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것들의 구원 - 미학하는 사람 김용석의 하루의 사고
김용석 지음 / 천년의상상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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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그레고리안 대학교 철학과 교수 출신의 저자가 동아일보에 연재한 칼럼을 묶어서 책으로 냈다. 보통 인문학이라고 하면 딱딱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신문 칼럼이라 그런가 쉬우면서도 재미있고 저자의 독특한 미학적 관점이 묻어난 글이 많아서 신선했다. 또한 3~4페이지에 불과한 짧은 칼럼인데 가벼운 읽을거리로 끝나지 않고 책장을 덮으면 요즘 현상과 연결지어서 각종 생각이 꼬리를 물게 되었다.

 

 

나르시시즘이란 말의 원조인 나르키소스 신화 얘기도 나오는데 오스카 와일드의 각색 버전 소개가 흥미롭다. 호수에 비친 나르키소스가 자신의 아름다움에 매혹돼 호수에 빠져죽자 호수가 그를 애도하는데 실상은 그의 죽음을 애도한 것이 아니라 그의 눈동자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슬퍼한 것이다. 오스카 와일드 이 사람 자체도 자기애가 충만한 작가인데 역시나 그가 각색했다는 나르키소스 신화 이야기도 웃음이 난다. 호수와 나르키소스에게는 '자기애'만 존재했고 타자는 나를 비춰주는 매체로서만 가치가 있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신화를 현대인의 자기애 표출과 연관지어서 셀카와 SNS, 문자메세지의 일방성으로 설명한다. 기가 막힌 설명이다. 정말 그렇지 않은가? SNS에 오늘 뭐 먹었는지 무엇을 샀는지 나의 일상을 자발적으로 공개하고 자랑하고, 셀카라는 것도 아름다운 내 모습을 찍고 감상하기 위함이고, 문자 메시지도 전화 같은 상호소통과는 분명 다르다. 처음에는 상대의 반응을 정확히 모르는채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한다는 점에서 나의 일방성이 잠재되어 있음을 간파한 것이다. 단계로 보면 자기애, 타인을 보지 않는 일방성, 타자성의 축소, 외부의 부정적 자극에 민감해지고 상처받기 쉬워짐으로 나아간다.

또한 나는 이런 일방성이 자기도 모르는 새 잔인함과 이어지는 부작용도 있다고 생각했다. 오스카 와일드의 각색 버전에 나온 호수의 태도는 참으로 섬뜩하지 않은가? 나르키소스의 죽음은 호수에게 있어서는 자신을 감상하던 거울 같은 도구가 사라졌을 뿐이었다. 누군가가 죽었는데 실상 나는 아무렇지 않다는 데서 요즘 일부 사람들의 잔인함까지도 생각하게 된다. 폐지 줍는 할머니를 구타한 젊은 남자, 아무 상관없는 고양이를 학대한 사람, 게임 상에서 다퉜을 뿐인데 직접 만나서 칼부림까지 하는 사람들을 보며 그들은 근본적으로 자기만 소중하고 타자는 그들에게 아무런 가치가 없는 나르키소스나 호수와 같은 부류의 인간들이란 생각을 했다.

그리고 "사람을 찾습니다" 란 칼럼은 정부가 고위 공직자를 뽑을 때 교묘히 강조하고 있는 '도덕성과 업무 수행 능력은 별개'라는 논리의 헛점을 집어주었다. 마치 정부는 인사청문회도 통과하지 못한 다수의 후보자들을 도덕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능력으로 보면 이만한 인재도 없으니 그냥 뽑자는 식으로 밀어붙이는데 저자는 이를 비판한다. 도덕성에 흠결이 있는 사람이 공무를 수행하는 데 부적합한 이유는 윤리적인 것 때문만이 아니라는 것, 국가의 공직은 당연히 공공성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공공의식이 없는 사람은 사적이득을 취하기 위한 비리를 저지르기 쉽고 이러한 도덕적 흠결은 공적 업무 수행 능력의 부족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 '도덕성과 능력은 쉽게 분리되지 않는다'면서 저자가 소개한 체코 전대통령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 정치는 세상을 책임지고자 하는 개인의 도덕에 근거합니다. 정치가 공동체를 속이기 위한 표현이 아니라 공동체의 행복에 공헌하려는 열망의 표현이어야 한다고 가르쳐 봅시다."

