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툰 시즌2 : 1 : 우리는 가족으로 살기로 했다 비빔툰 시즌2 1
홍승우 카툰, 장익준 에세이 / 트로이목마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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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린 홍승우 작가는 과거 한겨레 신문에서 "비빔툰"이라는 생활만화를 오래 그린 작가인데 이번에 그 비빔툰이 시즌2로 돌아왔다. 나는 신문 연재했을 당시에는 비빔툰 만화를 읽어본 적이 없어서 어떤 내용인지 전혀 모르기 때문에 그의 만화는 처음인 셈이다. 작가 연배가 있어서 그런가 요즘 애들이 읽는 웹툰 느낌은 아니고 현대 가족물인데도 그림체 때문인가 어딘가 복고적이고 레트로하다. 처음에는 배경이 현대인줄 모르고 1990년대나 80년대 이야기로 착각했다.

가족만화라 특별히 어떤 놀랄만한 사건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좀 올드하고 싱겁다고도 생각했는데 웬걸 읽어보니 계속 페이지를 넘기게 되는 재미가 있다. 정말 예전 신문연재 만화를 읽는 듯한 간이 세지 않지만 은근히 중독성 있는 만화다! 게다가 왼쪽 페이지에는 그 페이지만 읽어도 깔끔하게 일단락되는 만화가 실려있고(예전 신문만화가 그랬다) 오른쪽 페이지는 장익준 작가가 에세이를 써서 동시에 만화와 글을 모두 즐길 수 있어서 색다른 시도였다.

 

1999년도에 한겨레에 연재한 비빔툰은 젊은 부부와 좀 더 어린 아이가 주인공이었다면 지금 이 시즌2는 부부가 나이도 들고 아이들도 그렇게 어리지 않다. 초딩 고학년과 중학생 정도의 자녀로 보인다. 아들은 게임광이고 딸은 뷰티 유튜버를 꿈꾸고 있다.

 

이번에 대출을 끼고 집을 사면서 애들도 전학을 가는데 그 애들이 학교 가서 벌어지는 이야기도 나온다. 마찬가지로 새로 이사간 집의 옆집에 사는 사람들, 전세만 15년째 살면서도 각종 집수리에 도가 텄지만 정작 자기집은 전세라 못 고치는 레옹과 마틸다 부부, 이혼한 직장 동료 이야기 등 흔히 볼 수 있지만 나름 특징이 있는 주변 인물들이 꽤 많이 등장한다. 그들 이야기도 후반부로 갈수록 재미있어진다. 2권이 기대되는 이유다.

작가는 정보통 가족이 아니라 김보통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가족 이야기를 그렸는데 이게 요즘 사회에서는 그렇게 평범한 이야기도 아니라는 게 아이러니하다. 작가가 그린 정보통 가족 정도면 정말 화목한 가족이라 현실적인 가족만화라기보다는 이상적인 가족만화를 그린 일종의 가족 판타지물처럼 느껴진다. 가족을 사랑하고 그들을 위해 일하는 화이트칼라 직장인 아버지와 전업주부인 어머니, 대출받아서 산 낡은 아파트, 공부에 취미는 없지만 착하고 건강한 아이들, 귀여운 애완견 토리까지. 약간 가난하다는 점만 빼만 딱히 단점을 찾을 수 없다.

 

 

위의 만화는 아내가 동창회를 하고 온 날, 친구들은 명품을 휘감고 와서 자랑을 하고 그런 거 하나 없는 초라한 모습에 조금 속이 상한 아내가 집으로 돌아온 날의 에피소드이다. 학교 다닐 때는 다 고만고만한 친구들이 나이를 먹으면 돈과 지위에 따라 태도가 달라진다. 인간은 어쩔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자 속물이라 그런 걸까. 아무튼 집에 오니 돈은 별로 못 벌어도 마음 따뜻하고 눈치까지 빠른 남편이 라면을 끓여준다. 이렇게 센스가 좋은 남자라면 당연히 사랑받는 거 아닌가 싶어서 웃으면서 봤고 아내가 주늑든 이야기가 마음이 아파서 기억에 남는다.

 

이 책에는 이렇게 유독 가족, 식구, 닮은 얼굴, 피를 나눈 끈끈한 사이 이런 말이 많이 나온다. 그런 주제에 맞게 에피소드도 모난 데 없이 따뜻하다. 과연 쌍문동 둘리네 고길동씨 가족도 아닌데 이런 집이 있나 싶을 정도지만 또 없으리란 법도 없다. 지극히 보통의 서민 가정이 모델이니까.

하지만 에세이에서도 지적했듯이 가족이란 편할 때는 무얼 하지 않아도 좋지만 불편하기 시작하면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버겁다는 말에 공감이 간다. 바로 그 양극단에 모두 닿아있는 게 가족이라 사이좋은 가족이 등장하는 이 만화가 다수의 불편한 가족을 알고 있는 내게는 일종의 판타지물처럼 느껴진다는 게 아이러니였다. 또 사이좋고 이상적인 가족을 다루는 만화이기에 좀 더 편안하고 재미있게 볼 수 있기도 했다. 굳이 무슨 일이 일어나진 않을지 긴장하며 보는 만화가 아니란 소리다.

 

 

현실의 가족은 점점 해체되어 1인 가족이 늘어나는 추세라지만 만화라도 그렇지 않으면 어떠랴. 좀 밋밋하면 어때? 이렇게 별 문제 없고 별탈 없는 가족이 진짜로 많아졌으면 좋겠다. 읽으면 읽을수록 힐링이 되는 요즘 흔치 않는 가족만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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