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카우유, 사랑해
모카우유 아빠엄마 지음 / 엔트리(메가스터디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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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만 유튜브 팔로워를 사로잡았다는 유명한 댕댕이 2마리를 이제야 알았다. 나도 팔로우하는 인스타 고양이는 좀 있는데 강아지는 어릴 때 키워보고 인연이 닿지 않아 모카, 우유라는 이 귀염둥이들은 책으로 만났네. 이름이 너무 귀여운데 얼굴만 봐도 누가 모카이고 누가 우유인지 금세 알 수 있다. 모카 커피색 나는 조그만 포메라이언 종이 모카, 하얗고 크고 털 뿜뿜한 사모예드 종이 우유다. 동물 에세이지만 사진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크고 귀여운 컬러 사진이 책 한 가득이다.

 

 

 

그러나 단순한 강아지 사진집은 아니고 내용을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부부의 에세이 글이 예상 외로 무척 좋다. 동물 사랑이 그대로 드러나는 솔직한 글이고 강아지를 키우고 싶은 집이라면 참고가 될 내용이 많다. 특히 어린아이와 큰 개를 같이 키워도 될 지 걱정하는 가정도 있을 텐데 강아지 둘 다 아이를 물지 않고 마치 친형제처럼 받아들이고 함께 커가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처음에는 이 집에 모카 한 마리 뿐이었는데 우유가 뒤이어 들어오고 첫째 아들 시온이, 막내딸 온유까지 아이 둘, 개 둘 식구가 늘어가고 서로 적응해가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하다. 막내인 아기와 우유가 함께 있는 장면은 마치 영화처럼 아름답다. 항상 아기를 지켜주는 크고 하얀 개. 일어나면 아기를 보러오는 작고 나이든 모카. 동물 학대하는 철없는 어린이나 청소년 기사를 보면 마음이 너무 아픈데 만약 그들도 어릴 때부터 함께 커 온 강아지나 고양이가 있었다면 그런 짓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랑은 은연중에 배우는 것이다. 동물들도 보호자가 소중히 대하는 상대를 안다. 우리집에도 아직 아기인 조카들이 놀러오는데 키우는 고양이가 절대 아기에게 손대거나 위협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저 바라볼 뿐이다.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온가족이 소중히 여기는 대상을 직감으로 알고 때로는 아기를 이뻐하는 모습을 질투하는 것도 사람 같아서 재미있다. 아이들 역시 동물과 함께 커간다면 자연스레 생명의 소중함을 배울 것이고 또 말 못하는 동물에게 순도 100%의 사랑을 받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동물은 늘 진심을 내어준다. 아이가 외로울 새가 없고 둘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친구가 된다.   

 

아직 아기가 태어가기 전, 모카는 이 집의 귀동아이가 되었고 지금도 그렇다. 이렇게 모카가 사람처럼 똑바로 누워서 자는 걸 찍어서 실었는데 우리 고양이도 어렸을 때 이런 모습으로 내 옆에서 자곤 했기 때문에 웃음이 난다. 동물들을 키우면 느끼는데 자기들이 사람인 줄 안다. 특히나 다른 개나 고양이없이 집에 유일한 동물이 자신 뿐인 경우는 더욱더 사람 같아진다. 책 속에는 이렇게 모카, 우유를 키우며 겪는 기쁨, 생각의 변화, 식구가 늘어나며 생긴 생활의 변화, 털관리나 목욕의 어려움, 산책의 중요성 등 애견인이라면 백번 공감할 이야기가 캐나다의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잔잔하게 펼쳐진다. 유튜브를 잘 안 봐서 일부러 찾아서 방송은 보지 않았지만 책을 넘기며 나만의 시간으로 모카와 우유의 일상을 감상하는 즐거움이 있다.  

 

 

특히나 캐나다는 애견인이 많고 동물인식은 훨씬 앞서있는 나라같다. 동물들이 마음껏 뛰어놀 애견공원도 많고 캠핑장도 잘 되어 있고 동물용 사료나 물건을 사러 쇼핑을 갈 때 동반하는 것도 자유롭고 개와 함께 하는 모든 일상에 불편함이 없다. 책을 읽기 전, 나는 개들 대소변을 야외에서 보게 하는데 거부감이 있었다. 왜 자기집에서 배변을 하게 하지 굳이 사람들 산책하고 운동하는 공원을 똥밭으로 만들까, 비가 오면 오줌 냄새까지 올라와서 동네 아주머니들이 짜증을 내는 소리를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캐나다 수의사들은 왜 아이들을 야외 배변 안 시키냐고 반문한다고 한다. 강아지들이 그 편을 훨씬 좋아한다는 것이다. 일부러 밖에서 볼일을 보려고 배변을 참는다니 내가 조금 불편해도 야외 볼일을 봐주는 수밖에 없겠구나 싶었고 산책하는 보호자들도 꼭 배변 봉투를 챙겨서 뒷처리를 잘하면 일반인들의 인식도 조금씩 좋아질 것 같다.


마지막 파트에는 사람들이 모카와 우유에게 궁금해하는 질문과 답을 실었다. 사모예드라는 대형견을 집안에서 키우고 있으니 불편하지는 않은지 짖지는 않는지 관리를 어떻게 해주는지 등에 대해 답변을 달아준다. 부부의 글을 읽으면서 새삼 느낀 것은 개와 고양이는 준비된 사람이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별다른 지식도 없이 20년 전부터 고양이를 키웠고 사실 그 때는 고양이 키우는 인구가 많지 않아서 요즘처럼 다양하게 사료나 약을 팔지도 않고 상식도 부족했다. 부부는 참으로 철저하게 어릴 때부터 아이들 양치 훈련도 시키고, 목욕도 익숙해지게 하고 개들에게 필수적이라는 산책을 빠짐없이 하는 등 변함없이 열성적이다. 나 역시 이제는 고령이 된 고양이를 있는 힘껏 돌보지만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내가 더 공부해서 체계적으로 키웠다면 어땠을까 특히 양치부분에서 후회가 남는다.

 

사람보다 5~6배 빠르다는 개와 고양이의 시간. 모카는 이제 겨우 8살인데도 탈모와 종양(?)을 겪는 것 같아 안타깝다. 우리 고양이는 18살이고 2년반 전부터 병원을 오가고 있다. 아픈 동물을 키운다는 것이 어떤 심정인지 잘 알고 있다. 사람도 그렇지만 동물도 인간 나이로 노년이 되면 안 아픈 곳이 없다. 동물병원에 앉아있으면 나이든 강아지들은 몰골이 말이 아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귀엽고 애처롭고 같이 온 엄마를 바라보는 그 순진한 눈을 잊을 수가 없다. 사랑에는 책임이 따른다. 가슴으로 낳고 지갑으로 기른다는 말이 농담이 아니다. 특히나 동물병원의 치료비는 보험적용이 잘 되지 않아 살인적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아직 준비가 안 된 분들은 동물을 쉽게 키우지 말고 이런 책과 유튜브를 보면서 가상으로 키우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강아지, 고양이가 주는 크나큰 기쁨 안에는 분명히 엄청난 책임과 희생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동물을 키우는 기쁨만이 아니라 그에 따르는 어려움까지 가감없이 아우르는 에세이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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