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툰 시즌2 : 1 : 우리는 가족으로 살기로 했다 비빔툰 시즌2 1
홍승우 카툰, 장익준 에세이 / 트로이목마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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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린 홍승우 작가는 과거 한겨레 신문에서 "비빔툰"이라는 생활만화를 오래 그린 작가인데 이번에 그 비빔툰이 시즌2로 돌아왔다. 나는 신문 연재했을 당시에는 비빔툰 만화를 읽어본 적이 없어서 어떤 내용인지 전혀 모르기 때문에 그의 만화는 처음인 셈이다. 작가 연배가 있어서 그런가 요즘 애들이 읽는 웹툰 느낌은 아니고 현대 가족물인데도 그림체 때문인가 어딘가 복고적이고 레트로하다. 처음에는 배경이 현대인줄 모르고 1990년대나 80년대 이야기로 착각했다.

가족만화라 특별히 어떤 놀랄만한 사건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좀 올드하고 싱겁다고도 생각했는데 웬걸 읽어보니 계속 페이지를 넘기게 되는 재미가 있다. 정말 예전 신문연재 만화를 읽는 듯한 간이 세지 않지만 은근히 중독성 있는 만화다! 게다가 왼쪽 페이지에는 그 페이지만 읽어도 깔끔하게 일단락되는 만화가 실려있고(예전 신문만화가 그랬다) 오른쪽 페이지는 장익준 작가가 에세이를 써서 동시에 만화와 글을 모두 즐길 수 있어서 색다른 시도였다.

 

1999년도에 한겨레에 연재한 비빔툰은 젊은 부부와 좀 더 어린 아이가 주인공이었다면 지금 이 시즌2는 부부가 나이도 들고 아이들도 그렇게 어리지 않다. 초딩 고학년과 중학생 정도의 자녀로 보인다. 아들은 게임광이고 딸은 뷰티 유튜버를 꿈꾸고 있다.

 

이번에 대출을 끼고 집을 사면서 애들도 전학을 가는데 그 애들이 학교 가서 벌어지는 이야기도 나온다. 마찬가지로 새로 이사간 집의 옆집에 사는 사람들, 전세만 15년째 살면서도 각종 집수리에 도가 텄지만 정작 자기집은 전세라 못 고치는 레옹과 마틸다 부부, 이혼한 직장 동료 이야기 등 흔히 볼 수 있지만 나름 특징이 있는 주변 인물들이 꽤 많이 등장한다. 그들 이야기도 후반부로 갈수록 재미있어진다. 2권이 기대되는 이유다.

작가는 정보통 가족이 아니라 김보통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가족 이야기를 그렸는데 이게 요즘 사회에서는 그렇게 평범한 이야기도 아니라는 게 아이러니하다. 작가가 그린 정보통 가족 정도면 정말 화목한 가족이라 현실적인 가족만화라기보다는 이상적인 가족만화를 그린 일종의 가족 판타지물처럼 느껴진다. 가족을 사랑하고 그들을 위해 일하는 화이트칼라 직장인 아버지와 전업주부인 어머니, 대출받아서 산 낡은 아파트, 공부에 취미는 없지만 착하고 건강한 아이들, 귀여운 애완견 토리까지. 약간 가난하다는 점만 빼만 딱히 단점을 찾을 수 없다.

 

 

위의 만화는 아내가 동창회를 하고 온 날, 친구들은 명품을 휘감고 와서 자랑을 하고 그런 거 하나 없는 초라한 모습에 조금 속이 상한 아내가 집으로 돌아온 날의 에피소드이다. 학교 다닐 때는 다 고만고만한 친구들이 나이를 먹으면 돈과 지위에 따라 태도가 달라진다. 인간은 어쩔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자 속물이라 그런 걸까. 아무튼 집에 오니 돈은 별로 못 벌어도 마음 따뜻하고 눈치까지 빠른 남편이 라면을 끓여준다. 이렇게 센스가 좋은 남자라면 당연히 사랑받는 거 아닌가 싶어서 웃으면서 봤고 아내가 주늑든 이야기가 마음이 아파서 기억에 남는다.

