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가 삶의 위로가 될 때 - 흔들리는 어른을 위한 ‘마음 한자’의 짧은 지혜
우승희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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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가 삶의 위로가 될 때》 | 우승희 지음

고등학생 때 단어의 어원을 열심히 설명해주시던 영어 선생님이 계셨다. 이 단어는 어떤 단어들이 만나 지금의 의미가 되었는지, 하나의 단어에서 어떤 단어들이 파생되어 나왔는지를 칠판에 하나씩 풀어 설명해주셨다. 이상하게도 나는 영어 지문을 해석하는 독해 시간보다 그런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더 재미있었다. 단어 하나를 알게 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안에 숨어 있는 관계와 의미를 발견하는 일이 좋았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한자가 삶의 위로가 될 때》의 소개를 보았을 때부터 무척 기대됐다. 영어나 스페인어 등 각 언어의 단어를 뜯어보는 것을 좋아했던 것처럼, 한자 역시 글자와 글자가 만나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들여다볼수록 재미있는 언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책은 우리가 살아가며 마주하는 마음을 8개의 장으로 나누어 70개의 한자어로 풀어낸다. 각각의 한자가 가진 뜻을 살펴보고, 그 글자들이 만나 만들어낸 단어의 의미를 저자의 해설과 함께 들여다보는 과정이 기대했던 것만큼 재미있었다.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단어도 한 글자씩 뜯어보고 나면 전혀 다르게 보였다.

그중 특히 기억에 남은 것은 ‘경탄’과 ‘후회’였다. 경탄은 驚과 歎을 살펴보며 익숙한 세상에서도 새로움을 발견하는 마음을 이야기한다. 책을 읽으며 처음 봤을 때 감격했지만것 익숙해져서 많은 것을 지나치고 있진 않는지 돌아보게 된다. 또 후회에서는 단순히 부정적인 감정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헤집고 추스르며 나아간다”라는 풀이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고자 할 때 생기는 마음 중 하나로 껴져서 삶에서 필요한 감정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책의 강점은 삶의 마음을 긍정과 부정으로 나누지 않는다는 점이다. 각오와 희망, 용기뿐 아니라 좌절과 질투, 원망, 후회, 고독까지 함께 살펴본다. 흔히 우리가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라고 바라보는 것들도 삶에서 불필요한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 좋았다. 덕분에 다양한 감정의 본질에 다가간 느낌이었다.

《한자가 삶의 위로가 될 때》는 언어가 감정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얼마나 정교한지 보여준다. 책을 덮은 뒤에도 평소 무심코 사용하던 단어를 만날 때면 ‘이 말은 어떤 글자들이 만나 이런 뜻이 되었을까?’ 하고 한 번 더 들여다보게 될 것 같다.

*위 도서는 헤스티아(@hestia_hotforever)가 모집한 서평단에 선정되어 청림출판 (@chungrim.official ) 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한자가삶의위로가될때 #동양고전 #인문학 #인문학책추천 #헤스티아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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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이아 ㅣ 처음 읽는 사람들을 위한 책
질리언 크로스 지음, 닐 패커 그림, 윤영 옮김, 호메로스 원작, 장은수 해설 / 더숲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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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이아》 | 호메로스 원저, 질리언 크로스 지음, 닐 패커 그림, 장은수 해설, 윤영 옮김

어릴 적 그리스로마신화 만화를 읽으며 자란 세대라면 누구나 마음속에 한 명쯤은 좋아하는 영웅이 있을 것이다. 내게는 오디세우스가 그랬다. 신도, 반신도, 괴력을 지닌 영웅도 아닌 그는 지혜와 기지로 위기를 헤쳐 나간다는 점에서 어린 마음에 오디세우스정도는 해볼 만하다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특히 전쟁에 나가기 싫어 미친 척하며 밭을 갈다가 결국 정체를 들키는 장면은 지금도 선명하다. 영웅이라기보다 가장 인간적인 인물로 기억에 남았다.

최근 원전 《오디세이아》를 읽었다. 방대한 분량과 낯선 시대적 배경을 따라가다 보니 상상력의 한계를 느끼기도 했다. 그런 시점에 더숲에서 삽화를 더한 새로운 판본이 출간되어 반가웠다. 무엇보다 표지의 '호메로스 원저, 질리언 크로스 지음'이라는 표기가 눈에 들어왔다. 왜 번역이 아니라 '지음'일까. 책을 읽고 나니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책은 번역본이 아니라 리텔링이다. 원작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독자에게 더 잘 닿도록 다시 들려주는 방식이다. 그래서 서사의 구성도 달라졌다. 원전은 텔레마코스의 이야기로 시작해 칼립소와 나우시카아를 거친 뒤, 오디세우스가 자신의 모험을 회상하는 구조다. 반면 질리언 크로스는 사건을 시간의 흐름에 맞춰 다시 배열한다. 어린 시절 만화에서 인상 깊게 보았던, 오디세우스가 왜 트로이 전쟁에 참여하게 되었는지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는 점도 흥미로웠다.

