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바꾸는 생각들 - 변화할 줄 아는 삶을 위한 3개의 조언
바바라 오클리 지음, 이은경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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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버라 오클리 교수의 "인생을 바꾸는 생각들"은 흔하디 흔한 자기계발서는 아니지만 그 미덕만은 잘 갖추고 있다.

대부분의 자기계발서가 독자의 의욕고취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 이 책은 그와 함께 어떻게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진로 전환에 평범한 사람들이 성공했는지 그 자세한 사례 위주로 꾸며나가고 있다.



일단 남의 얘기보다 저자의 스토리가 더욱 극적이라 첫장부터 호감이 갔다.

지은이 바버라 오클리는 웨이트리스와 청소부를 거쳐 통역사, 작가로 활동했고 지금은 뉴질랜드 오클랜드 대학교 공대 교수로 재직중이다. 수학과 과학 같은 이과 계열에서 낙제점을 받던 학생이 공대교수가 되다니 이보다 더 드라마틱한 인생역전이 있을까?



재능보다 더 중요한 건 의지, 평범한 사람들의 성취는 강력한 의지를 양분으로 삼아 이뤄진다. 이 너무도 당연한 진리를 지금껏 용기가 없어 질질 끌려가며 어제와 똑같은 오늘을 살아온 나는 반성하는 마음으로 한 페이지씩 읽어나갔다.

직업과 진로를 뒤늦게 바꾸고 싶어 고민 중인 분들이 나 외에도 많을 것이다. 코로나 이후에는 이런 경향이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이는데 해고를 당하거나, 기존의 직업군이 사양산업이 되거나, 그럭저럭 해오던 개인사업이 더 이상 벌이가 안 되어 폐업하는 경우 등을 들 수 있다. 비단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이제 한 가지 직업으로 평생 먹고 사는 일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저자는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면서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시도하는 게 인생에서 중요하며 그러려면 "마인드 시프트(Mind Shift: 변화를 잘 받아들이는 능력, 유연한 사고)를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은 총 세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세상의 변화, 관점의 변화, 배움의 변화 순이다. 주인공들의 사례가 너무 드라마틱하고 공부를 잘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 이게 과연 보통 사람에게도 가능한 것인가 의아한 기분도 들었지만 차분히 읽어나가다보니 어느새 설득되었다.

내가 관심있게 본 사례가 몇 가지 있는데 바로 전혀 상관없는 분야로 진출해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예를 들어 그레이엄 키어처럼 줄리아드 음대에서 공부하고 재즈 가수와 기타 연주자로 활동하던 사람이 의사가 된 경우이다.

음악가와 의사, 관계가 없는 분야이자 둘 다 꽤나 전문적이다. 그레이엄 키어는 수학, 과학도 못했다고 하는데 각고의 노력 끝에 의대에 들어갔고 의사가 된 후에는 음악을 연주하며 갈고 닦은 청음실력이 청진기로 미세하게 환자를 진찰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하고 그동안 인내심을 갖고 해온 연주 연습 같은 게 몸에 배어 엄청난 강도의 의대 공부를 따라잡는데 일조했다.

결국 책에서 소개된 사례를 다 읽고 느낀 건 기존의 직업과 완전히 다른 분야의 직업을 잡기 위해서는 자세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이다.

여기 소개된 주인공들은 힘에 부칠 정도로 미친듯이 자신을 몰아부쳤다. 또한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분야의 기존 직업이 새로운 직업으로 연결되기도 하고, 또 알게 모르게 굉장히 도움이 되는 것을 보았다.

쓸데없는 경험이란 하나도 없는 것이다. 실제로는 엄청 하찮고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해왔을 지라도 다음 직업에서 어떤 식으로 쓰일 지는 아무도 몰랐다.

직업 전환에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포모도로 기법이라고 25분간 집중하고 휴식하는 방법으로 공부에 매진했고, 청킹이나 반복학습을 통해 남들보다 늦은 공부를 따라잡았다.