 

이 책에는 이렇게 유독 가족, 식구, 닮은 얼굴, 피를 나눈 끈끈한 사이 이런 말이 많이 나온다. 그런 주제에 맞게 에피소드도 모난 데 없이 따뜻하다. 과연 쌍문동 둘리네 고길동씨 가족도 아닌데 이런 집이 있나 싶을 정도지만 또 없으리란 법도 없다. 지극히 보통의 서민 가정이 모델이니까.

하지만 에세이에서도 지적했듯이 가족이란 편할 때는 무얼 하지 않아도 좋지만 불편하기 시작하면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버겁다는 말에 공감이 간다. 바로 그 양극단에 모두 닿아있는 게 가족이라 사이좋은 가족이 등장하는 이 만화가 다수의 불편한 가족을 알고 있는 내게는 일종의 판타지물처럼 느껴진다는 게 아이러니였다. 또 사이좋고 이상적인 가족을 다루는 만화이기에 좀 더 편안하고 재미있게 볼 수 있기도 했다. 굳이 무슨 일이 일어나진 않을지 긴장하며 보는 만화가 아니란 소리다.

 

 

현실의 가족은 점점 해체되어 1인 가족이 늘어나는 추세라지만 만화라도 그렇지 않으면 어떠랴. 좀 밋밋하면 어때? 이렇게 별 문제 없고 별탈 없는 가족이 진짜로 많아졌으면 좋겠다. 읽으면 읽을수록 힐링이 되는 요즘 흔치 않는 가족만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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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비 온 뒤를 걷는다 - 눅눅한 마음을 대하는 정신과 의사의 시선
이효근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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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에 다니던 환자의 에세이나 진료과목이 내과인 의사의 에세이는 읽어봤지만 정신과 의사의 에세이는 처음이다. 나도 여전히 신경정신과가 정식명칭인 줄 알고 있었는데 요즘은 "정신건강의학과"라고 불린단다. 아무리 그 이름을 산뜻하게 바꾼들 일반인이 가진 정신과에 대한 편견이 쉽사리 바뀌긴 어려울 듯 하다.

 

 

저자는 정신과 분야 중 가장 고난도에 해당하는 조현병 환자들을 주로 돌본다. '조현병이 뭐지?'하고 익숙치 않은 분들도 정신분열병이라고 단어를 바꾸면 금방 알아들으실 거 같다. 정신이 분열되는 병이라니.. 단어만 들어도 뜨끔하다.

드라마에 나오는 환청이나 망상에 사로잡힌 폭력적인 환자의 모습은 조현병의 양성증상이 발현된 것이고 사고빈곤이나 의욕상실, 무감동증 같이 사람이 식물화 되는 것은 음성증상이라고 한다. 초반에는 양성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이 만성화 단계에 이르면 두 가지 증상이 다 나타나거나 정서적인 반응이 점점 없어지는 음성증상 쪽으로 간다는 설명에 마음이 안 좋았다.

차라리 화를 내고 과한 행동을 하는 것이 더욱 인간다운 것은 아닐까? 초점 없이 멍한 눈으로 종일 앉아만 있거나 종국에는 가족과 자신의 존재조차 잊어버린다니 여전히 이 병은 무섭다.

저자가 정신과 의사이다보니 병원 이야기나 공부하는 과정, 혹은 이렇게 조현병에 대한 증상이나 실제 이 병을 앓고 있는 만성 환자에 대한 일화도 있지만 그 분량이 많지는 않고 오히려 정신과 의사의 시선으로 보는 외부 세계 이야기가 가장 많이 실렸다. 잡학다식한 분이고 정신과 의사답게 관찰력이 뛰어나서 일상적인 에세이조차 굉장히 세련되고 정밀하게 묘사하는 글이 많았다.

그 중 나는 희한하게도 "미식가의 사색"이라는 책 속의 특집 코너같은 페이지가 제일 재미있었다. 나 자체가 식도락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지만 이 분이 묘사하는 현실적인 음식의 맛은 답답한 만성질환의 세계를 불현듯 함께 벗어나 책을 읽는 독자들도 갑자기 숨통이 좀 트이는 느낌이라고 할까..