세금 탈루, 위장 전입, 부동산 투기, 과도하고 어마어마한 주식 투자, 논문 표절, 병역 비리 등 범죄자를 뽑는 것인지 장관을 뽑는 것인지 의아한 사람들을 후보로 내세워서 도덕성과 능력은 별개이니 이들에게 중책을 맡기자는 헛소리는 이제 집어치워주었으면 좋겠다. 저런 취지의 말을 들을 때마다 '이게 아닌데' 싶었는데 저자가 시원하게 논리적으로 설명해 준 글을 읽고 통쾌했다. 이 책을 많은 분들이 읽고 평소 찜찜했지만 왜인지는 몰라서 넘어갔던 사소한 것들에게 다양한 생각을 펼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과연 일상에서 만나는 사소한 것들이 진짜 사소한 것인지 다들 한번씩 집고 넘어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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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콜 - 행운의 문을 여는 열쇠
이계준 지음 / 더미디어그룹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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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콜(cold call), 제목만 들어서는 '차가운 전화? 도대체 무슨 내용이지?' 싶었으나 본문을 몇 페이지 읽자 답이 금방 나왔다. 콜드콜이란 모르는 사람에게 상품 등의 구매를 권유하기 위해 약속을 잡지 않은 채 전화하거나 방문하는 행위로서 세일즈의 가장 기초적인 수단이라고 한다. 저자인 이계준은 연세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취업전선에 뛰어들면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자기가 어떻게 역경을 헤쳐나갔고 맨땅에서부터 성공신화를 이루었는지 세세히 알려주고 있다.

 

 

이 책은 자기계발서라는 큰 틀에서 볼 수도 있지만 나의 느낌으로는 자서전에 가깝다. 저자 인터뷰를 찾아보니 1976년생, 올해 44세 여전히 젊은 나이인데 현재는 뉴욕 소재 부동산 투자 운용사 클라리온 파트너스의 아시아 대표로 있다. 그가 왜 이런 젊은 나이에 벌써 자서전 같은 책을 냈나 책을 다 읽고도 사실 의아했다. 대부분의 성공신화나 자서전은 노년기에 집필하기 마련인데 그에게 있어서는 아직 경력의 절반도 안 온 현재진행형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포부도 상당하고 추진력도 발군인 고학력 남자가 40대 중반에 자서전을 쓴다라니.. 나는 자기계발서를 40권 이상 읽은 사람이라 이 정도 수준으로 자기계발서라기에는 포멧이 조금 부족하다고 느꼈다. 대개의 자기계발서는 자기 개인적인 얘기보다는 어떤 원칙으로 어떻게 행동하면 어떤 목표를 이룰 것이다라고 다양한 사례를 들고 좀 더 법칙에 가까운 목차가 있는데 콜드콜은 철저히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생 때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목표를 이루어갔는가를 콜드콜이란 단일 소재로 반복해서 풀기 때문이다. 결국 인터뷰를 읽고 이유를 알았는데 취직이 어려운 유학생, 젊은이들이 저자에게 어떻게 성공했나 그 비법을 많이 물어보기에 안타까운 마음에 조언을 하고 싶어서 이 책을 냈다고 한다. 과연, 그런 이유라면 이 책은 취준생에게, 그리고 세일즈맨이나 현재 하는 일이 잘 안되서 고전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분명 도움이 될 거 같다.

