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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두사 - 신화에 가려진 여자
제시 버튼 지음, 올리비아 로메네크 길 그림, 이진 옮김 / 비채 / 2024년 7월
평점 :
신화 속 존재 '메두사'
페르세우스가 신들의 도움을 받아 그 머리를 취하는 짧은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인물.
200페이지가 넘는 분량(그림 포함)의 이야기로 만들었다고?
결말을 알고 보는 이야기만큼 김 빠지는 것이 없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가 알고 있던 신화 속 에피소드와는 다른 전개, 다른 결말이다.
메두사와 페르세우스의 서사라니. 신화에서 그들은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 메두사는 하데스의 투구를 쓴 페르세우스의 모습조차 보지 못했는데, 이 책에서 그들은 바위를 사이에 두고 몇 날 며칠 대화를 이어간다.
키우는 개를 매개로 이야기를 하게 된 그들. 페르세우스는 자신이 메두사가 있는 이곳까지 오게 된 이유를 밝히지 않는다. 메두사는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알려주지 않는다.
아테나의 저주를 받은 지 4년. 신화 속 신들의 만행은 볼 때마다 놀랍지만 그가 메두사와 자매들에게 내린 저주와 페르세우스를 돕는 설정을 볼 때는 욕설이 나올 지경이다. 정작 원흉이 된 포세이돈에게는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고 인간에게만 책임을 지우고 페르세우스를 통한 차도살인을 저지르다니.
그래서 이 책의 메두사는 정해진 수순에 따라서 곱게 목을 바치냐구요?
그러고보니 아직 메두사가 있는 섬의 해변에는 석상이 보이지 않네요.
아직 때가 오지 않았나 봅니다.
메두사는 알게 되죠. 자신이 갖고 있는 힘을.
아테나가 말한 의미는 이런 거였어요. 페르세우스의 몸이 굳어가고 있네요.
이제 그녀는 숨지 않기로 했어요. 바다로 나갈 때가 되었네요.
원한 적 없는 아름다움으로 배척받았던 그녀가 시간이 흐른 후 원했던 것은 자신을 그대로 바라봐 줄 누군가였는데,
이제 그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버렸지요.
그 누군가를 기대할 수 없다면, 이제 그녀가 스스로를 바라볼 수 밖에.
신화와 다른 결말. 그녀가 세상에 던지는 선언.
메두사!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