신경과학에 의하면 하룻밤에 생겨나는 시냅스의 수는 정해져있지만 간격을 두고 지속적으로 반복하면 신경 경로가 늘어나면서 강화된다고 한다.




성인이 되어도 외국어 학습을 할 수 있고, 다른 진로로 방향 전환이 가능하며 이렇게나 성공한 사람이 많다는 것이 감동적이었다. 한 가지 직업을 10년 이상 하다보면 지겨워지기도 하지만, 그만두고 싶어도 시간이나 돈의 여유가 없고 딸린 가족이 생겨 쉽지 않은 경우가 태반이다.

주인공들도 고통스러운 진로 전환의 시간을 거친 후에야 달콤한 열매를 얻을 수 있었다. 이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것을 볼 때 언제까지나 나이 탓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배우고 변화하기에 늦은 나이란 없고 진로 전환에 앞서 주변 사람들의 반대를 무마하기 위해 한동안 이중생활을 유지할 것이 권장되기도 하였다.

특히 후반부에 소개된 싱가포르의 경우에는 개인의 노력에만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시스템상 일반인 누구라도 전문지식을 2가지 이상 익히도록 돕고 있었다.

25세 이상의 싱가포르인이라면 누구라도 프로그램을 통해 43만원 가량의 돈을 지원받아 현재 자신이 하는 업계와 무관하게 자신이 원하는 교육을 받는데 쓸 수 있다고 한다. 심지어 대개의 프로그램이 이미 90%가량의 비용을 지원받고 있으니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차액만 지원받은 약 43만원가량에서 내면 되는 것이었다.

이렇게 좋은 프로그램이 있고 사회적으로 미리 제2의 직업을 위한 준비를 시켜준다니 정말로 배울 의지만 있다면 누구라도 언제든 직업전환이 가능한 셈이다. 새삼 부러운 생각이 들었지만 국가가 해주지 않는다면 다른 사례들처럼 본인이 더욱 노력하면 될 일이다.

어떻게 인생을 개척해야 할지, 성인이 된 후 좀처럼 집중이 되지 않는 공부와 외국어 학습은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할지 실용적인 부분에서 많은 도움이 된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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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찾아오는 구원자 안전가옥 오리지널 8
천선란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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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천선란 석 자가 들어가면 믿고 봅니다!! sf소설로 시작했지만 점점 범위를 넓혀가는 세계관도 독자는 즐겁습니다. 모호함을 뛰어넘어 후편이 쓰여진다면 더욱 자세한 러브스토리를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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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찾아오는 구원자 안전가옥 오리지널 8
천선란 지음 / 안전가옥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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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로맨스를 이 길고 덥고 지겨운 여름밤에 읽다니 이런 호사를 누려도 되는 것인가? 낮에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읽었고 밤에는 에어컨을 빵빵히 틀어넣고 서늘함을 마음껏 즐겼다.


천선란 작가의 작품은 "무너진 다리" 이후 2번째인데 남들은 어떤지 몰라도 나는 "무너진 다리" 초반의 복잡함을 이겨내니 100페이지 이후부터 꽤 재미있게 달렸기 때문에 작가의 특이한 이름 석자를 잘 기억하고 있다.

책을 맨 처음 펼치면 날개에 작가 소개가 짧게 나오는데 이 때부터 심상치가 않다.

"동식물이 주류가 되고 인간이 비주류가 되는 세상을 꿈꾼다. 중략. 모호한 소설을 쓰고 있다."




어쩌면 나와 똑같은 생각을 하는 작가가 있을까? 인간이 주류인 지금 세상이 동식물이 주류가 되려면 멸망이 와야 가능하다. 개인적으로 요즘 트렌드는 멸망과 낫닝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뱀파이어가 되었건 구미호가 되었건 인간 그 이상의 능력과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진 주인공이 나온다면 두 팔 벌려 환영이다. 이미 평범한 인간 주인공은 지겨운 더위와 습한 여름밤에 함량미달.