 

저자는 대학 졸업후 병역 특례로 건축회사에 취직하기 위해 첫번째 콜드콜을 한다. 여기서부터 평범하지 않다. 소위 요즘 애들은 문전박대에 익숙하지 않을 것이다. 모르는 사람에게, 모르는 회사의 누군가에게, 심지어 채용계획조차 없는데 자신을 채용하라고 첫번째 세일즈를 하는 것이다. 병역특례로 채용되기 위해 얼마 없는 그 자리를 위해서 130여 기업을 전화를 걸었다. 취업이 어렵다고 하지만 채용계획도 없는 회사를 포함해서 130개 건설사에 전화하고 심지어 서류봉투에 이력서를 넣어서 인사담당자를 찾아갈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이 정도 노력을 해도 아무 곳에도 취직이 안 되는게 더 어려운 일이 아닐까 싶었다. 그러나 저자는 이 어려운 일을 하고도 취직에 실패한다! 다만 1년 후, 이 많은 회사 중 한 곳에서 전화가 오고 그렇게 첫번째 취직이 이뤄진다. 전화를 한 두 통하고 포기했다면 몇 명 뽑지도 않는 병역특례로 취직할 수 있었을까? 저자는 이런 현상을 '양질전화'라고 하는데 양의 변화는 질의 변화를 가져온다, 즉 무수히 많은 콜드콜을 통해 양질의 리드(잠재고객, 영업활동의 대상)를 건지고 결국 딜의 성공, 질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을 뜻한다.

 

 

다음부터의 인생여정은 같은 과정의 반복이다. 리드에게 끊없이 콜드콜을 거는 것. 수많은 실패 중 성공으로 이어질 0.1프로의 가능성을 찾아서 좌절하지 않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서 저자는 없던 인맥을 만들고, 자기를 잠재고객에게 계속 어필하고 희박해보이는 사업찬스를 제대로 된 기회로 만들어서 성공시킨다. 도대체 이 남자에게 두려움이란 있을까 싶다. 실패를 해도 그냥 과정으로 치부하고 끝없이 도전하다. 이직도 많이 하고 대학졸업 학과과 관계없는 경영학으로 유학을 가고 자신의 인생을 크게 넓게 보고 잔정이나 그동안 들인 노력, 인맥에 전혀 연연하지 않는다. 건축가라는 게 생각한 직업과 차이가 크자, 자기가 원하던 길이 아니었음을 인정하고 진로를 변경한다. 진로의 변경은 잘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고 또 제로에서 시작해야 하는 것인데 크게 망설이지 않는다. 부동산으로 업종을 변경한 후에도 애경라는 굴지의 기업에서 높은 자리까지 올라갔지만 단호히 버리고 유학을 떠나고 그 후에도 애경에 도로 들어갈 수 있었지만 뉴욕 현지에서 어떻게든 일자리를 구하려고 한다. 어떻게 보면 학비까지 대준 애경에게는 배신이 될 수도 있는 행위인데 저자는 자신의 인생만을 생각한다. 나는 이 자세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한국사람 중에 가족, 친구, 지인, 직장 동료, 상사 등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꿈과 미래만을 위해 달려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다. 이게 아니다 싶으면 어떤 희생을 치르고라도 돌아가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이직하고, 유학가고, 전회사를 버리고, 현지에서 작은 회사를 다니다가도 회장이나 사장이 나의 큰 포부를 품어줄 사람이 아니면 기회를 봐서 또 이직하고... 멋지다고 느꼈다. 좀 막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저자처럼 당당하게, 길고 넓은 자신의 인생만을 생각하며 돈에도 연줄에도 연연하지 않고 달려가는 길. 콜드콜 수천통, 수만통을 돌려서 아무것도 아닌 일을 양질전화를 일으켜 큰 건을 만들어내고야 마는 삶. 요즘은 노력하다 지쳐서 대충 사는 삶, 회사에서는 딱 돈 받은 만큼한 일하고 퇴근 후의 개인생활을 강조하는 책이 많지만 저자는 땀방울은 배반하지 않는다라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얘기한다. 사람마다 가치관은 다른 것이만 이런 사람이 성공을 안하는 게 더 어렵겠구나 감탄을 하게 된다. 책은 중간에서 뚝 끝난 듯 끝이 나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저자의 중년 이후 이력이 더욱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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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식물을 키웁니다 - 내 하루를 싱그럽게 만들어주는 그리너리 라이프
김현경 지음 / 빌리버튼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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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버튼이라는 다소 생소한 출판사의 식물 에세이, '오늘부터 식물을 키웁니다'는 전직 패션잡지 에디터가 집안에 식물을 들이면서 일어나는 마음의 변화, 생활의 변화를 담았다. 그저 화분 하나 들여놨다고 보기에는 저자의 마음가짐이 남다르다. 마치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는 정도의 책임감으로 식물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던 사람이 어떻게 다양한 식물을 잘 키우게 되었는지 그 세세한 과정이 잘 드러나있다.

