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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2월
평점 :
#호라이즌 #베리로페즈 #북하우스 #벽돌책 #서평단
자연과 인간, 그리고 배우는 삶: 베리 로페즈의『호라이즌』
『호라이즌』은 단순히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는 책이 아닙니다. 그것은 베리 로페즈라는 한 인간이 지구의 다양한 풍경 속에서 자신을 성장시키고 변화시킨 흔적을 기록한 깊은 사유의 여정입니다.
저자는 특정한 시기와 장소를 엄격히 구분하지 않으나, 그의 글 속에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진 그의 관점과 태도가 스며 있습니다. 그는 자연과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서 꾸준히 배우고 성장해왔으며, 이러한 학습곡선은 그의 작품 전반에 걸쳐 명확히 드러납니다.
로페즈는 여러 차례 동일한 지역을 방문하며, 단순히 그곳을 관찰하거나 묘사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자연과 자신 사이의 관계를 재구성합니다.
처음에는 풍경의 물리적 특성에 주목하던 그가 점차 그 안에 깃든 생명, 역사, 그리고 인간의 흔적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그는 남극의 얼음 대륙을 바라보며 그것이 단순히 '생명 없는 공간'이 아님을 깨닫습니다. 그가 남극의 차가운 바람과 얼음 속에서 느낀 것은 절대적인 고요가 아니라, 생명과 시간의 끊임없는 움직임이었습니다.
로페즈는 이러한 깨달음을 통해 자연을 정적인 대상으로 보지 않고, 역동적이고 변화무쌍한 존재로 이해하게 됩니다.
그의 내재적 성장의 또 다른 증거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드러납니다. 초기에는 자연과 인간을 독립적으로 바라보던 그가 점차 자연과 인간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존재임을 인식합니다.
그는 현지인들과 교류하며 그들의 삶과 전통이 자연과 얼마나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지 배우고, 이러한 통찰을 자신의 시각에 녹여냅니다.
예를 들어, 태평양 섬에서 만난 공동체의 이야기나 아프리카에서 접한 식민주의의 흔적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그가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계기가 됩니다.
로페즈의 성장은 그가 자연과 인간을 대하는 방식의 변화뿐 아니라, 글쓰기의 방식에서도 드러납니다. 그는 단순히 자연을 묘사하거나 과학적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자연과 인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탐구하며 독자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가 자연과 함께 살아갈 방법은 무엇인가?”라는 그의 질문은 독자에게 큰 울림을 줍니다.
책의 마지막에서 로페즈는 우리가 직면한 환경적 위기에 대해 말하면서도, 희망의 가능성을 놓지 않습니다. 그는 우리에게 시간이 많지 않음을 상기시키면서도, 아직 준비할 시간이 남아 있음을 강조합니다.
그의 메시지는 절망적인 경고가 아니라,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라는 격려입니다.
무려 920페이지가 넘는 벽돌책이지만, 도전할 가치가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