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의 텔레패스
가미조 가즈키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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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부르고 있습니다."
짧은 한 문장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대학 오컬트 동아리 모임에 마지못해 나간 카렌은 기리야마라는 학생한테서 어둡고 위험한 물속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섬뜩한 괴담을 듣는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흘려들었는데, 이틀 뒤부터 집에서 걸레를 바닥에 내리치는 것 같은 '철퍽'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비릿한 냄새가 나고, 이유를 알 수 없는 물웅덩이가 생기고, 무엇보다 그 소리가 조금씩 가까워진다. 이 소설이 진짜 무서운 건 괴물이 튀어나와서가 아니다. 제일 안전해야 할 우리 집이라는 공간을 더 이상 믿을 수 없게 만든다는 점이다.

카렌이 결국 도움을 요청하면서 이야기는 '아시야 초자연현상 조사'의 하루코와 조수 고시노 쪽으로 넘어가고, 소설 분위기도 같이 바뀐다.
쫓기는 사람의 공포담이었던 이야기가 어느새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를 파헤치는 미스터리로 바뀐다. 조사해보니 기리야마의 괴담을 들은 사람이 카렌 말고도 여럿 있었고, 다들 비슷한 일을 겪은 뒤 실종됐다는 게 밝혀진다.
사라지기 직전에 남겼다는 "돌아가고 싶다"는 말이 이야기 내내 중요한 단서로 작용한다.

이 소설이 진짜 재밌어지는 건 여기부터다.
하루코와 고시노는 초자연현상을 덥석 믿지도 않고, 그렇다고 무조건 아니라고 하지도 않는다. 사람이 꾸민 일인지, 심리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정말 설명할 수 없는 뭔가가 있는 건지 하나씩 따져본다. 괴상한 사건도 일단 관찰하고 기록하면서 원인을 찾아가는 두 사람 덕분에, 소설에는 공포와 추리물 특유의 재미가 자연스럽게 섞여 있다.
겉으로 보면 완벽한 저주 구조인데, 두 사람은 계속 "정말 괴담 때문에 사라진 게 맞아?"라고 물으면서 이야기를 끌고 간다.

괴담, 실종 사건, 초심리학, ESP처럼 서로 안 어울릴 것 같은 소재들이 한 이야기 안에 섞여 있는데도 산만하지 않다.
초반에 슬쩍 던져놓은 작은 단서들을 후반부에서 하나씩 다시 꺼내 쓰면서 이야기를 넓혀가는 구성이 좋았다. 무서운 대상도 계속 바뀐다. 처음엔 '철퍽' 소리가 무섭고, 그다음엔 기리야마라는 사람이 무섭고, 그다음엔 괴담 자체가 무서워진다. 그런데 읽다 보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지금까지 무섭다고 느꼈던 게 정말 이 사건의 핵심이었을까.

보통 호러소설은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 무서움이 좀 가시는데, 이 소설은 하나 밝혀지면 그 뒤에 더 큰 질문을 하나 더 놔둔다.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이야기가 오히려 예상 못한 방향으로 커진다. 카렌 파트가 만든 서늘한 분위기와 다르게 하루코와 고시노가 나온 뒤로는 두 사람 특유의 티키타카가 적당히 숨통을 틔워줘서, 300페이지 정도 되는 분량인데도 술술 읽힌다.

<심연의 텔레패스>는 귀신을 물리치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해 안 되는 현상을 끝까지 들여다보고 거기 숨은 규칙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무서운데 동시에 미스터리이고, 초자연현상을 다루면서도 묘하게 이성적인 태도를 잃지 않는다. 평범한 집 안에서 들리는 작은 소리 하나에서 시작해 생각지도 못한 큰 진실로 나아가는 이 소설을 덮고 나면, 조용한 방 안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혹시 누가 날 부르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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