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검찰수사관 - 대한민국 검찰의 오해를 풀고 진실을 찾아가는 그들의 진솔한 현장 이야기
김태욱 지음 / 새로운제안 / 201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검사에 대한 관심은 높은 반면 검찰수사관은 도대체 어떤 직업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검사내전' 등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일반적인 검사실의 모습은 검사1명, 수사관 1~2명, 실무관 1명 구성으로 이루어졌는데 요즘 드라마가 많이 현실화되다보니 책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책에서도 실제와 다르다고 지적했듯이 아직까지도 검찰수사관은 일반인들에게 검사와 같이 독립된 일을 한다기보다 검사보다 나이가 많고, 검사의 명령을 받아 일하는 하급직원의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엄연히 검찰수사관도 수사 업무를 하고 있고 검사와의 관계는 대등하고 협력적인 관계로 보아야 맞다고 한다. 검찰청 자체가 이원 조직으로 특정직인 검사가 있는 검사실과 일반직인 공무원만으로 구성된 사무국이 있다니 언뜻 검찰청에는 검사만 보였는데 인사, 복지, 수사지원 등 일반 회사처럼 총무업부가 상당히 많았고 이런 일 역시 검찰수사관들이 하고 있었다.  

 

 

 

검사 1명당 한 달에 처리해야 하는 사건 건수가 100여건인데 이 많은 사건을 혼자서 처리하는 것은 실제로 불가능할 것이다. 수사관도 부서에 따라 업무가 다르지만 형사부를 중심으로 보자면 주된 업무는 역시 조사이다. 피의자를 소환해서 조서를 받고 그 내용을 검사가 열람한 후 피의자에게 진술한 내용을 확인시킨다. 사실 이 과정은 조모 전법무부장관이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면서 어떤 식으로 조사를 받았고, 자기 사건에 대해 서류 열람이 끝났다는 둥의 기사를 읽고 '아, 피의자로 오게 되면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든 안하든 검사나 수사관이 조서를 작성한 후에는 본인이 해당 내용을 확인하는구나' 확실히 알게 되었다. 이처럼 수사관은 직접 조서도 꾸며야하는데 이 일이 여간 어려워보이지 않는다. 소환 역시 피의자가 오란다고 딱딱 그 날짜에 오지 않는다니 검찰 소환에 응하지 않아도 몇 번까지는 상관이 없는 걸까 궁금증이 인다.

 

 

 

이 책은 검찰수사관은 어떤 일을 하는지, 검사실의 수사관과 사무국의 수사관은 어떤 일을 하는지, 검사와 검찰수사관의 관계는 어떠한지, 검찰수사관을 지망하는 사람들을 위해 근무여건, 월급, 복지 등에 대해서도 상세히 나와있다. 아마 지금으로서는 그 어떤 인터넷 검색이나 유튜브 시청보다도 이 책 한 권을 읽는 것이 검찰수사관에 대해 종합적으로 알기 쉬울 것이다. 저자가 27년간 검찰수사관으로 일한 사람이고 일반인이 수사관에 대해 궁금해할 법한 많은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한 때 공무원에 관심이 많아서 검찰직을 한 번 찾아봤는데 시험 과목 중에 형사소송법이나 형법이 들어간 것까지는 보았지만 무슨 일을 하는지는 자세히 알 수 없었다. 검찰청에서 일하고 싶은데 사법고시를 패스해야 하는 검사가 될 수 없다면 9급, 7급의 검찰직 공무원이 되어서 검찰수사관이 되는 것도 멋지고 보람될 것이다. 다만 일은 상당히 고되고 힘들어보인다. 당직도 서야 하고 5년마다 타지역으로 이동해야 하며 당연히 가족과 떨어져서 검찰에서 얻어준 숙소에 살기도 한다. 이런 저런 비용은 국가에서 지원을 해주니 아예 없는 것보다 나아보이고 국가공무원이니 휴가 등의 복지 수준도 좋아보였다. 대기업과 복리후생을 비교할 수는 없어도 책에서 나온 월급이나 복지, 연금 수준을 보면 개인의 적성에 맞기만 하다면 검찰직 공무원인 검찰수사관도 참으로 매력적인 직업이라는 생각을 했다.  