이 소설에는 어떤 이유에서든 뱀파이어에 홀린 여성 셋이 등장한다. 형사인 수연, 철마재활병원 간호사인 난주, 뱀파이어 헌터 은경. 세 사람은 평범한 유년시절을 보내지 못했고 성인이 된 지금도 꽤나 외롭고 사회와 겉도는 삶을 살아간다. 외로운 인간의 피가 눈물을 속으로 삼켜서 숙성된 와인처럼 더 맛있다나?

덕분에 외로운 인간을 노리는 뱀파이어가 접근하기 딱 좋은 조건을 갖게 된 여성 주인공들에게 밤에 찾아오는 뱀파이어는 구원자가 될 수 있을까?

어느 날부터인가 난주가 근무하는 철마재활병원에서는 자꾸 노인들이 죽어나가는 사건이 발생한다. 유서가 발견되었고 다들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는 정황 탓에 자살로 치부되지만 시체를 자세히 보니 뭔가 이상하다.

목덜미와 어깨에 난 두 개의 구멍, 마치 뱀에게 물린 것 같은 그 이상한 자국은 자살로 설명될 수 없다. 21세기에 뱀파이어가 존재하냐 마냐는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나를 비롯 독자들은 그냥 이 소설이 사람을 미치도록 홀리는 그 피부가 눈처럼 희고 새빨간 입술을 가진 아름답고 서늘한 뱀파이어 이야기라는 것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

아마 평소 뱀파이어나 구미호 같은 낫닝겐(사람이 아니거나 초능력을 가진 존재가 주인공인) 소재를 좋아한다면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 역시 마찬가지로 끌릴 것이다.

이 소설에서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는 완다인데 진정 로맨스라고 부를 만한 사랑은 완다와 여성 뱀파이어인 릴리 사이에서만 있었다. 뭐.. 굳이 다른 캐릭터들도 찾아보자면 뱀파이어 그레타와 형사 수연, 수연과 그녀가 동경했던 은경 선배, 난주와 뱀파이어 울란 사이에 어떤 강한 유대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 정도를 사랑이라고 말하기엔 좀 멋적은 감이 있다.

사랑의 범위를 아주 넓힌다면 모르겠지만 난주와 울란은 서로 이용하는 비즈니스 공생 경제 같은 사이였고 수연과 은경 선배는 같은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마음과 말이 잘 통하는 선후배, 그레타와 수연은 아직 호감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여기서 재밌는 건 그나마 남녀 사이라고 할 만한 건 난주와 울란 정도이고 나머지는 전부 여성 캐릭터들인데 그런 허들 따위 가뿐히 뛰어넘는 뛰어난 장치가 있다.

바로 그녀들의 상대는 뱀파이어라는 것. 뱀파이어를 인간이 나눈 성별의 범주에 집어넣은 것도 우스꽝스럽다. 그들은 아주 가끔 인간을 사랑하기도 하지만 대개는 먹이로 여길 뿐이다. 제 3의 성이라고 해도 좋고 처음부터 종(種)이 다르고, 수 백년 혹은 그 이상의 수명을 가진 그들을 길어야 겨우 80~100년 살다가는 인간과 1:1로 비교할 수 있을까?

소설을 다 읽어도 왜 릴리가 완다를 떠났고 어떻게 갑자기 돌아오게 된 것인지 그 둘의 미래는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었다.

이 이야기는 두 사람의 모호한 사랑과 다른 뱀파이어가 저지르고 다니는 살인사건, 그걸 수사하는 수연, 살인이 일어나는 장소인 철마재활병원에서 불법을 저지르며 살 수 밖에 없는 난주 등이 서로 얽히면서 인간의 근본적인 외로움과 그걸 방치하는 사회 시스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주었다면 불행해지지 않을 사람들이 넘쳐난다. 다른 인물보다 특히 완다가 안타까웠는데 그녀는 어린 시절 외국으로 입양되었고 사춘기 한창 예민하고 외로울 때 겨우 사귄 단 하나의 친구가 뱀파이어 릴리였건만 그게 불씨가 되어 다른 사악한 뱀파이어를 집에 불러들였기 때문이다.