세상일이 다 그렇듯이 우울증이나 조현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만 삶이 좀처럼 진전이 안되고 답답하다고 느낄까? 저자가 지적한 것처럼 우리의 인생은 모두 비온 뒤를 걷는 것처럼 태풍 같은 세월, 강렬한 소나기보다 "비 온 뒤"의 진창길을 걷는 지리멸렬한 수습의 시간이 아니던가? 예기치 않은 고통의 시간을 겪고 그 상처가 너무 커서 병이 된 사람들, 그러나 어쩔 수가 없다. 치료가 잘 안되고 시간이 거의 평생이 걸리더라도 묵묵히 인내하며 나아가야 하고 또 그러다보면 나아져서 좀 더 나은 일상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환자가 아닌 모든 사람들도 인생의 굴곡을 겪고 지루한 인생을 감내해야 하듯이..

다시 내가 가장 재밌었던 음식 이야기로 돌아와서, 143p의 "참는 자에겐 식은 핫도그가 남나니"를 잠시 보여드린다.

바로 중년의 이효근 선생이 꼬꼬마(?) 재수생이던 시절, 재수학원을 마치고 집에 가는 정류장에 앞 노점에서 싸구려 핫도그를 팔았는데 그게 그렇게 먹고 싶었다는 거다. 혈기왕성한 시절이라 집에 갈 때 즈음이면 너무 배도 고프고 핫도그가 먹고 싶었지만 독한 마음을 먹고 1년 동안 핫도그를 단 한번도 사먹지 않았다고 한다. 친구들은 대학가서 자유를 만끽할 때 재수생인 그는 자중과 자제의 상징으로 "핫도그 안 먹기"를 선택했던 것이다.

독하다. 1년 동안 내내 버스정류장에서 돼지고기에 밀가루를 씌워 기름에 튀긴 그 고소한 냄새를 참고 매번 버스에 오른 선생. 그는 "만족지연"이란 유명한 실험을 자신에게 한 셈이다. 물론 핫도그 맛이야 거기서 거기이고 1년 후에 먹어봤자 별로 맛도 없었다는 결론은 나도 이미 선생이 말하기 전에 내 몸으로 시험해 본 터라 알고 있다. 하지만 "마시멜로 이야기"라는 베스트셀러에서 소개된 마시멜로 실험이 실은 아무 의미가 없는 실험이었다는 뒷 이야기는 선생의 설명을 듣고야 알았다. 인내심과 향후 사회적 성취와는 아무 연관이 없다니 충격 아닌가? 실험에 참가한 백인 중산층 아이들은 나중에 보상을 충분히 해줄 부모 밑에서 자랐지만, 흑인 저소득층 아이들에겐 당장 먹어치우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논리가 참으로 설득력이 있다. 애초에 그들은 출발점이 다른데 엉뚱한 경쟁을 한 셈이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런 결과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인내심과 미래 사회적 성취 사이에 모종의 관계가 있을 거 같은 기분은 왜 드는 것일까? 그 때 핫도그를 먹지 않고 당당히 대학에 합격한 후에 먹겠다던 재수생이 지금 유명 정신과 의사가 되어서일까?

참았던 핫도그 맛이 나중에 먹어봐야 먹고 싶을 그 당시보다 훨씬 맛없다는 사실과 상관없이 현재의 즐거움에 몰두해서 할 일을 하지 않는다면 그 누구인들 성공할 수 있으랴.. 시험결과의 왜곡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정설로 받아들여진 건 납득할 만한 요소가 있어서일지도 모르겠다. 이 마시멜로 실험 말고 뒤이어 바로 나오는 스탠퍼드 감옥 실험 이야기는 더욱 재미있었다. 행정학 책에도 소개되었던 이 유명실험도 조작이었다니?

하지만 여기서 그 이야기를 다 할 필요는 없고 궁금한 독자를 직접 이 책을 읽어보시라. 그리고 그런 자잘한 정신과적 실험 이야기보다 저자의 외할머니가 "니 이 무 봔?"하고 물어보며 해주셨다는 덴뿌라와 이북만두 이야기를 읽으면 진짜 파블로프의 개처럼 침이 고이는 희한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아무리 인생이 비 온 뒤의 진창길을 걷는 것이라지만 비온 뒤에 구름을 뚫고 나오는 그 환한 햇살이 아예 없다면 너무 우울하지 않으리? 그가 할머니 돌아가시고도 오랫동안 할머니의 소울푸드 흉내라도 내는 음식을 찾아헤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우리는 강렬한 나쁜 기억을 애써 몰아내고 조그만 좋은 기억을 잊지 않도록 자꾸만 되새겨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비온뒤를걷는다 #알에이치코리아 #조현병 #트라우마 #정신과의사 #책추천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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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먹는 메론빵
이현서 외 지음, 김하랑 외 그림 / 북극곰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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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어린이들이 쓴 시를 모아 시집을 낸 게 이 "혼자 먹는 메론빵"이다. 맞다, 그 유명한 전라도 곡성군에 사는 아이들이다.