 

책에는 요즘 시끄러운 검경수사관 조정이란 무엇인지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설명도 나와있다. 그 모든 일이 최종적으로는 국민을 위한 방향으로 처리가 되면 좋은데 검찰과 경찰의 힘겨루기 또 그 윗선의 정치놀음으로 끝나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 아무튼 이런 알력다툼(?) 같은 내막과 더불어 검찰수사관과 경찰의 관계도 엿볼 수 있고 검찰수사관 뿐만 아니라 검찰에 관해 궁금한 내용을 많이 담고 있어서 유익했다. 이 책은 나처럼 검사 드라마 마니아가 읽어도 재미있지만 검찰공무원을 지망하는 분들이 읽으면 실질적으로 업무 내용을 알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자신이 앞으로 어떤 일을 하는 지도 모른채 몇 년씩 공부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만 혹 자세히 모른 채 막상 붙어도 실제 하는 일에 적응을 못한다면 더 큰 일이 아닐까 싶다. 검찰수사관은 실제로 범죄자 등을 상대로 수사를 하는 일인만큼 부서에 따라 다르긴 해도 일의 내용이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다. 미리 알아보고 내 적성에 맞겠구나라고 판단이 선다면 적극적으로 도전해 볼 만한 직업으로 보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 일은 끝! - 일을 통해 자아실현 한다는 거짓말
폴커 키츠 지음, 신동화 옮김 / 판미동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직업과 일에 대한 담론은 우리나라에서도 꾸준히 있어왔다. IMF나 그 후의 끝없는 경기불황을 거쳐 노동환경이 급변해왔고 주52시간이 실시된 이후에는 일에 대한 개념 변화가 더욱 가속화되었다. 폴커 키츠라는 저자는 독일 사람인데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법률가라고 한다. 그가 이 작은 책에서 하는 주장은 내가 느끼기로는 별로 새로운 개념이 아니었다. 우리나라 밀레니얼 세대가 가진 일에 대한 생각이나 직업관과 상당히 일치한다고 여겨졌다. 평생 직장도 없고 평생 직업도 없고, 나인 투 식스 주 52시간, 칼퇴, 회식 참석은 자율적으로, 퇴근 후가 진짜 나의 생활, 휴가 중에는 연락 안 됨, 자아 실현은 내가 할 테니 회사는 월급을 밀리지 않으면 된다 등등. 이런 개념이 독일에서는 대중적이지 않다면 오히려 우리나라가 더 앞서가는 것인가 생각했을 정도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한국은 점점 냉철하고 능률적인 능력주의, 개인주의로 가고 있다.   

 

 

저자는 책의 첫머리에서 "일"이라는 독일 명사는 좋은 느낌을 주지만, "일하다"라는 동사는 부정적인 기분을 불러온다고 주장한다. 특별히 독일어에만 저런 어감이 느껴지는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전혀 동의하지 않았다. 내게는 '일'이든 '일하다'이든 단어 자체만으로는 긍정도 부정도 아니었고 '여행'이나 '여행하다' 처럼 비슷한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명사, 동사 변화 하나만으로 일에 대해 어떤 느낌을 정의하기에는 너무 복합적인 개념이다. 또한 일 자체에는 긍정이나 부정의 개념이 없다고 생각한다. 하는 일이 만족스러우면 명사로 쓰이든, 동사로 쓰이든 본인에게는 긍정적이었을 테고, 그게 아니라면 단어의 형태가 아무리 바뀐들 단어에 대한 느낌 자체가 바뀔 리는 없지 않을까?

