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즈 어웨이 안전가옥 쇼-트 12
배예람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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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가 약자를 구원하는 기묘하고도 웃픈 좀비물, 단순한 좀비물에 질렸다면 추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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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의 오키나와 일본에서 한 달 살기 시리즈 3
김민주 지음 / 세나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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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행을 여러번 다녀왔는데 그 중에도 오키나와는 다른 일본지역을 여행할 때와는 전혀 다른 인상을 주는 아름다운 섬이었다.

일본 자체가 섬나라인데 이런 말을 하는 게 조금 우습지만 도쿄나 오사카를 다닐 때는 바다라는 것을 느끼기 힘들기 때문에 오키나와에 와서야 비로소 '섬여행이란 이런 것이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세나북스의 "한 달의 오키나와"는 일본에서 한 달 살기 시리즈 중 세번 째 책이다. 오키나와에서 며칠 여행한 정도가 아니라 번역가 김민주 님이 2019년 3월 13일~4월 11일까지 직접 한달을 살아보고 쓴 거라 좀 더 다양한 지역을 다니고, 일본 현지인과의 교류도 적혀있어서 훨씬 흥미롭게 읽었다.

그저 어디 어디에 맛집이 있고 어디 가면 유명 관광지가가 있고 등의 여행 정보책이었다면 이미 오키나와에 다녀온 나로서는 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다녀온 사람에게는 그리움과 안 가본 곳에 대한 로망을, 안 가본 사람에게는 오키나와 여행의 낭만을 전해주기 충분한 책이었다.

작가가 간 곳 중 내가 간 곳과 겹치는 장소는 국제거리의 스타벅스와 해양 엑스포 공원의 츄라우미 수족관, 비세 후쿠기 가로수길, 만좌모 정도 밖에 없었다. 4박 5일간 짧은 여행을 한 일반 여행객과 한 달동안 오키나와에서 산 사람은 이렇게 다를 수밖에 없다.



일본에서도 오키나와는 지리적인 특징도 독특하지만(일본사람도 오키나와 여행하려면 비행기 타고 이 섬까지 와야 한다) 역사적으로도 한국과 닮은 점이 있다. 오키나와는 원래 일본이 아니라 류큐라는 독립된 국가였는데 19세기 말 일본 제국에 의해 편입되었다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임시통치를 받다가 일본에 반환된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소수의 주민들은 아직도 독립을 꿈꾸는 듯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독특한 문화와 기질이 느껴진다. 역사적으로도 미군기지가 오키나와에 주둔하면서 문제를 많이 일으켰기 때문에 국가적 이익을 위해 피해를 입은 곳이기도 하다.

또 하나 작가가 여행 초반에 겪은 한국인 차별이랄까 불쾌감을 느낀 일화도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일본 사람들이 다 그런 것은 절대 아니지만 여행하다보면 '이런 게 한국인 차별일까' 라는 암묵적 느낌을 받을 때가 있는데 숙박업소 측에서는 다양한 진상 고객을 만나다보니 예전에 겪었던 한국 여행객 중 안 좋은 기억이 떠올라 그런 뒷담화 혹은 태도를 취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예전 그 진상과 같은 사람도 아니고 그런 대접을 받으면 여행 시작부터 기분을 망치는 일임이 분명하다.

이후에는 작가가 안좋은 일을 겪지 않아 천만다행이라고 느꼈고 나 역시 일본여행 중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주로 식당이나 숙박업소 등에서 근무하는 상업적인 만남이었지만) 우리나라를 여행하는 외국인에게 더욱 친절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편견없이 그저 일회성 친절이라고도 해도 친절은 친절이다. 겉으로 보이는 친절도 중요하다고 느낀 건 어차피 여행객이란 상대의 속마음까지 알기에는 시간상 쉽지 않고 그저 자기가 있는 그 자리에서 간단한 친절을 베푸는 것만으로도 그 여행객의 하루는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국가적인 이미지도 좋아짐은 물론이다.

작가가 소개한 음식 중에서는 오키나와 소바와 아래 사진에 나온 바다포도를 먹어봤기에 책에서 사진까지 나왔을 때는 무척 반가웠다. 바다포도는 이름처럼 포도처럼 생긴 해조류인데 낭만적인 이름과 달리 비릿한 바다맛이 나서 그닥 많이 먹지는 않았지만 사진으로 마주하는 느낌은 새롭다.