장편소설이라고는 하지만 막상 읽어보니 이야기는 이제 중반인데 아무래도 중간에 뚝 끝난 느낌이 든다. 울란이라는 악당 하나 죽인다고 뱀파이어 족속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다시 만난 완다와 릴리의 중간과 뒷이야기 또한 궁금하다. 작가님이 여력이 있다면 후편을 써서 좀 더 자세히 풀어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이 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솔직히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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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아이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77
최은진 지음, 이루리볼로냐워크숍 기획 / 북극곰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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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에 푹 빠진 작은 소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나비 아이"는 글이 거의 없는 그림책입니다. 소녀는 팔랑거리는 노란색 발래 치마를 입고 노랑 나비를 따라 팔랑팔랑 춤을 추기도 하고 꽃내음을 맡기도 하는 등 나비의 일거수 일투족을 따라하네요. 나비가 너무 좋아 나비처럼 날아오르고 싶은 소녀. 




어릴 때는 하늘을 나는 꿈을 참 많이도 꾸고 심지어 꿈 속에 다리를 쭉쭉 뻗다가 떨어질 듯 깜짝 놀라 잠을 깨는 것도 수십번이었습니다. 하늘을 나는 꿈을 더 이상 꾸지 않는 건 그만큼 늙었다는 표시라지만 주인공 나비 아이는 지금이 한창 그런 꿈을 꿀 때입니다. 노란 나비가 하늘을 나는 모습을 보며 벤치에 올라가 신발을 벗고 풀쩍 따라서 날아올랐다가 그만 코가 깨지고 마네요.

'아.. 어쩌나?'

하지만 아이는 울지 않습니다. 이 나이 때는 모든 것을 꿈꿀 수 있고 시도해볼 수 있는 나이입니다. 설사 나비 아이처럼 코가 깨지더라도요.



다음장은 이제 까만 밤입니다. 아이는 단짝 곰인형과 단잠에 빠졌다가 누군가 창문을 똑똑 두드리는 소리에 깨어나보니 낮에 본 그 노랑 나비가 찾아왔습니다.

이제야 그림체가 무척 독특한 게 눈에 들어옵니다. 전부 흑백인데 컬러는 딱 하나 노란색만 쓰였습니다. 나비와 나비를 닮은 소녀에게만 특별히. 최은진 작가님의 이력을 다시 찬찬히 읽어봅니다. 붓글씨를 쓰며 수묵화를 그리는 분이네요. 역시나 나풀나풀 아름다운 그림에서 먹의 향기가 느껴집니다.


이제 아이는 꿈 속에 찾아온 나비와 물아일체가 됩니다. 같이 춤을 추고 꽃과 어울리고 숨바꼭질까지 하네요. 대사도 없고 아이의 표정도 디테일하게 그려지진 않았지만 말풍선 속의 나비만으로도, 소녀의 눈짓만으로도 충분히 나비에 푹 빠진 그 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소녀는 나비와 숨바꼭질을 하고 튤립과 까만 고양이 친구는 그런 소녀에게 장난을 칩니다. 일부러 나비가 어디있는지 가르쳐주지 않는 모습이 무척 귀엽네요. 새도 꽃도 나무도 전부 나비 편인가요? 찾다 찾다 "못 찾겠다, 꾀꼬리"를 외치자 어느새 슬며시 다가온 장난꾸러기 나비!

이제 꿈 속의 소녀는 나비처럼 커다란 날개도 생겼습니다. 신나게 나비와 함께 구름도 타고 마음껏 날아오르네요. 스물스물 가장자리부터 먹구름이 몰려오는 게 심상치 않지만 동화책의 결론도 꽤 멋지게 마무리됩니다. 위험한 순간에 내 뒤를 받쳐주는 든든한 친구의 존재라니!

아이 때는 누구나 꿈을 꿉니다. 그걸 이루느냐 마느냐는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죠. 날고 싶은 마음이 먼저 있어야 꿈 속에서나마 사람을 날게 합니다.

