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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밤
안드레 애치먼 지음, 백지민 옮김 / 비채 / 2024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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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인 <하버드 스퀘어>를 읽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를 떠올렸었다.
정작 그 유명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읽지는 못했지만 어떤 식의 전개일지는 대강 짐작할 수 있겠다고 여겼는데.
와. <여덟 밤>은 일단 분량에서 압도한다. 760여쪽. 공인 벽돌책.
여덟 밤이 이어지는 전개 방식 외에는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 책인데. 읽으면서 여러 작품이 떠올랐다.
첫번째 밤의 압박을 견디면 이후에는 절로 흘러간다.
첫번째 밤의 진도가 나가지 않았던 이유를 생각한 끝에 겨우 알아냈다.
첫날 밤의 클라라 캐릭터는 극중 화자가 일방적으로 부여한 이미지 덕에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인물로 묘사되기 때문이다.
그녀는 마치 <위대한 개츠비>의 데이지 같았다.
"나 클라라예요."
당신이 수없이 들을 말 혹은 들었다고 생각하는 말, 듣기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좋을 그 말.
"그녀는 현실 세계 같았을까?
그녀는 타인이었을까?
내가 타인일 수도 있다고 그녀는 걱정했을까?
아니면 클라라 같은 부류는 그런 건 하등 걱정하지 않는 걸까?"
클라라는 닿을 수 없는 존재로 그려진 반면
"반면 나는 곳곳에 있고,
나는 아무 곳에도 없고,
나는 삶의 모조품 같은데 말이다.
반면에 나는 이렇고, 나는 저런데 말이다."
이러고 있다.
주인공 너무 자기비하가 심한거 아냐;;
밤이 계속되자 일방통행에서 쌍방향으로 전환된다.
<위대한 개츠비>에서 <비포 선 라이즈>의 시작하는 연인 전 단계가 되었다가 홍상수 영화로 장르가 전환된다.
찌질한 남성과 구원자로서의 여성.
그러나 남성은 아직까지도 여성의 단면만을 보고 자기 비하하기에 바쁘다.
<극장전>에서 엄지원 배우는 말했었지. "여배우도 사람이라고."
이어지는 대화.
_ _ _ _
시간 있어요?
왜요?
바쁘면 언제 다른 때에 전화하게.
용건이 뭐였는데요?
사과하러 전화했어요.
뭐에 대해서요?
뭐에 대해서인지 정확히 알잖아요.
이미 했잖아요. 다른 건 뭔데요?
다른 건 없어요.
_ _ _ _
여기까지 읽었을 때 아직 분량이 많이 남았는데 이렇게 끝나면 나가린데..
아마도 흡연자였다면 여기서 끊고 분명 한대 피고 들어왔을 것 같다.
그런 후 한숨을 쉬다 페이지를 넘기겠지.
그런데 그거 아시나?
역시나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
_ _ _ _
"내일이란 게 있을지 모르겠는 거죠?"
"그쪽은 알아요?"
"나는 장담을 하지 않아요."
"나도 안 해요."
_ _ _ _
그들에게 내일은 있을까?
그렇게 끝이 난 옛이야기일지, 그렇게 시작된 우리 사이가 될지.
어때요? 궁금하죠?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