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패거리
필립 로스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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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의 정치적 혼돈이 언어의 쇠퇴와 관련되어 있으며, 먼저 언어에 손을 댄다면 십중팔구 어느 정도 상황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 정치적 언어, 그리고 보수당에서 무정부주의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정치세력에 해당되는 갖가지 변형은 거짓말을 진실처럼 들리게 하고, 살인을 훌륭한 일로 만들고, 바람을 단단한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고안된 것이다.
_ 조지 오웰, 〈정치와 영어〉, 1946년

서문에 인용된 오웰. 통찰력이란.

비틀기의 대가 필립 로스. 닉슨은 그에게 어지간히도 미움받았나보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하야할 때, 그는 자신의 잘못을 구체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본인의 결정으로 직을 내려놓는다 했을 뿐.
전임자 케네디와의 공통점은 임기를 다 마치지 못했다는 점 하나인가.
그는 어찌하여 미움받는 대통령이 되었을까.

˝... 알겠소? 중요한 건 어떤 결정을 내리는가가 아니야.

결정을 내린다는 사실이 중요하지.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그놈의 긴장이 지속되니까.

긴장이 너무 쌓이면 사람이 무너질 수 있소. 나야 미국 대통령으로 있는 동안에는 무너지지 않겠지만.

이 점을 분명히 알아두어야 하오. 내 책을 읽어보면 내가 다른 것 못지않게 무너지지 않는 데에도 내 정치 경력 전부를 바쳤음을 알 수 있을 거요. 그런데 이제 와서 무너질 수는 없지.˝

결정의 내용보다 결정을 내린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는 인식. 그 인식의 위험성...

풍자문학.
아픈 곳을 찌르되 유머를 잊어선 안되는 장르.
저자는 대가답게 신속하게 찌르고 물러난다.
아니, 이걸 어떻게 대국민 담화, 국무회의, 후보연설로 풀어내냐구요.

혹시나 오해할까봐서 트리키가 지옥에서 출마할 때 한 연설로 못을 박았어요. 땅땅땅.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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