처음에는 익숙한 이야기의 순서가 달라 어색했다. 하지만 리텔링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나니 원전과는 또 다른 재미가 보였다. 오디세우스의 긴 여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항해처럼 따라갈 수 있었고, 이미 결말을 알고 있는데도 새로운 책을 읽는 기분이 들었다.

삽화도 큰 장점이다. 원전을 읽을 때는 머릿속으로 그려야 했던 인물과 풍경이 한층 선명하게 다가왔다. 덕분에 3천 년 전의 세계가 조금 더 가까워졌다.

책을 읽다 보면 익숙한 이름들이 계속 등장한다. 키르케를 보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나우시카아를 보며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떠올렸다. 생각해 보니 내가 좋아했던 수많은 이야기의 시작점 어딘가에는 늘 《오디세이아》가 있었다. 3천 년 전에 쓰인 이야기가 지금도 영화와 소설, 만화와 애니메이션으로 끊임없이 변주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몇 년 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를 보기 전에 원작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를 읽은 적이 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놀란은 원작을 존중하면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구성하는 감독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래서 더욱 기대된다. 곧 개봉할 《오디세이아》는 이 오래된 서사를 어떤 방식으로 스크린에 옮길까. 원전의 구성을 따를지, 질리언 크로스처럼 시간순으로 풀어낼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어릴 적에는 재미있는 신화였고, 지금은 수많은 이야기의 출발점으로 다시 만나는 작품이 되었다. 3천 년이라는 시간을 건너 오늘도 새로운 독자를 만나고 있는 《오디세이아》. 더숲의 이번 리텔링은 누구에게나 그 긴 항해를 시작하기에 더없이 좋은 출발점이 되어 줄 것이다.

*위 도서는 더숲으로부터 제공받아 독서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더숲 #오디세이아 #오디세이 #호메로스 #그리스로마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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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처럼 노래하라 - 물속 생명을 조율하는 소리,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
아모리나 킹던 지음, 김지원 옮김 / 문학수첩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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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처럼 노래하라》 | 아모리나 킹던 지음, 김지원 옮김

내가 헤엄치던 바닷속은 늘 조용한 곳이라고 생각했다. 바다는 아름답지만 침묵하는 세계라고 믿어왔다. 《물고기처럼 노래하라》는 그 생각을 완전히 뒤집었다. 침묵했던 것은 바다가 아니라, 그 세계를 제대로 듣지 못하는 인간의 귀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평소 해양 다큐멘터리나 해양생물 연구자들의 책을 즐겨 읽으며 고래마다 사용하는 주파수 대역이 다르고, 선박 소음이 그들의 음향 신호를 가려 의사소통을 방해한다는 연구를 접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 사실은 어디까지나 '알고 있는 지식'에 머물러 있었다. 이 책은 그 지식을 살아 있는 풍경으로 바꾸어 놓는다. 물고기들의 합창, 산호초가 어린 유충을 불러들이는 소리, 반향위치측정으로 세상을 인식하는 돌고래와 고래의 노래까지. 물속의 소리는 단순한 배경음이 아니라 먹이를 찾고, 짝을 만나고, 집을 찾으며 살아가기 위한 언어이자 삶 그 자체였다.

책 소개에 적힌 “소리가 세계를 확장시킨다면, 소음은 세계를 축소시킨다.” 문장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인간에게 선박의 엔진 소리는 스쳐 지나가는 배경음일지 몰라도, 해양생물에게는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목소리를 지워버리는 장벽이 된다. 코로나19 시기 선박 운항이 줄어들자 어미와 새끼 혹등고래가 속삭이듯 주고받는 소리까지 관측되었다는 사례는 우리가 얼마나 거대한 소음 속에서 바다를 살아가게 만들었는지를 실감하게 했다. 플라스틱처럼 눈에 보이지 않기에 더욱 쉽게 잊고 있었던 오염이 바로 소음이라는 사실도 새삼 깨달았다.