 

제목이 너무나 귀여운데 이 제목은 조명구 어린이의 "돼지"라는 시에서 따온 것이다.

잠깐 인용하자면 (p.27)

제목: 돼지- 조명구(6학년)

내 동생은 돼지

내가 먹고 있으면 다 뺏어 먹는다

밥을 뺏어 먹는다

과자도 뺏어 먹는다

우유도 뺏어 먹는다

계란후라이도 뺏어 먹는다

채소만 빼고 다 뺏어 먹는다

안 주면 아빠에게 혼나

안 주면 엄마에게 혼나

집에서

혼자 먹는 메론빵은

그래서 달달하다.

으아..이런 솔직함! 나도 꼬꼬마 시절에 시화부에 들었다. 매주 한 번씩 모여서 이렇게 시를 쓰곤 했는데 선생님 칭찬을 듣고 싶어서 과하게 잘 쓰려고 하면 도리어 시가 나오지 않았다. 시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솔직해야 한다. 열심히 쓰려고 하면, 더 잘하려고 하면 잘 안 된다. 순전히 나의 경험적인 이야기다. 전문시인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중간중간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도 삽화로 들어가있는데 이거 찾아보는 게 또 꿀잼이다. 여기 곡성 어린이들은 훈련받은 시인도 아닌데 위트도 있고 감동도 있는 시를 자유자재로 쓴다. 쉽게 쓰인 시만 있는 것은 아니다. 꽤 고민 끝에 나온 짧지만 굵은 한 방도 있다. 미래에 대한 고민도 있고 이뤄지지 않은 첫사랑의 아픔을 토로하기도 하고 어른들의 위선을 까발리기도 한다.

"감옥" 이라는 시를 읽고 깜짝 놀랐다. 공부하라는 엄마의 성화에 방에 갇힌 아이는 이미 엄마가 뉴스 아닌 웹툰을 보는 것을 알고 있다. 아이 역시 공부하는 척 하면서 게임을 한다. 어른들은 자신들도 하기 싫은 일을 아이에게 강요하곤 한다. 이 시의 제목이 감옥이라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보기 좋게 복수하는 아이. 애들에게 공부하라고 잔소리하기 전에 어른들도 그 고행에 동참해야 할 거 같다. 아이는 부모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 쉽게 들통나는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다.

 

 

이어서 또 다른 동시 하나, "파리의 별명"을 여러분께 소개한다.

"해로운 녀석, 기도하는 녀석, 날렵한 녀석, 기분 나쁜 녀석."

세상에.. 이보다 더 파리의 특징을 잘 잡은 글을 본 적이 있는가? 기도하는 녀석이라니.. 이런 상상력은 처음인데 완전 찰떡 같은 묘사 아닌가?

이 시 옆에 파리 그림 보이시는지? 너무 잘그려서 기절이다. 심지어 김하랑 화백은 6살이다. 어쩌면 좋누? ㅋㅋ 책 곳곳에 있는 김화백의 삽화를 보자니 그의 미래가 너무나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싶은 동시는 "달팽이"

이 시집 한 권 읽다보니 계속 같은 저자 몇 명이 돌아가면서 썼는데 참고로 나는 조명구 시인의 팬이다.

"명구보다 느린 달팽이. 지나가던 명구한테 밟히고 꼬마에게 납치되고 그렇게 하루하루를 힘들게 산다."

아.. 처음에 대충 읽을 때는 명구보다 느린 달팽이, 응? 명구가 누구야? 으아.. 이 녀석!! 지은이네.. ㅋㅋㅋ 이랬다.

이렇게 위트있는 시인은 여태 본 적이 없다. 달팽이를 보고 자기보다 느리고, 아이인 자신에게 납치되고 하루하루 힘들게 산다고 투영하는 그 마음이 너무 귀엽고 예쁘다. 자신의 이름을 이렇게 당당하게 시 안에 집어넣는 모습을 보며 '시를 공부한다는 것은 정말로 어리석구나, 예술한다는 이들은 필히 참고해야 할 시집이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 자신감, 너무 멋지다.

