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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핑크스의 왼쪽 눈동자
김유진 지음 / 북다 / 2026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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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을 되찾는 일은 나를 되찾는 일일까?
지금까지 믿어 온 기억이 누군가의 손에 의해 잘리고 다시 붙여진 것이라면, 나는 무엇을 근거로 나 자신을 설명할 수 있을까?
김유진 작가의 장편소설 <스핑크스의 왼쪽 눈동자>는 이 질문을 기억 회복술과 기억 제거술이 존재하는 가상의 대한민국으로 가져간다.
브레인 임상연구센터의 레지던트 4년 차 김수오는 교수진 몰래 어머니 김소희에게 기억 회복술을 시행한다. 수술은 성공하지만, 그 과정에서 소희가 이미 누군가에게 뇌 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수오가 알고 싶었던 것은 오래전 사라진 아버지의 정체와 그가 가족을 떠난 이유였다.
그러나 되찾은 기억은 오히려 어머니를 더 괴롭게 만든다. 기억을 찾는 일이 곧 상처를 치유하는 일은 아니라는 사실을, 수오는 뒤늦게 마주하게 된다.
이야기의 긴장은 수오가 기억 제거술을 은밀히 시행해 온 의사 주경재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한층 깊어진다. 처음에는 어머니의 과거를 밝히기 위해 그에게 접근했던 수오지만, 점차 주경재의 의술 자체에 매료되어 간다. 주경재 역시 수오가 접근하는 이유를 짐작하면서도 그를 곁에 둔다.
두 사람의 대립은 서로를 밀어붙이는 행동보다, 상대의 욕망과 약점을 읽어 내는 과정에서 더 큰 긴장감을 만들어 낸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수오가 주경재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그는 주경재에게 분노하면서도, 수술실에서 펼쳐지는 그의 기술 앞에서는 경외감을 느낀다. 경계해야 할 대상에게서 오히려 배우고 싶어지는 마음. 그 모순이 수오를 단순한 복수극의 주인공으로 머물게 하지 않는다. 어머니를 위한 선택이라 믿었던 일이 어느 순간 자신의 능력을 향한 욕망으로 바뀌어 가는 과정 역시 서늘하게 다가온다.
소설이 던지는 질문.
고통스러운 기억을 지울 수 있다면 그 결정을 누구에게 맡겨야 하는가. 잊었던 기억을 되찾을 수 있다면, 그 뒤에 따라올 고통까지 감수해야 하는가.
무엇보다 수술을 받는 당사자의 뜻을 확인할 수 없거나 타인이 그 결정을 대신한다면, 그 기억은 과연 누구의 것이 되는가. 회복과 제거라는 서로 다른 방향의 기술은 결국 같은 질문 앞에서 만난다.
<스핑크스의 왼쪽 눈동자>는 어머니의 잃어버린 과거를 추적하는 이야기이자, 타인의 마음을 고칠 수 있다고 믿는 의사들이 결국 자신의 욕망을 들여다보게 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비밀이 하나씩 풀릴수록 궁금해지는 것은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만이 아니다. 모든 것을 알게 된 뒤에도 이들이 이전과 같은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물음이다. 기억을 손질할 수 있는 미래를 그리면서도, 소설은 끝내 가장 오래된 인간의 문제를 건드린다.
우리는 진실을 알 권리와 고통을 잊을 권리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덧) 오래전 읽었던 <굿바이, 욘더>가 떠올랐다. 결말이 어땠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