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아이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77
최은진 지음, 이루리볼로냐워크숍 기획 / 북극곰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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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에 푹 빠진 작은 소녀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나비 아이"는 글이 거의 없는 그림책입니다. 소녀는 팔랑거리는 노란색 발래 치마를 입고 노랑 나비를 따라 팔랑팔랑 춤을 추기도 하고 꽃내음을 맡기도 하는 등 나비의 일거수 일투족을 따라하네요. 나비가 너무 좋아 나비처럼 날아오르고 싶은 소녀. 




어릴 때는 하늘을 나는 꿈을 참 많이도 꾸고 심지어 꿈 속에 다리를 쭉쭉 뻗다가 떨어질 듯 깜짝 놀라 잠을 깨는 것도 수십번이었습니다. 하늘을 나는 꿈을 더 이상 꾸지 않는 건 그만큼 늙었다는 표시라지만 주인공 나비 아이는 지금이 한창 그런 꿈을 꿀 때입니다. 노란 나비가 하늘을 나는 모습을 보며 벤치에 올라가 신발을 벗고 풀쩍 따라서 날아올랐다가 그만 코가 깨지고 마네요.

'아.. 어쩌나?'

하지만 아이는 울지 않습니다. 이 나이 때는 모든 것을 꿈꿀 수 있고 시도해볼 수 있는 나이입니다. 설사 나비 아이처럼 코가 깨지더라도요.



다음장은 이제 까만 밤입니다. 아이는 단짝 곰인형과 단잠에 빠졌다가 누군가 창문을 똑똑 두드리는 소리에 깨어나보니 낮에 본 그 노랑 나비가 찾아왔습니다.

이제야 그림체가 무척 독특한 게 눈에 들어옵니다. 전부 흑백인데 컬러는 딱 하나 노란색만 쓰였습니다. 나비와 나비를 닮은 소녀에게만 특별히. 최은진 작가님의 이력을 다시 찬찬히 읽어봅니다. 붓글씨를 쓰며 수묵화를 그리는 분이네요. 역시나 나풀나풀 아름다운 그림에서 먹의 향기가 느껴집니다.


이제 아이는 꿈 속에 찾아온 나비와 물아일체가 됩니다. 같이 춤을 추고 꽃과 어울리고 숨바꼭질까지 하네요. 대사도 없고 아이의 표정도 디테일하게 그려지진 않았지만 말풍선 속의 나비만으로도, 소녀의 눈짓만으로도 충분히 나비에 푹 빠진 그 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소녀는 나비와 숨바꼭질을 하고 튤립과 까만 고양이 친구는 그런 소녀에게 장난을 칩니다. 일부러 나비가 어디있는지 가르쳐주지 않는 모습이 무척 귀엽네요. 새도 꽃도 나무도 전부 나비 편인가요? 찾다 찾다 "못 찾겠다, 꾀꼬리"를 외치자 어느새 슬며시 다가온 장난꾸러기 나비!

이제 꿈 속의 소녀는 나비처럼 커다란 날개도 생겼습니다. 신나게 나비와 함께 구름도 타고 마음껏 날아오르네요. 스물스물 가장자리부터 먹구름이 몰려오는 게 심상치 않지만 동화책의 결론도 꽤 멋지게 마무리됩니다. 위험한 순간에 내 뒤를 받쳐주는 든든한 친구의 존재라니!

아이 때는 누구나 꿈을 꿉니다. 그걸 이루느냐 마느냐는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죠. 날고 싶은 마음이 먼저 있어야 꿈 속에서나마 사람을 날게 합니다.

이것저것 재거나 따지지 않고 그저 좋아하는 그 마음 하나만으로 많은 것을 배우고 이뤄낼 수 있는 멋진 시기죠. 아이들이 이 소녀처럼 더 많은 꿈을 꾸고 더 신나는 상상을 하고, 꿈속에서나마 실컷 하늘을 날아봤으면 좋겠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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