오키나와 소바도 내가 공항 근처에서 먹었을 때는 진짜 맛이 없어서 오키나와는 오사카나 도쿄와 달리 음식을 못하는 지역이 분명하구나 느꼈는데 작가도 초반에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현지인 친구들이 맛집에 연속적으로 데려가면서 진짜 맛있는 오키나와 현지 음식을 많이 먹게된 후 생각이 바뀐 듯하다.

이런 걸 보면 역시나 외국에 갈 때는 그곳 현지 친구를 사귀는 게 얼마나 여행의 질이 달라지는지 느낄 수 있다.




지금도 일본여행하면 오키나와가 떠오를 정도로 아름다운 여행지로 기억에 남아있다. 코로나가 풀리고 한국과 일본의 경색된 사이가 조금 나아지면 다시 한번 생각해볼까 아직은 시간이 좀 더 걸릴 듯하지만 그 사이 섬여행이 가고 싶어지면 이 "한 달의 오키나와"를 꺼내 술술 넘겨보려고 한다.


누군가는 꿈만 꿀 뿐 떠나지 못하지만 저자는 무려 한 달이라는 긴 시간을 할애해 로망을 현실로 만들었으니 그 용기가 멋지다. 오키나와의 엄청나게 강렬한 햇살, 눈이 부시게 푸른 바다, 고야 찬푸루, 쥬시(소바 국물로 볶은 밥으로 톳과 당근 등 아채가 들어간다고 함) 등의 전통음식까지 참 많은 멋과 맛이 담겨있어 재밌게 읽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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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의 오키나와 일본에서 한 달 살기 시리즈 3
김민주 지음 / 세나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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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니와는 한국의 제주도처럼 섬나라 일본을 상징하는 섬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만큼 본토와는 다른 매력과 역사적 유래, 전통이 있어서 재밌게 읽은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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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가끔은 미칠 때가 있지 - 관계, 그 잘 지내기 어려움에 대하여
정지음 지음 / 빅피시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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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쓴 에세이란 이런 게 아닐까 싶은, 인생의 단짠이 다 들어있어서 좋았고 그 방식이 웃겨서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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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가끔은 미칠 때가 있지 - 관계, 그 잘 지내기 어려움에 대하여
정지음 지음 / 빅피시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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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내내 지겨워하다가 아껴둔 비장의 무기를 꺼냈다.


바로 요새 아주 핫하다는 젊은 작가 정지음 님의 "우리 모두 가끔은 미칠 때가 있지"라는 에세이인데 실은 나는 이 책을 처음 손에 들었을 때 너무 바빠서 앞부분만 살짝 '간만 봐야지'하고 훑어보다가 날개에 있는 작가 소개, '지은 책으로는 <젊은 ADHD의 슬픔>이 있고, 소설 <언러키 스타트업>을 출간 준비중이다'라는 말에서 바로 그 제목 '젊은 ADHD의 슬픔'에 꽂혀버렸다. 크하.. 멋있다. 꼭 읽고 말 테다.

책 제목이 인상적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주인공 이름짓기만큼이나 공을 들이는 작업일 거라 짐작한다.

'젊은 ADHD의 슬픔'에서 나는 ADHD를 베르테르로 나도 모르게 치환해버렸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거기서 또 '젊은'을 '늙은'으로 치환하자 그 분위기가 확 달라지는 것이다. 늙은 베르테르의 슬픔 혹은 ...... 차마 죄송스러워 말을 잇지 못하겠다.

아무튼 작가님 본인이 ADHD를 앓고 있으니 분명 심각한 일이긴 한데 이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인생의 쓴맛과 힘든 점을 상당부분 유머로 승화시켜버렸다. 극복 정도가 아니라 아예 하늘로 날아가버린 듯해서 속이 후련해질 때가 많았다.


그래서 나는 뜬금없이 걷기 운동을 하며 1/3 즈음 읽어버린 이 책의 내용을 떠올리면서 동시에 전작의 제목에 감탄해 마지않았고 그런 말장난 같은 단어 치환에 남몰래 빠져들었던 것이다.


