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세이아 ㅣ 처음 읽는 사람들을 위한 책
질리언 크로스 지음, 닐 패커 그림, 윤영 옮김, 호메로스 원작, 장은수 해설 / 더숲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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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이아》 | 호메로스 원저, 질리언 크로스 지음, 닐 패커 그림, 장은수 해설, 윤영 옮김

어릴 적 그리스로마신화 만화를 읽으며 자란 세대라면 누구나 마음속에 한 명쯤은 좋아하는 영웅이 있을 것이다. 내게는 오디세우스가 그랬다. 신도, 반신도, 괴력을 지닌 영웅도 아닌 그는 지혜와 기지로 위기를 헤쳐 나간다는 점에서 어린 마음에 오디세우스정도는 해볼 만하다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특히 전쟁에 나가기 싫어 미친 척하며 밭을 갈다가 결국 정체를 들키는 장면은 지금도 선명하다. 영웅이라기보다 가장 인간적인 인물로 기억에 남았다.

최근 원전 《오디세이아》를 읽었다. 방대한 분량과 낯선 시대적 배경을 따라가다 보니 상상력의 한계를 느끼기도 했다. 그런 시점에 더숲에서 삽화를 더한 새로운 판본이 출간되어 반가웠다. 무엇보다 표지의 '호메로스 원저, 질리언 크로스 지음'이라는 표기가 눈에 들어왔다. 왜 번역이 아니라 '지음'일까. 책을 읽고 나니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책은 번역본이 아니라 리텔링이다. 원작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독자에게 더 잘 닿도록 다시 들려주는 방식이다. 그래서 서사의 구성도 달라졌다. 원전은 텔레마코스의 이야기로 시작해 칼립소와 나우시카아를 거친 뒤, 오디세우스가 자신의 모험을 회상하는 구조다. 반면 질리언 크로스는 사건을 시간의 흐름에 맞춰 다시 배열한다. 어린 시절 만화에서 인상 깊게 보았던, 오디세우스가 왜 트로이 전쟁에 참여하게 되었는지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는 점도 흥미로웠다.

처음에는 익숙한 이야기의 순서가 달라 어색했다. 하지만 리텔링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나니 원전과는 또 다른 재미가 보였다. 오디세우스의 긴 여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항해처럼 따라갈 수 있었고, 이미 결말을 알고 있는데도 새로운 책을 읽는 기분이 들었다.

삽화도 큰 장점이다. 원전을 읽을 때는 머릿속으로 그려야 했던 인물과 풍경이 한층 선명하게 다가왔다. 덕분에 3천 년 전의 세계가 조금 더 가까워졌다.

책을 읽다 보면 익숙한 이름들이 계속 등장한다. 키르케를 보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나우시카아를 보며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떠올렸다. 생각해 보니 내가 좋아했던 수많은 이야기의 시작점 어딘가에는 늘 《오디세이아》가 있었다. 3천 년 전에 쓰인 이야기가 지금도 영화와 소설, 만화와 애니메이션으로 끊임없이 변주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몇 년 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를 보기 전에 원작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를 읽은 적이 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놀란은 원작을 존중하면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구성하는 감독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래서 더욱 기대된다. 곧 개봉할 《오디세이아》는 이 오래된 서사를 어떤 방식으로 스크린에 옮길까. 원전의 구성을 따를지, 질리언 크로스처럼 시간순으로 풀어낼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어릴 적에는 재미있는 신화였고, 지금은 수많은 이야기의 출발점으로 다시 만나는 작품이 되었다. 3천 년이라는 시간을 건너 오늘도 새로운 독자를 만나고 있는 《오디세이아》. 더숲의 이번 리텔링은 누구에게나 그 긴 항해를 시작하기에 더없이 좋은 출발점이 되어 줄 것이다.

*위 도서는 더숲으로부터 제공받아 독서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더숲 #오디세이아 #오디세이 #호메로스 #그리스로마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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