사실 이런 식으로 저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들이 일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고 사실은 이렇다라는 식으로 주장하는데 납득이 가는 부분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상당히 많았다. 설명을 다 읽으면 어떤 뜻으로 한 말인지는 알기에 마치 황희 정승같은 마음으로 내 생각은 이렇지만 당신 생각은 그렇군요 정도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아마도 저자가 풀어가는 일에 대한 담론은 대개 직장생활에 국한되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직업군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프리랜서나 자영업자, 예술가 등에게는 해당이 안 되는 내용이 너무 많다.

예를 들어 그는 직장 생활에 대해 일반인이 갖는 거짓한 환상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든다.

1. 열정을 불태우면 좋은 결과가 나온다.

2. 새로운 도전을 통해 성장한다.

3. 자유롭게 무언가 만들어낸다.

4. 일에서 내 삶의 의미를 찾는다.

5. 일을 통해 자아실현을 한다.

6. 나는 회사에서 중요한 사람이다.

7.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한다.


​위의 7가지는 저자에 따르면 전부 거짓된 환상에 해당한다. 그러나 설명을 읽어보면 어설픈 일반화의 오류도 눈에 띄고 너무 일에 대해 부정적으로만 다가가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예를 들어 첫번째 '정을 불태우면 좋은 결과가 나온다' 경우 저자는 자신이 참가한 워크숍 이야기를 들어 이야기한다. 어떤 워크숍에서 저명한 강연자가 저자에 앞서서 든 일례인데 유명 심장 외과의가 본업에서 행복을 찾지 못해 56세에 트럭운전사가 되었다고 한다. 트럭 운전사는 어릴 때부터 그의 꿈이었고 의사는 이제 트럭 운전 일에서 행복을 느끼고 그의 변신은 사회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다음 연사인 저자는 그 이야기를 살짝 바꿔본다. 한 트럭 운전사가 50대 중반에 내 평생의 꿈이 심장외과 의사가 되는 것이라고 깨달았다고. 당연히 예시의 대상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저 꿈 얘기는 완전히 허튼 소리가 된다. 외과의사가 트럭 운전사가 될 수는 있어도 그 반대는 거의 불가능하므로 청중은 웃고 만다.

이 예시를 바탕으로 저자는 열정을 불태우면 좋은 결과가 나온다라는 것이 환상에 불과하다고라고 일축한다. 일에는 세심함과 확실함, 집중력과 주의력이 필요하지 부글부글한 열정만으로 훌륭한 업무 수행이 이뤄지는 게 아니라고 말이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저 말은 완전히 맞는 말이 된다. 그러나 열정이라는 단어 역시 일처럼 동전의 양면과 같다. 그 말 자체에는 아무런 죄가 없다. 차가운 이성에는 조금도 열정이 끼어들면 안 되는 걸까? 단어를 살짝 바꿔서 열정을 열의로 해보자. 내가 아는 어떤 숍의 직원은 사장의 감시 없이 혼자 매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방문할 때마다 그에게서는 열정은커녕 일에 대해 아무런 열의를 느낄 수 없었다. 자기 일에 1%의 열정도 없는 사람이 다른 미덕인 세심함, 확실함, 주의력을 갖고 있을 리 있을까? 재고 파악조차 못하고 있고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을 준 적은 더더구나 없었다. 앞서 외과의사는 과도한 경쟁에 짓눌려 트럭운전사를 그만뒀다고 한다. 저자는 열정이라는 단어에 "지나친"이라는 부사어가 필요함을 간과한다. 지나친 열정에 비해 다른 미덕이 전혀 없다면 당연히 만족스러운 삶도 커리어도 되지 못할 것이지만 어떤 일을 꾸준히 해나가는데도 열정은 필요하다. 아무리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일을 한다해도 그 성실함을 유지하는데만도 열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후의 2~7번까지도 할 말이 많지만 그러면 서평이라기보다는 반대 논문을 써야 할 판이고 저자의 주장이 무슨 뜻인지 충분히 이해하고 동의하는 내용도 많기 때문에 하나하나 다 예를 들지는 않겠다. 저자의 주요 내용은 일을 통해 자아실현 한다는 사탕발림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아실현은 내가 해야 하는 것이고 회사는 내가 일한 만큼 정당한 보수를 제때 주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요즘 세대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말 아닌가? 이미 평생직장, 평생직업이 물 건너간지 오래이다. 또한 외국보다 자영업자 수가 폭발적으로 많은 우리나라 특성상 프렌차이즈 빵집을 운영하고 치킨을 튀기며 자아실현 하겠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 않을 것이다. 회사에서는 정해준 범위와 시간 내에서 월급 루팡 소리 듣지 않게 칼같이 일하고 또 퇴근하면 나만의 자아실현을 위해 취미활동이든 제2의 직업활동이든 하든 분들이 많아졌다. 일은 돈을 벌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하고 꿈은 제2의 활동으로 찾는 사람이 훨씬 많은 게 한국의 현실이다. 심지어 일은커녕 꿈이 없어도 자아실현과는 크게 상관이 없다. 