책을 덮고 나니 바다를 바라보는 감각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수면 위의 파도나 윤슬, 헤엄치는 사람들이나 배들을 먼저 보았다면, 이제는 그 아래에서 서로를 부르고 응답하며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의 목소리를 상상할 수 있다. 내가 듣지 못한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세계는 아니다. 바다는 단 한 번도 침묵한 적이 없었다. 다만 그 소리를 듣지 못한 채 살아온 것은 인간이었다. 이제는 바다를 듣길 원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위 도서는 문학수첩으로부터 제공받아 독서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문학수첩 #물고기처럼노래하라 #아모리나킹던 #해양생태계 #해양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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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도쿄 - 개정증보판
임진아 지음 / 유유히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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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도쿄》 | 임진아 지음

나는 임진아 작가님을 일력으로 알게 되었다.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하고 마무리하게 해 주는 그림들이 참 좋았다. 에세이인 《아직, 도쿄》 역시 작가님의 일러스트를 볼 수 있겠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사진 대신 그림으로 여행을 기록했다는 점이 이 책이 가진 강점이다. 작가가 구입한 물건, 먹은 음식, 오래 머문 카페, 우연히 발견한 가게들까지 모두 그림으로 담겨 있다. 사진도 그 순간을 생생하게 기록하는 매력이 있지만, 그림에는 그 공간을 바라본 작가의 시선과 해석이 함께 담긴다. 같은 장소라도 어떤 부분을 기억하고, 무엇을 남기고 싶었는지가 자연스럽게 전해져서 더 오래 들여다보게 되었다.

나는 아직 도쿄에 가본 적이 없다. 그래서 책 속에 등장하는 장소 대부분이 처음 듣는 곳이었다. 장소마다 애정이 담긴 소개는 작가가 "내가 정말 아끼는 곳인데, 너에게만 살짝 보여줄게." 하고 비밀을 나눠주는 기분이 들었다. 관광 명소를 소개하는 여행서가 아니라 누군가의 소중한 취향을 함께 걸어 보는 시간 같아서 더욱 즐겁게 읽었다.

책을 덮고 나서는 괜히 지도 앱을 켜서 작가가 다녀간 장소들을 하나씩 검색해 보기도 했다. 언젠가 도쿄를 여행하게 된다면 그곳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을까. 같은 골목을 걷고 같은 카페에 앉아 작가가 바라본 풍경을 나도 만나보고 싶다는 상상을 했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일본에서 전시를 열었던 경험도 들려준다. 그중 "만화를 좋아하지만 만화를 그릴 수는 없다."는 문장이 오래 남았다. 이런 감성을 가진 작가님은 어떤 만화를 사랑했을까? 작가님이 좋아하는 만화들을 소개하는 에세이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왜 좋아하게 되었는지를 들려주는 작가의 글은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앞으로도 작가님의 취향이 머무는 곳이라면, 그 여정을 계속 따라가 보고 싶다.

*위 도서는 유유히로부터 제공받아 독서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유유히 #아직도쿄 #임진아 #에세이 #여행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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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아이, 침묵을 깨다
서점순 지음, 배진시 외 옮김 / 긱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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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아이, 침묵을 깨다》 | 서점순 지음

한 사람의 삶을 바꾼 것은 단 한 번의 사건이 아니었다. 가족과의 분리, 사찰에서의 학대, 시설 생활, 그리고 해외입양. 어린아이가 선택할 수 없었던 수많은 결정들이 쌓여 한 사람의 생애를 만들었다. 《그때 그 아이, 침묵을 깨다》는 그 사건들을 나열하는 데 머물지 않고, 그 이후의 삶을 살아내야 했던 한 인간의 시간을 끝까지 따라간다.

해외입양은 과연 아이에게 주어진 새로운 기회의 장이었을까? 양부모에게는 가난하고 버려진 아이를 구원한 선한 행동이었을까? 이 책은 그 이면에 남겨진 질문들을 조용히 드러낸다. 나는 누구인가. 어디에 속한 사람인가. 저자가 "나에게는 세 개의 정체성이 있다"고 말하는 순간, 해외입양은 더 이상 개인의 경험이 아니라 한 사람이 평생 짊어져야 했던 정체성의 과제가 된다. 한국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성장하며 겪었을 차별과 소속감의 혼란, 그리고 오랫동안 말하지 못했던 감정들을 뒤늦게 마주하는 과정은 입양이라는 제도를 바라보는 내 시선까지 돌아보게 만든다.

무엇보다 깊이 남은 것은 기록의 의미였다. 기억은 흐려질 수 있지만 기록은 남는다. 오랫동안 침묵해야 했던 사람이 자신의 삶을 직접 써 내려간다는 것은 단순한 회고가 아니라, 자신의 존재를 증언하는 일이다. 이 책은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상처가 모두 치유되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침묵 속에 묻혀 있던 한 사람의 삶을 세상 밖으로 꺼내 놓으며,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해외입양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개인의 기억은 기록이 되는 순간 사회의 기억이 된다. 그렇기에 이 책은 한 사람의 자전적 에세이를 넘어, 우리가 오래도록 외면해 온 역사와 제도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소중한 증언이다. 저자가 용기를 내어 남긴 이 기록은 앞으로도 누군가에게는 이해의 시작이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침묵을 깨는 용기가 되어 줄 것이라 믿는다.

*위 도서는 모도님과 도서출판 긱으로부터 제공받아 독서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그때그아이침묵을깨다 #서점순 #도서출판긱 #모도서평단 #해외입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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