나 역시 저자처럼 미니멀리스트라고 할지 집안에 쓸데없는 것을 잘 안 사들이고 꼭 필요한 물건만, 장식없이 꾸미는 주의인데 우리집에 놀러오는 사람 중에는 너무 훵하다는 평이 많다. 아무래도 흰벽에 딱 필요한 가구 외에는 없다보니 그런 것 같다. 요즘 유행하는 플랜테리어가 저자 뿐이 아니라 우리집에도 필요할 것 같아서 어떤 식물을 초보자가 키우기 좋은지 유심히 읽었다. 다만 책 사이즈도 앙증맞고 내용도 퇴근하고 가볍게 읽기 좋은 에세이인데 사진이나 그림이 너무 없는 게 아쉽다. 책표지와 내용은 딱 20~30대 여성 취향이니 생소한 식물 이름만 줄줄히 나오는 것 말고 저자가 키우는게 도대체 어떤 모양의 식물이고 정확히 어떤 잎파리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침대에서 자기 전에 슬렁슬렁 읽다가 극락조화는 무엇인지 수염 틸란드시아는 어떻게 생긴 건지 궁금했지만 다시 핸드폰을 키고 뒤적거리기는 싫었다. 책 읽는 시간까지 또 핸드폰에게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였다. 편집할 때 알아서 따악 책표지 스타일로 삽화를 쓱쓱 그려넣었으면 식물 초보자가 대다수일 독자들에게 적절한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책 중간 쯤에 "사진 좀 찍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식물이 필수라던데?" 챕터에서는 식물 액자라는 생소한 개념도 소개되는데 역시 읽어도 도대체 어떻게 찍어야 식물 액자가 된다는 것인지 정확히 와닿질 않았다. 저자의 잘못이라기보다는 편집의 미학이 필요한 부분이다.

 

 

 

저자는 초반에는 화분 하나 들이는 것도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걱정을 많이 했지만 뒤로 갈수록 자신감이 붙어서 더 많은 화분을 들이고 꽃꽃이도 하고 부케도 만들고 취미의 범위를 늘려간다. 특히 비오는 날 식물을 바라보면서 빗방울이 잎사귀에 맞아서 톡톡 튀는 소리를 들으며 시간을 보낸다는 장면에서는 절로 마음이 편안해졌다. 요즘처럼 미세먼지가 극성일 때는 집안에 식물을 들이면 미세먼지가 다소 줄어든다는 실용적인 면도 있고 책을 다 읽고 나니 나도 초보자에게 적당한 화분 하나를 들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졌다. 저자와 같은 애정을 가지고 식물을 키운다면 반려식물이란 말을 써도 되지 않을까 싶고, 동물이든 식물이든 보호자의 사랑이 없이는 생명유지가 안되는 구나 싶어서 저자의 신중한 마음이 이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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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다면 만성염증 때문입니다 - 의사가 알려주는 이유없이 붓고, 아프고, 무거운 몸을 낫게 하는 최강의 염증 치료법
이케타니 도시로 지음, 오시연 옮김 / 보누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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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을 때는 건강서적이나 몸에 좋은 음식에 크게 관심이 없지만 40대만 되어도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 책은 중장년이 걸리기 쉬운 주요 질병인 동맥경화, 장염, 암, 우울증, 치매, 알레르기, 각종 대사질환을 염증의 관점에서 풀어낸 건강서이다.

