 나를 돌아보는 과정이 아닐까. 나에게도 비슷한 역할을 했던 책들이 떠올린다. 언젠가 우연히 만났지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은 책들에 대해 기억을 떠올려 본다.

*위 도서는 열림원으로부터 제공받아 독서 후 작성된 서평입니다.

#야생의책 #후안비요로 #열림원 #소설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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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알려주는 세상
아카세가와 겐페이 지음, 서하나 옮김 / 검정프레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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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알려주는 세상》 | 아카세가와 겐페이 지음, 서하나 옮김

세상에는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과 아직 고양이를 좋아하게 될 사람만 있다는 농담이 있다. 삶을 살다 보면 만 번쯤은 사랑스러운 고양이를 만나게 되기 때문일까. 이 책을 읽으며 문득 지금까지 스쳐 지나간 고양이들을 하나씩 떠올렸다.

《고양이가 알려주는 세상》은 고양이가 등장하는 일본의 관용 표현을 소개하고, 그와 관련된 저자의 경험과 생각을 들려주는 책이다. 생각보다 고양이를 부정적으로 묘사한 표현이 많지만 저자는 고양이 변호에 나선다. “고양이들은 이렇지 않아!”라고 말하는 듯한 저자의 모습에 어느새 나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맞다. 고양이는 아무 잘못이 없다.

시종일관 고양이만 얘기하는 이 책은 무해하다. 고양이를 바라보는 저자의 애정 어린 시선 덕분에 내 마음도 자연스레 말랑해진다.

2부의 ‘묘생 상담’도 인상적이다. 독자들이 보내온 고민에 저자가 답변을 달아주는데, 읽다 보면 단순 답변이 아니라 고양이에 대한 깊은 애정과 오랜 관찰에서 비롯된 통찰이 느껴진다. 집사인 독자들의 반려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는 태도가 빛나는 책이다.

어떤 존재를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 있을까. 우리는 사람을 사랑할 때조차 자꾸 이유를 찾는다. 왜 좋아하는지, 왜 이해해야 하는지, 왜 함께해야 하는지. 하지만 고양이는 인간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부르면 오지 않을 때도 많고, 이유를 설명해주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런 고양이를 사랑한다.

“고양이는 인간의 뜻대로 되지 않아야 고양이답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으며 문득 사람도 그렇게 사랑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이해되지 않는 부분까지도, 내 뜻대로 되지 않는 모습까지도 말이다. 고양이 이야기로 시작한 책은 어느새 사랑에 대한 질문을 남긴다.

*위 도서는 검정프레스로부터 제공받아 독서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검정프레스 #고양이가알려주는세상 #아카세가와겐페이 #서하나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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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지 않은 쌍둥이 - 프란츠 카프카 x 에곤 실레 ㅣ 세계문화전집 2
프란츠 카프카.에곤 실레 지음, 홍선기 엮음 / 모티브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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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지 않은 쌍둥이: 프란츠 카프카 X 에곤 실레》 | 홍선기 엮음

“두 사람이 만났다는 기록은 없다. 편지도, 일기의 언급도 없다. 그러나 마치 산산이 조각난 파편처럼 찢어진 카프카의 글을 찾아 엮으면서 자꾸만 실레의 그림이 떠올랐다. 카프카의 불완전한 문장을 읽을 때마다, 실레가 그린 뒤틀린 신체가 눈앞에 겹쳤기 때문이다.”

《만나지 않은 쌍둥이》는 프란츠 카프카와 에곤 실레를 나란히 놓고 읽게 만드는 책이다. 소설가와 화가, 서로 다른 장르의 예술가였지만 두 사람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질문을 품고 있었다. 왜 인간은 자신의 몸과 삶의 주인이 되지 못하는가. 왜 우리는 끊임없이 누군가의 시선과 권위에 의해 규정되는가.

카프카가 《변신》에서 벌레가 된 인간을 그렸다면, 실레는 캔버스 위에 비틀리고 일그러진 몸을 남겼다. 표현 방식은 달랐지만 둘 다 인간 존재의 불안과 소외를 이야기한다. 흥미로웠던 것은 두 사람 모두 아버지라는 거대한 권위와 복잡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점이다. 개인의 자유와 억압의 문제는 이들의 작품 전반에 깊게 스며 있다.