 

이 시집이 재미있고 간간히 성인 독자를 화들짝 놀라게 하는 이유는 어른은 생각도 못한 그 창의력과 대담함 때문이다. 어른이 쓰는 동시는 이럴 수가 없다. 어딘가에서 어른이 아이 흉내내는 것 같은 기묘함이 느껴지게 마련이다.

맨 뒷장에 시집을 엮은 편집장은 누구나 시를 쓸 수 있다고 한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응원하는 시집이라고도 했다. 맞는 말이다. 특정인만 예술을 하는 게 아니다. 할머니들의 시를 모아 시집도 내고 그림책도 냈다고 한다. 글을 모르는 어르신들을 모아 글을 알려주고, 이후에는 시를 쓰고 다음에는 그림책까지.. 왜인지 그 모든 작업을 생각하니 뭉클해진다.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바를 몸으로 옮기면 곧바로 실현되는 것이 삶이다"라는 말이 가슴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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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뭉치퀸 매머드의 스타 앨범 - 빙하기 스타들의 비밀 북극곰 궁금해 4
마이크 벤튼 지음, 롭 호지슨 그림,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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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뭉치퀸 매머드의 스타앨범'은 빙하기 거대 동물들에 관심있는 어린이라면 백과사전식 구성이라 학구적이면서도 흥미롭게 읽을 그림책입니다.

내용은 다소 어려운 부분도 있는데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서 별명을 따로 지어준 점이 좋았어요.

 

 

 자이언트 테라톤은 새 종류이니 이름을 "나라올라"로, 자이언트 짧은얼굴곰은 "싹쓸이 다내꽁"으로 부르는 식입니다.

아직 애들은 맞춤법을 모르니까 차라리 발음나는대로가 편할 거라 생각했구요. 어려운 동물 이름을 친숙하게 부르고 기억할 수 있도록 한 세심한 장치였네요.

총 18가지 동물과 네안데르탈인 소개가 나와있습니다.

 

이 페이지가 목차입니다. 빙하기에 추웠던 이유, 털매머드를 녹이는 방법,

네안데르탈인을 만나다, 타르 웅덩이, 빙하기 용어까지 알찬 구성입니다.

책은 빙하기에 대한 개념부터 설명하고 시작합니다. 지구의 기온이 갑자기 떨어져서 오랫동안 낮은 온도가 유지되어 빙하기가 되었고 아직 우리도 조금 따뜻한 단계에 온 것일 뿐 이 멋진 동물들과 같은 빙하기에 속한다는 게 신기했네요.

 

그림이 무척 화려하고 시원시원한 크기라 내용보다 훨씬 눈을 사로잡는 효과가 큽니다. 척추동물 고생물학 교수인 마이클 벤튼씨가 글을, 영국의 일러스트레이터인 롭 호지슨이 그림을 그렸는데 글로는 각 동물들의 특징과 사이즈, 생태을 알려주고 그림으로는 즉각적인 이해를 돕는 식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림에 더 점수를 주고 싶네요.

 

 

아이들이 빙하기 시대의 동물들은 실제 본 적이 없기 때문에 동물 그림을 무척 좋아했거든요. 그것도 유인원과 뿐만 아니라 호랑이, 말, 사슴, 이리, 바늘 두더지, 뱀, 물고기, 새까지 지구상에 존재했던 다채로운 종류가 거의 다 들어있어서 기존에 알고 있는 요즘 동물과 비슷한 것을 찾아보고

서로 이야기할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가로, 세로 자유자재로 그림 배치를 한 것도 상상력을 자극했고 아마존강에 살던 티타노보바뱀이나 검치연어는 강렬한 색깔을 써서 처음 볼 때 눈이 휘둥그레졌네요.

