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세이 비주얼 아트북 -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영화 <오디세이> 상상 속 신화가 눈앞의 현실이 되다 ㅣ 영화 오디세이를 책으로 만나다
제임스 모트램 지음, 한창욱 옮김 / 더모던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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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크리스토퍼 놀란의 <오디세이>를 떠나보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원작 <오뒷세이아>도 다시 읽었다. 영화를 본 후 원작을 어떻게 바꿨는지도 한참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아직도 놓아지지가 않는다. 장면 하나가 아니라 바다와 모래, 배의 나무결, 햇빛에 바랜 옷감, 노 젓는 소리와 갑옷 부딪히는 소리까지 하나의 세계처럼 남아 있다. 돌비시네마에서는 바다가 화면 안이 아니라 극장 자체를 흔드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 책이 욕심났다. 조금만 더 그 세계에 머물고 싶어서.

표지는 인물과 배, 갑옷, 바다를 여섯 프레임으로 모아놓았는데, 홍보물이라기보다 하나의 유물 같다.
창가에 세워두면 도시의 빌딩 앞에 고대의 배가 놓인 듯하다. 신이 사라진 시대에도 사람은 여전히 떠나고, 길을 잃고, 돌아갈 곳을 그리워한다. 고전이 현재에도 여전히 살아있는 이유도 그것이 아닐까.

아트북의 가장 큰 좋은 점은 영화가 너무 빨리 지나가서 못 본 것들을 마음껏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장면을 몇 분씩 들여다보니 거칠게 만든 옷감, 그을린 얼굴, 일부러 낡게 만든 갑옷이 보인다. 신화를 다루면서도 이 영화가 현실적으로 느껴진 이유가 이런 디테일에 있었다. 사람은 땀을 흘리고, 옷은 먼지를 먹고, 금속은 닳는다.

인물 페이지도 좋았다. 영화에서는 사건을 따라가느라 바빴지만, 책에서는 얼굴 자체를 들여다본다.
오뒷세우스는 전쟁 영웅이라기보다 오래 떠돌아 지친 사람 같고, 텔레마코스는 아직 아버지를 잘 모르는 젊은이 같다. 텔레마코스에게 귀향은 이야기로만 듣던 아버지를, 지치고 주름진 현실에 존재하는 한 인간으로 만나는 일이다.

'장소' 챕터에서는 배경이던 공간이 주인공이 된다. 바다는 아름답지만 안전하지 않고, 섬은 휴식처이면서 감옥이고, 이타카는 돌아가고 싶지만 돌아가면 죽을 수도 있는 곳이다. 안식처이면서 위험한 곳, 오뒷세우스의 마음과 닮았다.
사진 한 장만 놓고 보면 "무슨 일이 있었지?"보다 "왜 이곳을 골랐을까?"가 먼저 떠오른다.

배는 이 영화를 떠받치는 공간이다.
귀향의 수단이면서 집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는 증거이고, 임시로 만든 하나의 사회다. 바람 자루를 푸는 일도, 태양신의 소를 잡아먹는 일도 결국 이 작은 공동체 안의 문제다.

오뒷세우스는 적을 속이는 데는 능했지만 부하들과는 소통하지 못했다. 전투 스틸도 멈춰 있으니 다르게 보인다. 밧줄 하나, 창의 방향 하나까지 정교하게 배치되어 있고, 그래서 놀란 영화의 물성이 느껴진다.

폴리페모스는 처음엔 왜 저런 모습인가 싶었지만, 그 낯섦 덕분에 오래 남는다. 인간은 그를 괴물이라 부르지만, 그에게는 자기 공간에 들어온 인간들이 정체 모를 침입자이다. 그의 하나뿐인 눈을 앗아간.

키르케는 가장 오래 이야기하고 싶은 인물이다.
글로 읽으면 흔한 유혹의 에피소드인데, 영화에서는 여자 혼자 사는 공간에 무장한 남자들이 떼로 들어온다는 긴장이 있었다. 누가 누구를 위협하는가. 영화는 직접 설명하지 않아서 더 좋았다. 두 사람은 적인지, 협상 상대인지, 서로를 경계하는 생존자인지 규정되지 않고, 그 모호함 덕에 키르케는 '마녀'라는 단어에서 벗어난다. 고전을 뒤집는 대신 원작의 틈을 조금 벌려 다른 관점을 넣으니, 잘 안다고 믿었던 신화가 낯설어진다. 아테나도 실제 신이라기보다 오뒷세우스 안에서 들려오는 양심이나 의지처럼 느껴졌다. 신들이 그를 움직인 걸까, 인간이 자기 욕망을 신의 이름으로 설명한 걸까.

촬영 현장의 흔적도 보인다. 배를 만들고, 옷을 낡게 하고, 어떤 시간의 햇빛을 기다린 사람들이 있었다. 환상이 깨지기보다 영화가 더 대단하게 느껴진다. 이 책은 정보량이 중요한 책이 아니다. 줄거리는 원작이, 촬영 기술은 메이킹북이 더 낫다. 이 책은 영화를 설명하기보다 다시 기억하게 한다.

결국 오래 붙잡고 있는 건 괴물이나 전투가 아니라, 집에 돌아가고 싶어 하면서도 계속 머무는 사람의 마음이다. 키르케의 섬에서 1년, 칼륍소에게 7년을 보내고, 중요한 순간에 잠들고, 부하들과 소통하지 못해 일을 그르친다. 영웅과는 거리가 멀어서 좋았다. 그가 싸운 가장 무서운 괴물은 어쩌면 자기 자신이다. 안락함, 자존심, 욕망, 두려움, 돌아가면 모든 일을 마주해야 한다는 부담. 그래도 그는 다시 바다로 나간다.

이제는 정말 보내야 하는데, 아직은 조금 더 붙잡고 싶다. 나같은 이들에겐 정말이지 선물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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