 

 

6번째 환상으로 등장하는 '나는 회사에서 중요한 사람이다'라는 말에는 그저 웃고 만다. 요즘도 이런 생각하는 사람이 있나 싶었기 때문이다. 이미 오래전 첫직장에서 깨달은 내용을 저자는 이제와서 주장을 하고 이 책이 독일 베스트셀러라니.. 회사 생활은 거대 기업 사장 조차도 다른 사람으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데 하물며 그 하위 톱니바퀴에 해당하는 사람들이야 더 말할 것이 있을까 싶다. 이 책에서 말하는 이런 저런 환상에 젖기에 한국은 독일보다 몇 배는 더 치열한 사회라는 생각을 하며 씁쓸하게 책장을 덮는다. 저런 환상에 빠질 정도면 살기 편한 게 아닌가하고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닌데 - 말로 먹고 사는 두 여자가 공개하는 진짜 말 잘하는 법
강연희.이명신 지음 / 지와수 / 201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대한민국에서 말 좀 한다는 두 분이 화술에 관한 책을 썼다기에 관심이 갔다. 그녀들과 달리 나는 듣는 것은 자신있었지만 말재주가 없어서 어떻게 하면 달변가까지는 아니어도 주위가 어색하지 않게 말을 잘 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이 있었다. 하드 녹는 표지 그림도 무슨 뜻인가 궁금했는데 말은 잘 못하면 녹아버린 아이스크림처럼 주워담을 수 없다는 뜻으로 넣었단다. 딱이다. 

그럼 말을 잘 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저자들 직업인 쇼호스트처럼 물흐르듯이, 빠르게 말하는 것만이 말 잘한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이분들 역시 책 속에서 직업 얘기도 많이 했지만 그보다는 일상 생활에서 응용해 볼 수 있는 말의 기술을 더 많이 실었다. 그리고 그 기술 이전에 말 잘한다는 뜻에 대해 정의를 내려주었다. '내 생각과 감정을 거부감 없이 잘 전달하고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존중하는 것'이 진짜 말 잘하는 것이란다. 자기 말만 하는 사람을 말 잘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고 또 반대로 듣기만 하고 한 마디도 하지 않는 사람 역시 말 잘한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지나치면 가볍고, 부족하면 지루해지기 쉬운 대화. 사람 사이의 대화는 연애의 밀당처럼 적절하게 밀었다가 당겼다가를 잘해야 한다는데 책 한 권을 다 읽어도 금방 이뤄어질 기술은 아니고 저자의 조언을 바탕으로 평상시 꾸준히 연습을 해야겠구나 싶다.