그 공통점은 단순히 개인적인 경험에서만 비롯된 것은 아닐 것이다. 두 사람은 모두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말기를 살았다. 화려한 제국의 이면에서 균열이 시작되던 시대, 그들은 같은 공기를 마시며 비슷한 불안을 감각했다. 실제로 만나지는 못했지만 같은 시대가 남긴 상처를 각자의 언어로 기록한 셈이다.

실레의 그림은 당시에도 외설적이라는 비난을 받았고 작품이 압수되거나 소각되기도 했다. 그런데 100년이 넘은 지금도 그의 누드화는 일부 플랫폼에서 검열의 대상이 된다. 빈관광청이 실레의 작품을 홍보하기 위해 성인 콘텐츠 플랫폼 온리팬스 계정을 개설한 점이 기억에 남는다. 세계적인 거장이 된 뒤에도 예술과 검열의 긴장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 때문에 다소 씁쓸하기도 했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카프카와 실레를 해설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문장을 읽다가 그림을 떠올리게 만들고, 그림을 바라보다가 다시 문장으로 돌아가게 만든다. 그렇게 서로 만나지 못한 두 예술가는 한 세기가 지난 지금도 같은 페이지 위에서 대화를 이어간다.

이 책을 덮고 나니 카프카의 문장과 실레의 그림이 더 이상 따로 보이지 않았다. 서로 다른 장르를 선택했을 뿐, 결국 두 사람은 같은 시대를 통과하며 같은 불안과 소외를 응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은 벌레를 썼고, 한 사람은 뒤틀린 몸을 그렸다. 그러나 둘 다 같은 고통을 말하고 있었다.”

*위 도서는 단단한맘 수련 서평모집을 통해 제공받아 독서 후 작성된 서평입니다.

#만나지않은쌍둥이 #홍선기 #모티브 #단단한맘수련서평단 #세계문화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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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하는 청년들 - ‘풍요로운 고립의 시대’에 홀로 남겨진 이들에 관하여
강지윤.양민희 지음 / 은행나무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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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둔하는 청년들》 | 강지윤, 양민희 지음

출간 소식을 듣고 언제 읽을 수 있을까 기다렸던 책이다. 감사하게도 은행나무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조금 먼저 만나볼 수 있었다.

“고립은 '됐다'고 하면서, 은둔은 왜 '했다'고 표현할까.”

수동태와 능동태의 시차 속에서 저자들은 한 가지 질문을 붙든다. 방 안에 머무는 것은 정말 개인의 선택이었을까. 그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은둔은 더 이상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풍경으로 다가온다.

“실패를 극복할 기회가 아닌, 실패해도 괜찮은 사회가 필요하다.”

한국 청년들은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준비하지 않으면 뒤처질 것 같은 불안 속에서 살아간다. 실패는 성장의 과정으로 이야기되지만, 현실에서 실패는 종종 관계와 기회, 존엄까지 잃게 만드는 낙인이 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실패를 극복할 기회만이 아니라 실패해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사회인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는 보이지 않는 고립의 위기를 품고 사는 예비 고립자일지도 모른다.”

읽는 내내 은둔 청년들의 이야기가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매일 무수한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가지만, 나는 정말 그들과 연결되어 있을까. 가족의 안부를 메신저 몇 줄로 대신하고, 친구들과의 만남과 대화보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 몇 장으로 서로의 근황을 짐작한다. 속마음을 인공지능에게 털어놓는 시대 속에서 우리는 모두 보이지 않는 고립의 가장자리에 서 있는 예비 고립자들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문제를 마주할 때마다 해결책부터 찾으려 한다. 그래서 이 책이 제안하는 방법, 즉 누군가를 재촉하거나 교정하는 것이 아니라 기다려주는 것, 평가와 조건 없이 곁을 내어주는 것, 목적 없이 함께 웃고 울며 시간을 보내는 관계를 회복하는 일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은둔하는 청년들》은 닫힌 방문 뒤의 고통을 기록한 르포를 넘어, 왜 우리가 기꺼이 시간을 내어 타인에게 가닿아야 하는지 묻는 책이다. 그리고 그 질문은 결국 은둔 청년들만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향하고 있다.

*위 도서는 은행나무로부터 제공받아 독서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은행나무 #은둔하는청년들 #쉬었음청년 #고립사회 #강지윤 #양민희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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