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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지옥 - 91년생 청년의 전세 사기 일지
최지수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23년 10월
평점 :
이 책의 저자는 1991년생, 32세 평범한 청년입니다. 지난 2020년 천안에서 전세를 얻었다가 1년 만에 집이 경매에 넘어가면서 결국 전 재산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파일럿이라는 꿈은 차마 포기할 수 없기에, 만 34세까지 훈련비 1억원을 모으고자 지금은 원양상선 승선 대기 중이라 합니다.
저도 원양어선 승선을 해볼까 생각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시험에 떨어지고 나이는 먹어가는 것 같고, 합격한 친구들이 보이고.... 아, 그때 우스갯소리로 하던 말인데. 정말 원양상선을 타겠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니.
서른 둘. 저도 그 나이가 되어서 사회에 나왔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전세 사기의 피해자가 되지 않고 지금껏 살아왔네요. 지금 제 곁에는 저보다 훨씬 똑똑하고 단호안 와이프가 있습니다. 그래요. 곁에 뭔가를 의논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복인 것 같습니다. 저자에게도 전세계약할 집에 대해 물어볼 사람은 있었어요. 조언을 구하기도 했지만, 일부러 시간을 내어 알아봐주는 수고 끼치고 싶지 않았나봅니다. 이런 배려심 있는 사람같으니.
"나는 어른이고, 내 잘못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모든 일도 내가 감당해야 했다." 112쪽
잘못 끼운 첫단추(첫 직장의 열악한 기숙사 환경) 덕분에 이후에 벌어진 일들은 이미 넘어가기 시작한 도미노 처럼 순식간에 끝을 향해 달리기 시작합니다.
다가구 주택에 설정된 근저당권채무를 갚지 못해 경매가 진행될 때 보호받지 못하는 임차인의 문제는 대규모 전세사기가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되기 전부터도 불거졌던 문제입니다. 계약을 할 때 피해야 할 물건이라는 경각심을 갖고 접근해야 하는데, 시기가 좋지 않았습니다.
우리 모두 피해자가 될 수 있었던 그날들. 끝을 모르고 올라가는 부동산 가격을 보면서 겁이 났었던 그때.
누군가는 돈을 벌고 리스크를 전가했습니다. 사상누각.
그렇게 저자는 채무자가 되었습니다. 요즘 회자되고 있는 누군가처럼 작정하고 속이려는 사람 앞에서는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피해자에게 돌을 그만 던지자구요.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것이 아닙니다. 저자는 꾸준하게 일을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헝가리로 해외 취직을 하기도 했지요. 환율 문제로 실제 받는 월급이 한국에서 벌 수 있는 돈 보다 훨씬 적어 결국 천안으로 다시 돌아오게 됩니다. 이후 횟집에서 일을 하다 결국은 부모님의 도움을 받기로 하고 저녁 일을 그만 두게 됩니다.
뉴스에서 많이 보아왔던 일들이 지면을 통해 재현됩니다. 피해자들을 위한 현실적 대책의 부재. 전세가 보다 낮은 금액의 낙찰. 낙찰자가 보내 온 명도 내용증명, 관리사무소와의 분쟁..... 그리고 비움.
피해자가 되어보니 스스로 고립되기를 선택한 이들을 이해할 수 있게되었다는 저자.
부모님에게 직접 만든 해물 파스타와 레드 와인을 대접하면서 꺼낸 말.
"원양상선을 타려고 합니다."
이렇다 할 타계책이 없는 저자가 택한 것은 원양상선의 선원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다행히도 그가 상선을 타겠다고 결심하는 과정에서 저자의 위트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결심 후에 꺼내 본 책 <노인과 바다>. 친한 동생은 원양상선을 타겠다는 그의 말에 걱정하면서도 만화 <원피스>에 등장하는 '상디'가 떠오른다며 멋있다고 격려해주엇다 합니다. 저자는 자신의 포부를 밝힙니다. '돈이 없어 굶주린 경험이 있는 나도 상디처럼 배에서 굶는 이가 없도록 할 것'이라고. 이런 인류애가 넘치는 사람.
한참 걱정하면서 읽다가 이 부분 읽고는 안심했습니다. 그래. 굽이굽이 돌아가도 나중에 보면 직선처럼 보이는 게 인생이니까. 이 친구. 아직 꿈을 포기 안했네. 응원하게 됩니다.
원양상선 타기 전에 북토크도 합니다.
일시 - 11월 14일 화요일 19:30~21:00, 장소 - 교보문고 광화문점 23층 도전실!!
이름도 "도전실"이네요. 앞날에 희망이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응원합니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