 

 

 

작가가 그림을 그릴 때 많은 궁리를 한 흔적이 엿보이는 책이에요. 보통 남자어린이들은 공룡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데 빙하기 동물들도 공룡만큼이나 스케일이 커서 그런지 호기심을 많이 자극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네안데르탈인에 대한 설명을 지나면 마지막에는 미국 로스엔젤레스에 있다는 라브레아 타르 웅덩이 소개까지 나오죠. 이 라브레아 타르 웅덩이는 실제로 LA에 있는 행콕 파크 지역에 존재해요. 그림 속 배경으로 할리우드 간판도 보이고 재미납니다. 공룡 관련책은 많이 갖고 있지만 빙하기 동물을 소개한 책은 처음이라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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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티시아의 친절한 프랑스 펀치니들 - 기초부터 차근차근 펀치니들 소품 만들기
레티시아 달비스 지음, 김자연 옮김 / 이덴슬리벨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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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집콕하느라 힘든데 이럴 때 하기 좋은 취미 같아서 펀치니들 책을 읽어봤다. 나도 바느질이라면 정교하게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하는데 자수를 제대로 배워본 적은 없다. 그러나 이 펀치니들 책을 읽으니 어느정도 자신감이 생긴다. 펀치니들은 일반 프랑스 자수와는 달리 실이나 바늘이 가늘지 않다. 이것도 물론 호수가 있어서 굵기를 조절할 수 있지만 한땀한땀 시간도 오래 걸리고 실도 아주 가는 프랑스 자수에 비하면 초심자도 도전하기 쉬운 편이다. 간단한 작품이라면 대략 하나 완성하는데 한시간에서 시간반 정도 걸리는 것 같다.

 

 

 

 

'레티시아의 친절한 프랑스 펀치니들'이라고 해서 레티시아가 닉네임인 줄 알았는데 저자 소개를 읽어보니 프랑스 여인이었네. 취미로 시작한 바느질이 뜨개질 공예로 발전하면서 이렇게 책까지 낼 정도로 전문가가 된 케이스이다. 짝짝짝 박수를 치고 싶다.

펀치니들은 Punch needle, 바늘에 두꺼운 실을 가운데 홈으로 통과시켜서 펑펑펑 펀칭을 하는 방식이다. 자수와 뜨개질의 중간형태 같다. 책에서 본 도구도 하나같이 신기하기만 하고 바늘조차 일반적인 바늘과 달리 가운데 긴 홈이 있고 a, b, c, d나 숫자가 써있어서 설정을 해서 쓰는 식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이 펀치니들 자수를 즐기는 층이 늘어나는 추세라 이런 책이 더욱 반갑다. 인터넷을 좀 찾아보니 몽스 패브릭이나 DMC펀치니들 등 많이 쓰이는 도구가 수입되어 팔리고 있었다.

 

 

 

학용품을 참 좋아했는데 펀치니들은 바늘만이라도 소장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실 꿰는 방식도 특이하지만 바늘 모양은 더욱 귀엽다. 초보자는 이 바늘 꿰는게 도안 따라 펀칭하는 것보다 어렵다고 한다.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작품을 만들고 난 후의 그 두꺼운 털실이 주는 질감이다. 몽글몽글, 폭신폭신하고 어딘가 성겨서 따뜻하고 안정감을 준다. 한가지 색만으로 작품을 만드는 경우는 거의 없고 여러가지 색실, 또 굵기도 달리해서 변화를 줄 수 있다. 책에는 안대나 가방, 쿠션 만드는 법까지 나와있고 각각의 도안과 패턴을 모두 수록해서 초보자도 단계를 밟아가면 언젠가 다 따라할 수 있을 거 같다. 미싱이 있으면 벽걸이 외에 가방이나 파우치 등 훨씬 다양한 작품을 만들 수 있겠지만 손바느질로도 가능한 초보자 작품도 다양하게 실려있어서 아쉬움을 덜 수 있었다.

 

 

가장 따라하고 싶었던 것은 '이건 꿈일까 안대'. 이런 안대하고 자면 잠이 더 안 올 거 같긴 한데 저자가 디자이너라 그런가 작품이 무척 세련되었다. 중급은 되야 흉내라도 낼 거 같아서 일단 참지만 조만간 펀치니들 도전하고 싶다. 이 책은 나와 같은 펀치니들 새싹들에게 독학으로도 얼마든지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준비재료, 도안 만들기, 사용하는 실의 색상과 대략적인 양까지 전부 써있다. 또 어려운 부분은 "주의하세요"로, 바꿔도 되는 부분은 "변형 방법"으로 한가지 자수법이 아니라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격려하고 있다. 집에서 즐기는 취미로도 좋아보이지만 수준이 올라가면 다양한 패브릭 작품으로 응용할 수 있어서 더욱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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