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아이, 침묵을 깨다
서점순 지음, 배진시 외 옮김 / 긱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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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아이, 침묵을 깨다》 | 서점순 지음

한 사람의 삶을 바꾼 것은 단 한 번의 사건이 아니었다. 가족과의 분리, 사찰에서의 학대, 시설 생활, 그리고 해외입양. 어린아이가 선택할 수 없었던 수많은 결정들이 쌓여 한 사람의 생애를 만들었다. 《그때 그 아이, 침묵을 깨다》는 그 사건들을 나열하는 데 머물지 않고, 그 이후의 삶을 살아내야 했던 한 인간의 시간을 끝까지 따라간다.

해외입양은 과연 아이에게 주어진 새로운 기회의 장이었을까? 양부모에게는 가난하고 버려진 아이를 구원한 선한 행동이었을까? 이 책은 그 이면에 남겨진 질문들을 조용히 드러낸다. 나는 누구인가. 어디에 속한 사람인가. 저자가 "나에게는 세 개의 정체성이 있다"고 말하는 순간, 해외입양은 더 이상 개인의 경험이 아니라 한 사람이 평생 짊어져야 했던 정체성의 과제가 된다. 한국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성장하며 겪었을 차별과 소속감의 혼란, 그리고 오랫동안 말하지 못했던 감정들을 뒤늦게 마주하는 과정은 입양이라는 제도를 바라보는 내 시선까지 돌아보게 만든다.

무엇보다 깊이 남은 것은 기록의 의미였다. 기억은 흐려질 수 있지만 기록은 남는다. 오랫동안 침묵해야 했던 사람이 자신의 삶을 직접 써 내려간다는 것은 단순한 회고가 아니라, 자신의 존재를 증언하는 일이다. 이 책은 누군가를 비난하거나 상처가 모두 치유되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침묵 속에 묻혀 있던 한 사람의 삶을 세상 밖으로 꺼내 놓으며,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해외입양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개인의 기억은 기록이 되는 순간 사회의 기억이 된다. 그렇기에 이 책은 한 사람의 자전적 에세이를 넘어, 우리가 오래도록 외면해 온 역사와 제도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소중한 증언이다. 저자가 용기를 내어 남긴 이 기록은 앞으로도 누군가에게는 이해의 시작이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침묵을 깨는 용기가 되어 줄 것이라 믿는다.

*위 도서는 모도님과 도서출판 긱으로부터 제공받아 독서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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