이것저것 재거나 따지지 않고 그저 좋아하는 그 마음 하나만으로 많은 것을 배우고 이뤄낼 수 있는 멋진 시기죠. 아이들이 이 소녀처럼 더 많은 꿈을 꾸고 더 신나는 상상을 하고, 꿈속에서나마 실컷 하늘을 날아봤으면 좋겠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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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 재개발 재건축 - 대한민국에서 가장 돈 되는 부동산 투자 블루칩
김향훈.이수현.박효정 지음 / 라온북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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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에 가장 관심이 많았던 건 딱 10년쯤 전이었지만 내가 자주 다니는 지역 어딜 가나 현재 재건축 이야기가 솔솔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주말 내내 "난생처음 재개발 재건축"이라는 책을 읽어봤다.



부린이에게는 재개발과 재건축이라는 단어는 똑같이 들리는데 이게 전혀 다른 뜻이라고 한다. 벌써 여기서부터 무슨 거대한 장벽을 만난 것처럼 약간의 거부감이랄까 보기 싫은 느낌이 들었지만 꾹 참고 전문용어들을 읽어나갔다. 다행히 책이 아주 어려운 것은 아니어서 집중해서 두 번 정도 되풀이해 읽으면 알아들을 만한 수준은 되었지만 저자가 3명인 것에서 보다시피 완전 쉬운 책은 절대 아니다.





메인작가인 김향훈 님은 변호사, 두 번째로 이름을 올린 공저자 이수현 님은 공인중개사, 마지막 박효정 님은 감정평가사이다. 저자들 약력 역시 부연 설명이 길지만 평소 핵심만 읽고 사족은 다 쳐내는 내 눈에는 대충 이렇게 이력이 읽혔다.

이 책은 총 6개의 파트로 나뉘며 1번째 파트에서는 재개발, 재건축이 어떻게 다른지 필수적인 용어 설명이 있다. 나에게는 단독주택이 아니라 아파트가 관심사다. 재개발은 주로 단독주택 밀집지역을, 재건축은 아파트 밀집지역에서 이루어진다고 한다.

부동산이란 법령도 많고 용어도 어렵고 부린이는 머리가 터진다. 노트에 적어가면서 내가 필요한 내용 위주로만 읽었다. 나는 단독주택에 1도 관심이 없다. 최소한 투자의 목적에서는 그렇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도 아파트 재건축만 골라보면 된다.

잠깐 외국 얘기도 나왔지만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니, 부동산 버블 폭락이니 이런 소리는 우리나라와 일치하지 않는다. 내가 한창 임장 다닐 때 친구 중 한 명이 딱 저런 얘기를 하면서 집은 뭐하러 사나, 어차피 버블이 꺼질 날이 오고 우리나라도 인구가 줄면 집값이 폭락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 후 10년이 지나도 내가 알기로 집값은 오르면 올랐지 확 내려간 적이 없다. 영끌이 문제가 되기도 했지만 영끌할 기회조차 없이 대출이 막혀버린 지금은 과연 어떤가?

게다가 외국도 수도 서울은 좀처럼 집값이 떨어지지 않는다. 부동산이 폭락했다는 일본의 경우도 도쿄 중심가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다. 빈집이 늘어간다는 곳도 시골이나 외각의 비율이 월등히 높고, 어느 나라나 교통 좋고 도심의 직장과 가까운 핵심지역 집값이 떨어지는 일은 보질 못했다.

과연 10년 후 서울 집값이 지금보다 더 떨어질 수 있을까. 그거 기다리면서 가족들 2년마다 이사다니고 고생하고 시기를 놓쳐 평생 내 집 장만을 못하면 그 손해는 누가 감당할까라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열심히 읽었다. 우리나라에서 근로소득으로 내 집 장만은 한계가 있다. 반드시 부동산을 알아야 한다.