어찌보면 당연한 소리만 실었지만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것은 평소 마음가짐에 관한 조언이었다. 웃는 얼굴, 밝은 표정으로 긍정적인 언어와 표현을 많이 쓰면 긍정의 기운을 몰고 온다는 것이다. 그 긍정의 기운이 상대의 호감을 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니 똑같은 내용의 말을 하더라도 부정적인 표현, 어두운 얼굴은 되도록 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저자도 지적했듯이 늘 불운한 이야기, 아픈 소리, 짜증난다는 말만 한다면 처음에는 상대의 불행에 맞장구를 쳐주거나 동정을 하더라도 매번 반복되는 패턴에 결국 피하게 될 것이다. 정말 힘든 일이 있었다면 이야기 할 수도 있겠지만 매번 불평 불만만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은지 혹시 상대와 불행 배틀을 하는 관계는 아닌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또 저자는 방송을 하는 분답게 언어적인 대인기술 뿐만 아니라 비언어적 대인기술도 알려주었다. 언어적인 대인기술은 짐작할 수 있듯이 경청, 질문, 공감(추임새), 설명 등이고 비언어적인 기술은 웃는 표정, 눈빛, 가슴을 통해 나오는 진심, 몸짓 언어 등이다. 앞의 언어적인 기술은 어쩌면 훈련을 통해 어느 정도 따라할 수 있겠지만 진짜 어려운 것이 비언어적인 기술인 것 같다. 몸짓은 무의식중에 나오는 행동이라 본인이 컨트롤하기도 힘들고 표정관리도 절대 쉬운 부분이 아니다.

나는 직업적으로 말을 잘해야 하는 사람은 아니기에 세세한 코칭의 내용보다는 유명 쇼호스트로 올라서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온 저자의 모습이 더욱 인상적이었다. 같이 일하는 동료 중에는 저자의 마음에 든 사람도 있고 반대로 분노를 유발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상대가 왜 그렇게 행동할까를 먼저 생각하고 늘 관계 개선에 노력해서 결국은 친해지고야 마는 저자의 태도에 더 놀랐다. 상대의 장점을 보고자 노력하면 기어코 상대방도 장점이 많은 사람이 되어준다니 말 잘하는 사람은 달변가가 아니라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이구나라고 느꼈다. 말이라는 것이 상대와의 우호적인 관계를 위한 것일텐데 그 어떤 기술도 마음가짐보다 우선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저자는 이 점을 간파했기에 어떻게하면 말에 좋은 힘을 살리고 상대와 더 나은 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지 차분하게 조언해주고 있다. 마지막에 실린 발음교정이나 발성 연습도 도움이 많이 된다. 방송에서 배우들이 입가에 볼펜을 끼우고 연습하는 것을 보면 따라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저자가 정확한 방법을 알려주어서 재미있게 따라할 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튜브 트렌드 2020 - '알고리즘'을 알아야 세상이 보인다
김경달.씨로켓리서치랩 지음 / 이은북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마 이 책을 궁금해하는 분들은 이미 유튜브에 통달한 10, 20대나 생각보다 유튜브를 잘 쓰고 계시는 어르신들이 아니라 중간에 낀 세대가 많을 것 같다. 나 역시 블로그 세대라 유튜브가 대세하는 걸 알아도 인터넷 방송에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조잡하고 자극적이며 마이너한 개인방송이라는 편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공중파tv에서도 유튜브 스타 크리에이터들이 나오고 그들의 수익이 억 소리 난다는 얘기를 듣자 도대체 유튜브가 무엇인가 솔깃해진 게 사실이다.

 

이 책은 그렇게 유튜브에 대해 알고 싶고 요즘 유튜브 트렌드는 어떤 것인지 궁금해하는 분들에게 핵심적인 내용을 알려주는 책이다. 김경달 저자는 기자, PD를 거쳐 인터넷 포탈 기업에서 오래 근무했는데 현재는 유튜브 마케팅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책은 총 네 파트로 이루어져 있는데 첫째 파트에서는 유튜브란 무엇이고 모바일 시대에 어디까지 확장되어 있는지 그 사업 영역에 대한 소개를 했고 둘째 파트에서는 유튜브의 9대 트렌드를 읽었다. 어그로, 관종이란 말은 누구나 들어봤을 테지만 GXWM(Get X With Me의 약자)로 대표되는 공유경험의 강조, 최적화, 추억환생, 텐션병맛 등 요즘 유튜브에서 인기있는 채널들이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미처 모를 수 있는 유튜브만의 트렌드를 알기 쉽게 정리해놓았다.


