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보는자들의밤 #빅터라발 #현대문학 #영미소설 #서평단

아버지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네살 무렵 그가 사라졌다고 엄마에게 들었다.
아버지는 기억에 없지만 그가 내게 읽어줬던 책의 첫문장은 남았다.
˝아빠는 먼 바다로 떠나고˝

내가 책을 좋아하는 듯 하자, 엄마는 내게 책을 가져다주었다. 지인에게서, 일터로부터.
이웃 아주머니에게 중고 잡지를 가져다주고 돈을 받았다.
책이 돈이 될 수 있구나.
진학을 포기하고 책장수가 되기로 마음 먹었다.

어느날. 도서관 사서에게 반한다.
주체적인 여성, 에마.
여러달의 구애 끝에 사귐을 허락받은 그 순간.
그녀는 말한다. 브라질에 갈 거라고. 언제 올지 모른다고.
나는 말한다. 기다릴거라고. 당신은 언제고 돌아올거라고.

에마에게 연락이 왔다. 언제 도착한다고.
나는 일찍부터 공항에서 대기한다. 그리고 생각한다.
그녀와 나는 인연이구나.
나중에 알고보니 에마가 계획한대로였다.
에마는 00다.

아버지의 부재는 내게 욕심과 숙제를 주었다.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다는 것이 전자이고,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해내야 하는 것이라서 후자이다.

에마는 집에서 아이를 낳는 것을 고집했다. 병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낳는다. 불안은 대부분 현실이 된다. 준비 없이 아이를 낳아야 했다. 그것도 지하철에서.
아마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아이가 노출된 것이.

에마는 갈수록 야위어갔다. 아내는 일턴에 나가야했다. 아들은 나와 동행했다. 욕심과 숙제. 아들의 모습을 사진 찍어 sns에 올렸다. 아내에게도 보냈다.

어느날 아내는 내게 말했다. 누군가 자신에게 사진을 보낸다고. 그러나 핸드폰에 사진은 존재하지 않았다.
아내의 눈빛이 날이 갈수록 달라진다.
그리고 마침내 그날이 왔다. 아내에게 울부짖으며 애원했다. 제발 그만 두라고.
아내가 말했다. ˝이건 아기가 아니야.˝
정신을 잃었다 깨었을 때, 나는 아내와 아이를 다 잃었다.

책. 책이 단서가 되어주었다.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 초판을 발견하고 인터넷에 올렸다. 사겠다는 사람을 만났고, 그로부터 책을 구입하려는 사연을 들었다. 이 남자도 깨진 가정을, 돌아선 아내의 마음을 찾고자 하는구나. 그런 줄만 알았었다.

그가 말을 꺼냈다. 아내를 찾는 것을 도와달라고. 말을 전해달라고. 그와 함께 섬에 갔다. 그곳엔 여자와 아이들이 있었다. 에마도 그곳에 있었다고 한다.
아내를 만날 수 있을까? 꽉 쥔 손에서 땀이 난다.

그 남자. 친구가 아니었다. 그 남자는 조직에 속해있었다. 아이를 제물로 바친 것은 그 남자의 아내가 아니었다.
그는 기사단이라 칭했지만 그가 데려온 것은 괴물이었다.

섬에 있던 여성들과 아이들이 대피한다. 여성들의 수장의 도움으로 나도 역시 도망쳤다.
에마. 에마를 찾아야 한다. 내가 알고 있던 것들이 잘못된 것일까? 의심이 들기 시작한다.

어머니. 그토록 피해왔던 아버지 이야기를 꺼낸다. 아버지는 사실... 너를... 나는 어쩔 수 없이...

결심한다. 내 눈으로 확인하지 않았던 것을 마주하기로. 아들 브라이언이 묻힌 그곳에 간다. 친구 패트리스와.
사람들 눈을 피해 마침내 들어낸 관에 있던 그것은...
에마의 말이. 맞.았.다!

에마는 아들을 포기하지 않았다. 아직도 찾고 있다.
그녀는 내가 자신을 찾을거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마침내. 우리 두사람은 아들을 ...

아들을 지켜내고자 기꺼이 마녀가 된 이들과 아버지의 부재를 겪고 그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아버지의 역할을 해내야 하는 이들의 이야기.

전래동화 속 그래서 그들은 행복하게 지냈나구요?
사실은....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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