 

처음에는 뜬금없이 왜 모든 게 염증탓인가는 의아해가면서 읽었는데 책을 읽다보니 만성염증이 거대한 병을 키우고 있구나 알게 되었다. 급성염증은 가려움, 통증, 발열 등 금방 증상이 일어나고 마치 모기에 물린 것처럼 없어지기도 쉽지만 자각증상이 없는 만성염증은 본인이 모르는 새에 병을 키우고 있었다. 특히 비만이면 몸에 염증이 생기기 쉽다고 한다. 담배가 백해무익이듯이 비만도 염증의 관점에서 보면 백해무익이다. 본래 염증은 해로운 것이 아니고 우리 몸을 지키기 위한 과정의 반응이자 면역 시스템인데 한 번 생긴 염증이 잘 낫지 않고 반복되면 만성염증이 되어서 면역계의 균형을 깨뜨리는 것이 문제였다. 면역에 이상이 생기면 자신의 몸을 공격하게 된다. 원래는 공격대상이 아닌 건강한 조직까지 공격을 당하는 게 병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심장병, 뇌졸중, 암, 알츠하이머형 치매, 당뇨병, 아토피, 천식까지 그 원인을 다 만성염증으로 보았다. 사실 저자의 발견은 놀라운 것이 아니다. 한의학에서는 예전부터 아토피와 천식, 비염은 그 뿌리가 같다고 보았다. 피부가 약한 사람은 아토피로 발현되고, 호흡기가 약한 사람은 천식이나 비염으로 나타난다는 식이다.


만성염증이 노화를 촉진하고 이상세포를 만들고 면역시스템을 교란시켜서 대사증후군으로 나타나면 비만, 당뇨병, 이상지질혈증이 되고, 자가 면역질환으로 나타나면 류머티즘이나 건선으로, 심혈관계 질환으로 나타나면 동맥경화, 뇌졸중이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1부에서는 만성염증이란 무엇인지, 왜 생기는지, 나에게도 만성염증이 있는지 자가진단법이 나오고, 2부에서는 염증으로 어떤 병들이 생기고 치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3부에서는 염증의 가장 큰 원인이 되는 비만과 세포가 비대해지면 걸리기 쉬운 병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4부에서는 염증을 없애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어떤 음식을 어떻게 조리해 먹어야 하는지 자세한 소개가 나오며, 5부에서는 체질개선을 통해 염증을 잡는 법을 알려준다. 특히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3분 체조가 그림과 함께 나오는데 팔 흔들기 동작이 나오는 것을 보고 놀랐다. 시력회복에 관심이 있어서 일본사람이 쓴 시력회복법 책을 여러 권 읽었는데 거기에 나온 팔 흔들기 동작과 거의 같았기 때문이다. 결국 병에 대한 설명은 다를지라도 어떻게 해야 건강해지는지 방법론은 거의 같구나 싶었다. 단 것과 튀김을 줄이고 채소를 많이 먹고 살을 빼고, 팔 흔들기 체조나 반신욕을 통해 혈액순환을 도우면 건강해지는 것이다. 이 당연한 사실을 잊고 오늘도 피자를 시켜먹은 게 좀 찔리지만 우리 몸은 살아있으니 뭔가 안 좋은 것을 먹으면 건강한 것도 먹는 식으로 균형을 맞춰주자 생각하기로 했다. 만성 염증이 생기는 원인도 결국 몸의 균형이 깨져서 면역시스템이 교란되었을 때라니, 균형있는 삶을 사는 게 건강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가 있나 새삼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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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안 죽어 - 오늘 하루도 기꺼이 버텨낸 나와 당신의 소생 기록
김시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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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병원 응급실에서 10년을 근무한 현직의사가 쓴 에세이를 읽었다. 제목부터 시크한 "괜찮아, 안 죽어" 그렇지.. 사람 왠만해서 안 죽지 하면서 책장을 펼친다.