셋째 파트가 가장 중요한데 요즘 뜨는 핫한 대한민국 유튜버 채널 77군데를 소개하고 있다. 이게 이 책의 핵심이다. 설명을 읽어도 잘 이해가 안 간다거나 유튜브에 대한 학문적 접근이 아니라 그들이 사는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싶다면 직접 방송을 보는 수밖에 없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유튜브도 해당된다. 저자는 단순히 구독자수 위주로 추천 채널을 선택하지 않고 먹방, 게임, 애완동물, 일상, 재테크, 취미, 영상편집, 연예인 등 실로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적으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들을 발굴해서 이미 알려진 사람 외에 이 책을 안 봤으면 잘 몰랐을 채널까지 총망라해놓았다. 유튜브에 생소한 분들도 해당 채널을 찾기 쉽게 이름뿐 아니라 QR코드를 인쇄해놓아서 찾고 싶은 채널을 쉽게 찾아 구독할 수 있다. 따라해보니 유튜브의 가장 큰 특징이 확장성, 검색이라는 말답게 하나를 찾으면 비슷한 추천 동영상을 연달아 아래 보여주었다. 유튜브에 빠지면 시간 가는줄 모르고 보게 된다는 것은 바로 저 확장성 때문이다. 검색한 관심사에 따라 줄줄히 볼만한 영상이 나오기 때문에 본인의 취향과 딱 맞는 채널이나 비디오를 찾았다면 그 이후에 볼 것도 끝이 없다.  

저자가 추천해준 채널 중 강과장의 Vlog는 특별한 영상 편집기술이나 현란한 말솜씨 없이 솔직한 직장인 생활로 관심이 갔는데 시험삼아 한 번 보니 영상보다도 제목을 뽑는 솜씨가 훌륭해서 감탄했다. 예를 들어 "내가 35살이나 처먹고 4평 원룸에 사는 이유" 같은 것만 봐도 얼마나 궁금한가? 막상 보면 별 것 없다. 직장이 광화문으로 옮겼기에 직주근접 원칙을 따라 4천만원짜리 전세 원룸을 얻은 것 뿐이고 남은 돈 1억 4천인가는 예금으로 두고 있다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평범한 이야기이다. 35살임에도 남들보다 특별히 못벌어서 4평 원룸에 사는 게 아니었다. 다음 강과장의 추천 동영상은 "일주일 0으로 살기" 같은 것인데 역시 제목만 봐도 궁금하다.  

책을 읽은 후 이 영상을 보고 느낀 것은 이런 게 바로 유튜브의 공통 특징이구나였다. 파트2에서 설명한 관종, 즉 제목만으로도 보고 싶은 관심을 끈다->요약, 유튜브의 영상물은 길지 않다. 동영상 한 편은 대개 10분 이내에 끝이 난다->공유경험, 내가 원룸에 살거나 이사 다니지 않아도 그의 설명을 따라 서울 반지하는 얼마고 중심가 원룸은 얼마고 어떤 환경인지 마치 내 경험처럼 알 수 있었다->최적화, 이 모든 방송은 유튜브라는 플랫폼에 맞게 만들어져있다->돈, 조회수와 구독자수에 따라 유튜브의 수익을 배분 받는다. 리워드 가장 핵심인데 결국 모두 자신만의 채널을 갖고 수익을 창출하라고 유혹하는 셈이다. 나머지 트렌드인 추억환생, 바보상자, 텐션병맛, 초현실은 콘텐츠에 따라 차이가 있고 앞의 5가지 특징은 거의 모든 히트 채널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셈이다.

     

네번째 파트에서는 유튜브 그 이후를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저자도 말했다시피 유튜브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 나처럼 유튜브에 빠지지 않은 인구가 아직 많고 우리나라에서 유튜브가 활성화된지도 몇 년 안 되었다. 유튜브 그 다음 플랫폼을 전망하기 보다 앞으로 기업과 브랜드가 어떻게 유튜브 마케팅을 할 것인지, 거대 권력이 되어가는 유튜브의 부작용은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지 등을 대담 형식으로 논의하고 있다.

