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검찰수사관 - 대한민국 검찰의 오해를 풀고 진실을 찾아가는 그들의 진솔한 현장 이야기
김태욱 지음 / 새로운제안 / 201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검사에 대한 관심은 높은 반면 검찰수사관은 도대체 어떤 직업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검사내전' 등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일반적인 검사실의 모습은 검사1명, 수사관 1~2명, 실무관 1명 구성으로 이루어졌는데 요즘 드라마가 많이 현실화되다보니 책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책에서도 실제와 다르다고 지적했듯이 아직까지도 검찰수사관은 일반인들에게 검사와 같이 독립된 일을 한다기보다 검사보다 나이가 많고, 검사의 명령을 받아 일하는 하급직원의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엄연히 검찰수사관도 수사 업무를 하고 있고 검사와의 관계는 대등하고 협력적인 관계로 보아야 맞다고 한다. 검찰청 자체가 이원 조직으로 특정직인 검사가 있는 검사실과 일반직인 공무원만으로 구성된 사무국이 있다니 언뜻 검찰청에는 검사만 보였는데 인사, 복지, 수사지원 등 일반 회사처럼 총무업부가 상당히 많았고 이런 일 역시 검찰수사관들이 하고 있었다.  

 

 

 

검사 1명당 한 달에 처리해야 하는 사건 건수가 100여건인데 이 많은 사건을 혼자서 처리하는 것은 실제로 불가능할 것이다. 수사관도 부서에 따라 업무가 다르지만 형사부를 중심으로 보자면 주된 업무는 역시 조사이다. 피의자를 소환해서 조서를 받고 그 내용을 검사가 열람한 후 피의자에게 진술한 내용을 확인시킨다. 사실 이 과정은 조모 전법무부장관이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면서 어떤 식으로 조사를 받았고, 자기 사건에 대해 서류 열람이 끝났다는 둥의 기사를 읽고 '아, 피의자로 오게 되면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든 안하든 검사나 수사관이 조서를 작성한 후에는 본인이 해당 내용을 확인하는구나' 확실히 알게 되었다. 이처럼 수사관은 직접 조서도 꾸며야하는데 이 일이 여간 어려워보이지 않는다. 소환 역시 피의자가 오란다고 딱딱 그 날짜에 오지 않는다니 검찰 소환에 응하지 않아도 몇 번까지는 상관이 없는 걸까 궁금증이 인다.

 

 

 

이 책은 검찰수사관은 어떤 일을 하는지, 검사실의 수사관과 사무국의 수사관은 어떤 일을 하는지, 검사와 검찰수사관의 관계는 어떠한지, 검찰수사관을 지망하는 사람들을 위해 근무여건, 월급, 복지 등에 대해서도 상세히 나와있다. 아마 지금으로서는 그 어떤 인터넷 검색이나 유튜브 시청보다도 이 책 한 권을 읽는 것이 검찰수사관에 대해 종합적으로 알기 쉬울 것이다. 저자가 27년간 검찰수사관으로 일한 사람이고 일반인이 수사관에 대해 궁금해할 법한 많은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 한 때 공무원에 관심이 많아서 검찰직을 한 번 찾아봤는데 시험 과목 중에 형사소송법이나 형법이 들어간 것까지는 보았지만 무슨 일을 하는지는 자세히 알 수 없었다. 검찰청에서 일하고 싶은데 사법고시를 패스해야 하는 검사가 될 수 없다면 9급, 7급의 검찰직 공무원이 되어서 검찰수사관이 되는 것도 멋지고 보람될 것이다. 다만 일은 상당히 고되고 힘들어보인다. 당직도 서야 하고 5년마다 타지역으로 이동해야 하며 당연히 가족과 떨어져서 검찰에서 얻어준 숙소에 살기도 한다. 이런 저런 비용은 국가에서 지원을 해주니 아예 없는 것보다 나아보이고 국가공무원이니 휴가 등의 복지 수준도 좋아보였다. 대기업과 복리후생을 비교할 수는 없어도 책에서 나온 월급이나 복지, 연금 수준을 보면 개인의 적성에 맞기만 하다면 검찰직 공무원인 검찰수사관도 참으로 매력적인 직업이라는 생각을 했다.  

 

책에는 요즘 시끄러운 검경수사관 조정이란 무엇인지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설명도 나와있다. 그 모든 일이 최종적으로는 국민을 위한 방향으로 처리가 되면 좋은데 검찰과 경찰의 힘겨루기 또 그 윗선의 정치놀음으로 끝나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 아무튼 이런 알력다툼(?) 같은 내막과 더불어 검찰수사관과 경찰의 관계도 엿볼 수 있고 검찰수사관 뿐만 아니라 검찰에 관해 궁금한 내용을 많이 담고 있어서 유익했다. 이 책은 나처럼 검사 드라마 마니아가 읽어도 재미있지만 검찰공무원을 지망하는 분들이 읽으면 실질적으로 업무 내용을 알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자신이 앞으로 어떤 일을 하는 지도 모른채 몇 년씩 공부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만 혹 자세히 모른 채 막상 붙어도 실제 하는 일에 적응을 못한다면 더 큰 일이 아닐까 싶다. 검찰수사관은 실제로 범죄자 등을 상대로 수사를 하는 일인만큼 부서에 따라 다르긴 해도 일의 내용이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다. 미리 알아보고 내 적성에 맞겠구나라고 판단이 선다면 적극적으로 도전해 볼 만한 직업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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