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네 곁에 있어도 될까?
사라 저코비 지음, 이루리 옮김 / 북극곰 / 2021년 1월
평점 :
사라 저코비라고 "토토와 오토바이" 작가의 신작이 나왔습니다. 예전에 이 책을 읽어줬을 때 조카가 토토를 얼마나 좋아하던지 다음에 만났을 때는 한글도 모르면서 책을 통째로 외워서 제게 읽어주던 게 생각났습니다. "네 곁에 있어도 될까?"에서도 동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표지만 봤을 때는 작은 너구리인 줄 알았네요.

갈색 강아지와 소녀의 우정을 다룬 동화책이구요. 동물을 키운다는 건 한 생명을 책임지는 일이자 어떤 존재와 인생을 오랜 시간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도 있는데 어린이들의 눈높이 맞춰서 참 아름답게 풀어냈습니다. 가슴 찡하면서도 감동적이었어요.
처음 등장했을 때 강아지는 소녀만큼이나 어리고 조막만했는데 책의 말미에 가면 덩치도 좀 더 커집니다.

강아지는 소녀에게 물어봅니다. 친구들과 만나 신이 나서 놀 때나 텅 빈 접시처럼 외로울 때, 혹은 엉엉 울 정도로 슬프거나 너무나 기쁠 때도 "내가 네 곁에 있어도 될까?" 라고요.
소녀는 한창 학교에 다니는 나이 같아요.
어느날은 친구들과 즐겁게 어울리고 어느 날은 무척 외롭고, 또 어떤 날은 집 앞 계단에 앉아 반려견을 옆에 두고 울기도 하네요.
파스텔톤에 수채화를 같이 쓴 듯한 번지는 그림이 무척 따뜻하고 감성적으로 스며듭니다.
강아지는 오직 주인인 소녀만 바라봐요. 그 표정을 읽고 감정을 느끼죠.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는 분들은 이미 알겠지만 동물은 주인의 감정을 느끼면서 때로는 눈치도 보고 보채기도 하고 마치 아이 같은 모습을 보입니다. 그래서 주인이 기뻐하면 함께 기분 좋아하고, 슬퍼하면 곁에 와서 낑낑대거나 가만히 바라볼 때가 있어요. 그저 말만 못할 뿐 키울수록 사람과 닮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커다란 방안 소파 위에서 사랑하는 강아지와 앉아서 둘이 노는 장면이 너무나 사랑스럽습니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무척 아름다운 줄거리인데도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나요.

소녀는 조금 더 컸는지 지하철을 타고 이동을 하기도 하고 자전거 뒷자석에 강아지를 태우기도 하고 줄을 매서 산책도 다니네요. 이제 강아지도 꽤 큰 모습이지만 둘은 항상 서로에게 가장 편안하고 진실한 친구가 되어주죠.

외국의 큰 공원이 떠오르는 멋진 풀샷입니다. 사진으로 표현이 잘 안되었는데 실제 책을 읽어보고 깜짝 놀랄 감동을 받았습니다. 양쪽 페이지에 꽉 찬 그림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엄청난 스케일의 개떼(?)가 하나같이 표정이 생생하고 신나고 너무나 귀여운 얼굴로 달려오거든요. 특히나 작은 강아지들은 댕댕 거리면서 달려오는 것 같아요. 한창 강아지에 빠져있는 나이의 조카들도 너무나 좋아하는 책입니다. 그림을 이렇게 잘 그릴 수가 있나 감탄하면서 봤네요.
소녀는 자신의 반려견을 위해 아름다운 자연 속으로 자주 산책을 가요. 그녀의 강아지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인지 나뭇가지를 넓고 푸른 들판으로 던지고, 오렌지빛 단풍 속으로도 또 던집니다. 어김없이 던질 때마다 물어서 가져오는 반려견. 하지만 아이들은 크고 24시간 강아지랑 놀아줄 수만은 없죠.

던지고 받고 던지고 받는 텀이 길어집니다. 소녀는 이제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진 것 같아요. 소녀가 친구들과 놀러나가고 이제 나이가 좀 들어보이는 반려견 혼자 나뭇가지와 함께 그 소파에 앉아있어요. 모든 반려동물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주인을 기다리며 보낼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하지만 강아지는 소녀를 이해하고 충분히 기다려줍니다.
"너의 모든 산책과 방향이 끝나면 집에 남겨진 내가 떠오를 거야"
동화 속에서는 몇 페이지로 축약되었지만 마치 사람의 인생과 반려견의 인생을 교차해서 보여주는 듯 숲 속의 어딘가, 낮과 밤, 달빛 속과 떠오르는 해의 대조가 아름답습니다.
과연 주인공 소녀는 그녀만의 애타게 기다리는 반려견에게 무사히 돌아갈지 궁금해하며 아껴가며 읽었는데 마지막 페이지의 표정을 보면 하루의 시름도 잊을 정도로 둘의 모습이 사랑스럽기만 하네요.
나이든 반려견이 혼자 집에서 소녀만을 기다리는 장면은 마치 이제는 장성한 자식들의 방문을 기다리는 부모님 같다는 생각도 들고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늘 나만을 바라보는 존재, 당연히 아껴주고 잘해줘야겠죠?
하루가 다르게 흉흉한 뉴스가 들려와서 때로는 별로 알고 싶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조카들에게 작고 가냘픈 동물들은 우리가 꼭 지켜줘야 한다고 가르쳐줍니다. 길들인다는 것은 그만큼 무한한 책임이 따르는 일이니까요. 사랑하는 반려동물과 함께 성장하는 즐거움, 집에서 나를 기다리는 따뜻한 존재의 고마움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책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