 

가장 핵심적인 내용인 주요 채널 소개가 알차서 시간이 없는 분들은 꼼꼼하게 4파트를 다 읽지 않고 2, 3파트만 봐도 유튜브를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다. 유튜브는 확장성과 리워드 시스템으로 급격한 성장을 이루었다. 우리나라 토종기업들도 이런 플랫폼을 만드는 중요성을 인식하고 넥스트 유튜브를 준비하면 좋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카우유, 사랑해
모카우유 아빠엄마 지음 / 엔트리(메가스터디북스)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60만 유튜브 팔로워를 사로잡았다는 유명한 댕댕이 2마리를 이제야 알았다. 나도 팔로우하는 인스타 고양이는 좀 있는데 강아지는 어릴 때 키워보고 인연이 닿지 않아 모카, 우유라는 이 귀염둥이들은 책으로 만났네. 이름이 너무 귀여운데 얼굴만 봐도 누가 모카이고 누가 우유인지 금세 알 수 있다. 모카 커피색 나는 조그만 포메라이언 종이 모카, 하얗고 크고 털 뿜뿜한 사모예드 종이 우유다. 동물 에세이지만 사진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크고 귀여운 컬러 사진이 책 한 가득이다.

 

 

 

그러나 단순한 강아지 사진집은 아니고 내용을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부부의 에세이 글이 예상 외로 무척 좋다. 동물 사랑이 그대로 드러나는 솔직한 글이고 강아지를 키우고 싶은 집이라면 참고가 될 내용이 많다. 특히 어린아이와 큰 개를 같이 키워도 될 지 걱정하는 가정도 있을 텐데 강아지 둘 다 아이를 물지 않고 마치 친형제처럼 받아들이고 함께 커가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처음에는 이 집에 모카 한 마리 뿐이었는데 우유가 뒤이어 들어오고 첫째 아들 시온이, 막내딸 온유까지 아이 둘, 개 둘 식구가 늘어가고 서로 적응해가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하다. 막내인 아기와 우유가 함께 있는 장면은 마치 영화처럼 아름답다. 항상 아기를 지켜주는 크고 하얀 개. 일어나면 아기를 보러오는 작고 나이든 모카. 동물 학대하는 철없는 어린이나 청소년 기사를 보면 마음이 너무 아픈데 만약 그들도 어릴 때부터 함께 커 온 강아지나 고양이가 있었다면 그런 짓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랑은 은연중에 배우는 것이다. 동물들도 보호자가 소중히 대하는 상대를 안다. 우리집에도 아직 아기인 조카들이 놀러오는데 키우는 고양이가 절대 아기에게 손대거나 위협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저 바라볼 뿐이다.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온가족이 소중히 여기는 대상을 직감으로 알고 때로는 아기를 이뻐하는 모습을 질투하는 것도 사람 같아서 재미있다. 아이들 역시 동물과 함께 커간다면 자연스레 생명의 소중함을 배울 것이고 또 말 못하는 동물에게 순도 100%의 사랑을 받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동물은 늘 진심을 내어준다. 아이가 외로울 새가 없고 둘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친구가 된다.   

 

아직 아기가 태어가기 전, 모카는 이 집의 귀동아이가 되었고 지금도 그렇다. 이렇게 모카가 사람처럼 똑바로 누워서 자는 걸 찍어서 실었는데 우리 고양이도 어렸을 때 이런 모습으로 내 옆에서 자곤 했기 때문에 웃음이 난다. 동물들을 키우면 느끼는데 자기들이 사람인 줄 안다. 특히나 다른 개나 고양이없이 집에 유일한 동물이 자신 뿐인 경우는 더욱더 사람 같아진다. 책 속에는 이렇게 모카, 우유를 키우며 겪는 기쁨, 생각의 변화, 식구가 늘어나며 생긴 생활의 변화, 털관리나 목욕의 어려움, 산책의 중요성 등 애견인이라면 백번 공감할 이야기가 캐나다의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잔잔하게 펼쳐진다. 유튜브를 잘 안 봐서 일부러 찾아서 방송은 보지 않았지만 책을 넘기며 나만의 시간으로 모카와 우유의 일상을 감상하는 즐거움이 있다.  