재밌는 게 이 책에도 누누히 나왔지만 부동산 법령만큼 자주 바뀌는 게 없고 재산이 걸린 만큼 수천, 수억을 투자할 때는 수수료를 내고라도 정확한 법령을 꼭 확인하고 가야한다는 것이다.

보통 아파트 재건축에 관심있는 분들은 사거나 팔아야 이득을 얻을 텐데 그 전매가능 시기가 중요하다. 이 책에서는 "조합설립 이전"으로 나왔지만 오늘자 부동산 뉴스를 찾아보니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 강화 날벼락"이라는 기사를 봤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기존에는 "조합설립 이전"에 재건축 예정인 아파트를 전매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재건축 재개발 지역의 투기 수요를 차단하기 위해 안전진단 통과 이후로 그 시기가 더 앞당겨질 수 있다고 한다.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단지는 안전진단 통과 이후부터 시도지사가 기준일을 별도로 정해서 양도 제한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는 게 핵심적인 내용인데 이 책을 읽어보니 안전진단 통과는 기나긴 재건축의 여정 중 가장 처음에 지나지 않았다.

통상 10년~20년까지도 걸릴 수 있는 아파트 재건축에서 이제 겨우 안전진단 통과했는데 전매제한이 걸려버리면 굉장히 긴 시간동안 재산권이 침해당할 수 있다. 게다가 그게 시도지사의 재량에 의해 엇갈린다면 분쟁의 소지도 높아보인다.

안전진단 통과 후에 사업이 엎어지는 일도 상당히 많다. 책에서조차 안전한 투자시기는 조합설립 인가 시점이라고 나왔는데 겨우 안전진단 정도를 통과했다고 섣불리 투자했다가 20년을 존버해야 한다면? 말도 안 된다. 우리동네에도 안전진단 통과했다고 경축 플랜카드가 걸린 단지가 수두룩이다!!

서울에서 투기과열지구는 거의 모든 지역이라고 봐도 된다. 이렇게 법령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게 부동산법이다보니 뉴스를 매일 검색해보던지 앱을 깔아서 일일히 확인해야 하는데 참으로 수고스럽고 시작도 전에 피곤해지지만 책을 읽지 않았다면 이런 중요한 내용조차 몰랐을 것이고 최신 기사도 무슨 소린지 와닿지 않았을 것 같다.

그 밖에 내가 관심있게 본 내용은 아파트 대지지분 확인하는 법과 분양신청을 할지 현금청산을 할지 따져보는 법, 마지막으로 대체주택 투자였다. 전부 아파트 재건축에 관심있는 독자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이다.

나머지는 한번이라도 들어봤지만 "대체주택투자"는 처음 들어봐서 잠깐 소개하자면 아파트 재개발의 마지막 단계에는 살던 주민들이 이사를 가서 임시로 살아야 하는데 전, 월세도 있지만 기왕이면 매수를 해서 사는 것도 투자가 될 수 있다는 소리다. 소득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일시적 1세대 2주택인 자는 양도세가 감면되는데 바로 그 조건 중에 이 대체주택투자가 들어간다!!



만약 내게도 기회가 온다면 조금 고생스럽더라도 반드시 주택을 하나 사서 일시적 1가구 2주택자가 되어 조합원입주권을 취득한 후 아파트가 완성된 후 2년 이내에 종전의 주택을 양도해 양도세를 감면받을 생각이다. 이런 법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면 남들 하듯이 전월세만 생각했을 텐데 참 고마운 내용이 아닐 수 없다.

여러가지 가능성을 알고 난 후에 선택하는 것과 아예 모른 채로 기회를 날려버리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사실 혼자서 다 이해하기가 좀 벅찬 부분도 있었지만 아파트 재건축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향후 기회가 온다면 잘 활용해보고 싶었기에 끝까지 읽어볼 수 있었다.

몇 가지 필수적인 내용을 건져 기쁘게 생각하며 책장에 소중히 꽂아놨다가 틈틈히 핵심 내용만 다시 반복해서 볼 생각이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솔직히 쓴 서평입니다.

#재개발 #난생처음재개발재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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