전작을 읽어보지 않아서 제목 말고는 유추할 수 있는 게 없지만 어쩐지 느낌으로는 '우리 모두 가끔은 미칠 때가 있지' 역시 '관계, 그 잘 지내기 어려움에 대하여'라는 부제가 붙은 걸로 봐서 그 평행선상에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봤다.

정지음 작가는 이 책에서 성급한 연애의 실패담, 직장생활의 어려움, 친구 관계, 부모님, 편의점에서 만난 알바에 이르기까지 사람이 살면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과 그들과의 관계에 대해 솔직하고 재밌게 털어놨다.

ADHD라는 말이 하도 많이 나와서 도대체 정확히 이 병이 어떤 것인가 검색해보니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라고 한다. 끝까지 다 읽어봐도 주로 아동에 해당되는 것 같은데 작가는 성인이었다. 아, 그래서 "젊은"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거구나.


이 병에 대해 이해하려고 애를 쓰다가 문득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숙취나 소화불량에 대해 이해하려고 애를 썼던 에세이 내용이 떠올라버렸다. 대충 짐작은 가지만 숙취나 소화불량을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사람이 그 고통을 온전히 알 수 없듯이 ADHD 역시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하며 넘어갔다.

다만 한 가지 의아한 점은 이 질환이 있어도 이렇게 훌륭한 작가가 되는 것을 보니 학습이나 지적능력과는 별 상관이 없을 것 같았다. 또한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엄청난 분량의 글을 써야 하는데 그러려면 일단 책상에 앉아있어야 한다. 그 역시 주의력과 집중력이 고도로 요구되는 작업인데 왜 아직 완치라는 소리가 없는 걸까 이 두 가지에 의문을 갖고 읽게 되었다.

그만큼 이 책은 재밌고 훌륭하다. 그리고 엿같은 직장생활과 사장의 횡포 등에 대해 읽을 때는 똑같이 분노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억울하거나 기분 나쁜 일을 당해도 종국에는 유머로 승화시키는 정신력에 감탄했다. 앞으로 나아가는 인간형만큼 멋진 사람이 또 있을까?

이제 그녀는 작가가 되었으니 출퇴근에 3~4시간씩 쓰던 과거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돌아가지 못할 것이고 그럴 필요도 없을 것이다.

곁에는 반려묘 맷돌이도 있다. 후반부에야 길고양이 출신인 맷돌이 얘기가 나오는데 나중에 궁금해서 찾아보니 삽화가가 그린 흰고양이가 아니었다. 고양이 모양을 한 돼지라는 밥 잘먹고 귀여운 맷돌이, 한창 때의 내 반려묘를 생각하며 미소지었다.


그렇게 크고 우람한 고양이들도 나이를 먹으면 체중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어딘가 낭만이 있지만 늙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낭만은 사라지고 어딘가 비참하게 느껴지는 것과 비슷하다. 슬픔은 젊을 때 끝내고 늙어서는 기쁨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사람 사이의 관계, 그 어려움은 나도 겪어본 터라 가장 많이 맞장구를 치다가 이내 곧 심드렁해졌지만 맷돌이 얘기는 끝도 없이 재미만 있었다. 이래서 고양이 키우는 사람은 안 되나보다. 종국에는 인간보다 고양이에게 더 관심이 가고 만다. 다음에 작가님이 책을 낼 때는 어딘가 비슷하고 지루한 인간관계 말고 반려묘와의 단짠 생활에 관해 써줬으면 좋겠다.



"피곤에 찌들어 낮잠을 자는데 고양이 맷돌이가 계속 울었다. 야오옹, 우우웅, 우앙, 오왱... 참 아무렇게나 들리는 소리였다. 나는 돼지 고양이에게 조용히 하라고 소리치는 대신 1톤 같은 몸을 일으켰다. (중략) 눈이 오고 있었다. 그해의 첫눈이었다. -P.233

전염병이 창궐하는 세상에도 낭만은 있다. 이를테면 첫눈 보라고 주인을 깨우는 손발이 통통한 돼지 고양이 같은 존재 말이다. 이런 존재가 곁에 있으면 가끔만 미칠 뿐, 대부분은 정상으로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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