 

 

특히나 캐나다는 애견인이 많고 동물인식은 훨씬 앞서있는 나라같다. 동물들이 마음껏 뛰어놀 애견공원도 많고 캠핑장도 잘 되어 있고 동물용 사료나 물건을 사러 쇼핑을 갈 때 동반하는 것도 자유롭고 개와 함께 하는 모든 일상에 불편함이 없다. 책을 읽기 전, 나는 개들 대소변을 야외에서 보게 하는데 거부감이 있었다. 왜 자기집에서 배변을 하게 하지 굳이 사람들 산책하고 운동하는 공원을 똥밭으로 만들까, 비가 오면 오줌 냄새까지 올라와서 동네 아주머니들이 짜증을 내는 소리를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캐나다 수의사들은 왜 아이들을 야외 배변 안 시키냐고 반문한다고 한다. 강아지들이 그 편을 훨씬 좋아한다는 것이다. 일부러 밖에서 볼일을 보려고 배변을 참는다니 내가 조금 불편해도 야외 볼일을 봐주는 수밖에 없겠구나 싶었고 산책하는 보호자들도 꼭 배변 봉투를 챙겨서 뒷처리를 잘하면 일반인들의 인식도 조금씩 좋아질 것 같다.


마지막 파트에는 사람들이 모카와 우유에게 궁금해하는 질문과 답을 실었다. 사모예드라는 대형견을 집안에서 키우고 있으니 불편하지는 않은지 짖지는 않는지 관리를 어떻게 해주는지 등에 대해 답변을 달아준다. 부부의 글을 읽으면서 새삼 느낀 것은 개와 고양이는 준비된 사람이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별다른 지식도 없이 20년 전부터 고양이를 키웠고 사실 그 때는 고양이 키우는 인구가 많지 않아서 요즘처럼 다양하게 사료나 약을 팔지도 않고 상식도 부족했다. 부부는 참으로 철저하게 어릴 때부터 아이들 양치 훈련도 시키고, 목욕도 익숙해지게 하고 개들에게 필수적이라는 산책을 빠짐없이 하는 등 변함없이 열성적이다. 나 역시 이제는 고령이 된 고양이를 있는 힘껏 돌보지만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내가 더 공부해서 체계적으로 키웠다면 어땠을까 특히 양치부분에서 후회가 남는다.

 

사람보다 5~6배 빠르다는 개와 고양이의 시간. 모카는 이제 겨우 8살인데도 탈모와 종양(?)을 겪는 것 같아 안타깝다. 우리 고양이는 18살이고 2년반 전부터 병원을 오가고 있다. 아픈 동물을 키운다는 것이 어떤 심정인지 잘 알고 있다. 사람도 그렇지만 동물도 인간 나이로 노년이 되면 안 아픈 곳이 없다. 동물병원에 앉아있으면 나이든 강아지들은 몰골이 말이 아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귀엽고 애처롭고 같이 온 엄마를 바라보는 그 순진한 눈을 잊을 수가 없다. 사랑에는 책임이 따른다. 가슴으로 낳고 지갑으로 기른다는 말이 농담이 아니다. 특히나 동물병원의 치료비는 보험적용이 잘 되지 않아 살인적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아직 준비가 안 된 분들은 동물을 쉽게 키우지 말고 이런 책과 유튜브를 보면서 가상으로 키우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강아지, 고양이가 주는 크나큰 기쁨 안에는 분명히 엄청난 책임과 희생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동물을 키우는 기쁨만이 아니라 그에 따르는 어려움까지 가감없이 아우르는 에세이라 좋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