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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캐런 제닝스 지음, 권경희 옮김 / 비채 / 2024년 8월
평점 :
섬.
등대.
노인.
그는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되었는가.
노인의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어 서술된다.
노인이 소년이었을 때.
어떤 모임에 다녀온 후 아버지는 바뀌었다.
소년은 궁금해했고, 아버지를 따라나섰다.
아버지는 늦었다고 하면서도 소년을 기다려주었다.
아버지는 '독립'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기 시작했다.
소년은 청년이 되었다. 겁이 많은 성격. 그는 남은 해칠만한 인물이 못되었다.
그의 눈에 들어온 여인이 있었다. 과격한 언행을 하고 그를 얕잡아 보는 듯한 눈을 한 그녀.
그는 그녀의 눈에 들고 싶었다.
군인과 부딪혔고, 그는 피하기 급급했다. 그리고 그녀는 그의 모습을 지켜봤다.
그는 군인을 찾아 헤맸다. 몇 번인가 마주했을 때도 그는 군인을 그냥 보냈다.
그녀는 그가 한동안 자기 무리에 합류하지 않자 모르는 척 그를 부른다.
그녀가 임신을 했다. 그는 그녀와 곧 태어날 아이를 '우리'라고 칭했다.
그녀는 맘에 안든다는 듯 그를 윽박지른다. 그래서 너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독립'을 말하는 청년의 아버지를 그녀가 쏘아붙인다.
'독립? 달라진 게 뭐가 있는데요?'
청년의 친구가 사방이 멍들어 있는 사체로 발견된다. 그녀와 그가 속한 무리 중 한 명이었다.
'폭력'이라는 단어가 입가에 맴돈다.
독재자의 우상 앞에 인파가 몰렸다. 그도 이곳에 있다.
저마다 무기가 될만한 뭔가를 들고 우상을 부수기 위해 달려든다.
뭔가가 될 것만 같은 충만한 에너지. 수만은 될 것 같은 사람들이 함께 있다는 고양감.
우상에 올라가서 앉아 있던 누군가가 군중이 던진 돌에 맞아 떨어진다.
청년은 군인의 멱살을 잡아 조른다. 전에 그와 부딪혔던 군인의 얼굴과 닮았다.
그가 힘을 주자 군인의 얼굴이 파리해진다. 그는 겁이 많았다. 결코 사람을 죽일 수 없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군중의 규모는 이천명 정도였다고 한다.
세월이 흘렀다. 문이 열리고 그가 내쳐졌다.
거리에서 그를 보고 있던 누군가가 그를 끌어온다. 더위를 피하게 해주고 음식을 나눠준다.
그는 노인이 되어 있었다. 방금 나온 곳이 자신의 집이라고 한다.
그에게 쉴 곳을 제공한 소녀가 말한다. 그곳은 당신의 집이 아니고 당신은 돌아갈 수 없다고.
가족들의 집을 찾았다. 그의 누이. 그는 그곳에서 겨우 몇 달을 머물렀을 뿐이다.
자신의 아이를 낳은 여자와 조우했다. 그는 여자에게 물었다. 당신도 갇혀있었나고.
그녀는 애초에 같혀 있던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날 그녀는 도망했었다.
이제 그녀는 폭력을 입에 올리지 않는다. 젊은 날에 했던 이야기는 그녀의 입술에 오르지 않는다.
그녀는 그에게 묻는다. 돈이 있냐고. 있으면 좀 달라고.
그는 그녀에게 가진 것을 다 내어준다. 그녀는 말한다. 그랬었다고. 그는 호적호적한 호구였다고.
그녀는 아이가 어떻게 되었는지 묻지 않았다. 벌써 몇 해전에 사망했다고 알려주었어도 그것이 나와 무슨 상관이냐고 한다.
이제 그녀를 볼 일은 없을 것이다.
그는 섬에 흘러들었다. 일자리를 찾아서 들어왔으나, 이제 그는 육지에 발을 붙이지 못한다. 겨우 육지로 나갈 마음을 품었으나 정작 배가 뭍에 닿을 무렵 그는 다시 섬으로 돌아가자 우긴다.
그 섬에서도 오랜 시간이 지났다.
누군가가 몰래 들어왔다. 남자다. 뭐라고 말하는지 알 수 없다. 노인이 살고 있는 집을 노리는 것일까?
노인은 생각한다. 이제는 정말 육지로 나가야 하나?
남자가 자신의 생명을 노리는 것 같다. 그 남자와 공생할 수 있을까?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면서 벌어지는 전개.
섬은 노인에게 어떤 의미일까?
노인이 섬을 떠날 수 있을까?
마지막 장면의 충격. 그리고 여운.
실제로 일어난 일일까? 노인의 공상일까? 안개가 낀 듯 하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