 

 

 

책을 읽기 전에는 뭔가 좌충우돌 응급실 상황이 펼쳐지려나 의학드라마 속 주인공의 독백과 같은 내용을 기대했는데 아뿔사, 이 의사 선생님은 응급실 생활을 접고 시골동네 의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저자 역시 너무나 바뀐 환경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꽤 걸린 것 같다. 응급실에 실려오는 환자들이 보통 중한 상태는 아니지 않나. 아드레날린 터지던 응급실 생활과 5일장이 열리는 시골동네의 의원. 주인공도 노인으로 바뀐다. 왜 동네의원을 하게 되었는지 그 이유는 책 중반부에 나온다. 그러나 이유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의사선생이 시골 의원에 적응해가는 과정이 재미있다. 여기도 병원인지라 대학병원 응급실처럼 급박하게 생사가 오가는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생과 사는 스쳐지나간다. 매달 당뇨약, 혈압약 타가시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갑자기 안 오신다? 돌아가셨거나, 거동을 못 하게 된 사정이 생긴 것이다. 응급실보다 속도가 느릴 뿐 기어코 오고야 마는 죽음.

 

 

책 속에서 할머니 한 분이 팔다리 쑤시고 아프다고 하자, 주인공인 의사선생은 "괜찮아, 안 죽어요." 농담으로 대꾸한다. 그러자 할머니는 "다 죽어, 사람은."하고 말씀하시는데 농담을 했던 의사는 숨이 턱 막히고야 만다. 선생은 팔다리 아프고 쑤시는게 당장 죽을 일이 아니라는 뜻으로 한 말이고, 할머니는 그걸로는 안 죽지만 결국 인간은 다 죽는다는 진리를 얘기한 것이다. 이제 이 의사선생에게 죽음은 응급실에서 목격하던 즉각적이고 충격적인 일이 아니라, 직접 목격하지 못하지만 결국 오고야마는 일상적인 일이 되었다. 환자가 70~80대의 할매, 할배이니 안 그러겠는가. 환자들 귀가 어두우니 문진도 목청 터지게 질러야 겨우 끝나고, 한말 또 하고 또 하고, 병원문 9시에 여는데 8시 반이나 그 전부터 와서 기다리시고, 젊은 의사 홧병나게 하기 딱 좋은 환자들이 넘쳐난다. 그러나 이 분들은 소위 츤데레 매력이 넘친다. 겉으로는 무뚝뚝한 모습을 해도 일부러 던져주고 가는 무거운 감 한봉지, 따뜻한 붕어빵, 떡 속에 그 정이 듬뿍 담겨있다. 겨우 2층인 병원 계단을 오르려고 사투를 벌이는 할매, 할배의 모습도 짠하고 그 고생을 하느니 딴 병원 가면 되는데 기어코 이 선생이 있는 곳에 오시는 게 고집스럽다. 그러나 엘리베이터 있는 딴 병원 가시지 했던 건 의사선생 생각일 뿐이다. 책 속 에피소드 중에 자주 내원하던 학생환자가 의사선생에게 스승의 날 꽃을 주자 "내가 니 선생님도 아닌데 왜 나한테?"라고 이유를 묻는 장면이 나온다. 학생은 "선생님 맞아요, 내 의사 선생님."이라고 당당히 이유를 밝힌다. 그렇다, 병원에 자주 오는 사람에겐 마음속 주치의가 있다. 부자만 주치의가 있는 게 아니다. 환자 입장에서는 아무에게나 내 몸 맡기기 싫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왜 엘리베이터도 없는데 힘들게 계단을 올라오고, 왕복 3시간 거리를 고등학생이 일부러 찾아오겠는가. 저자인 의사선생은 그렇게 동네사람들의 주치의가 되어가는 과정을 직접 찍은 흑백사진과 곁들여서 담담히 담았다. 소박하고 촌스럽고, 그래서 더 정이 가고 신경이 쓰이는 그런 사람들과의 일상. 이 에세이는 요즘 tv에 나오는 세련된 의학 드라마가 아니라 옛날 시골 진료실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포근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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