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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정신이라는 착각 - 확신에 찬 헛소리들과 그 이유에 대하여
필리프 슈테르처 지음, 유영미 옮김 / 김영사 / 2023년 9월
평점 :
한때 그런 적이 있었다. 어쩌면 지금도 가끔 그런 모습이 나올지도 모른다.
이제는 다 안다는 말을 못하지만, 어느 정도는 안다.
내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님을.
현실성 없는 주제를 가지고 정의를 논한다.
아내와 대화를 하다가 여지 없이 깨졌다.
그런 뜬구름 잡는 이야기 하지 말고 한 가정의 가장임을 직시하라.
그래. 가정 경제 앞에, 아이 양육 앞에 다른 것은 무용하다!!
절대!!라는 것은 없다
"핵심 명제는 바로 이것이다. 어떤 확신이 '정상적인' 것으로 혹은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해도, 그것은 언제나 가설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즉 아직 입증되지 않은 가정이므로, 언제든 잘못된 것으로 드러날 수 있다."
내 기준, 아니 '우리' 기준에 맞춰서 생각하는 것은 편한 길이다.
"우리는 확신에 의거해 속하고 싶은 집단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속하고 싶은 집단에 의거해 확신을 선택하는 듯하다. 그래서 우리의 확신은 한편으로는 속한 집단과 동질감을 느끼고, 한편으로는 타자를 배제하는 데 기여한다.
아무도 이런 경향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상대방을 비방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어떤 확신을 망상이라고 폄훼하는 것이 타당한가?
"어떤 확신을 망상이라고 칭하려면 그 확신이 얼마나 확고하고 흔들리지 않아야 하는가? 얼마나 굳은 확신이라야 하며, 얼마나 많은 상반된 증거에도 확신을 고집해야 하는가? 둘의 경계는 유동적이다."
'나'는 의심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정말로 대부분의 사람이 비합리적이고, 나만 평균 이상으로 합리적일까? 최소한 내가 확신하는 것 중 많은 것이 사실은 내 생각만큼 합리적이지 않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내 생각에 다른 사람의 동의를 구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확신이 사회적 맥락에서도 (사물을 판단하고 분별하는) 인식적 기능을 띤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다른 사람과 그들의 특성에 대한 확신은 친구와 적을 구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확신은 누군가를 믿어도 될까 안 될까, 가까이하는 게 좋을까 멀리하는 게 좋을까, 하는 질문에 대답해준다. 그런 확신은 주위 사람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 밖에 확신은 의사소통 기능도 지닌다."
확신의 본질은 주관성이다.
"뭔가를 확신하는 사람은 그것이 확실하다고 스스로 확신한다. 주관적으로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확신의 본질이다. 어떤 확신이 객관적으로 볼 때는 종종 불확실한 것이지만 말이다."
음모론에 의지하는 이유?
"음모론은 많은 경우 모순적으로 보이거나 이해할 수 없는 일에 대해 단순한 설명을 제공해준다. 모든 확신과 마찬가지로 주변에서 관찰할 수 있는 사건을 이해할 수 있도록 연결시킴으로써 머리가 터질 것 같은 복잡함을 덜어준다.
음모론에서 중요한 것은 진실에 부합하는 내용이 아니라, 얼핏 보기에 모순된 것을 그럴듯하게 풀어주는 능력이다. 이로써 음모론은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음모론을 믿는 사람에게 혼란스럽고 위험한 세상에서 뭔가를 알고 통제할 수 있을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당신이 모르는 세상보다는 당신이 아는 악마가 더 나은' 것이다."
망상과 음모론의 차이
"망상과 음모론에 대한 믿음은 동일하지 않다. 이 둘의 근본적 차이는 정신증적 망상은 늘 개인의 망상이라는 것이고, 음모론은 다른 사람들과 확신을 공유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합리적이라는 환상
"우리 모두는 자신이 합리적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 이런 환상은 자신은 도무지 공감할 수 없는 다른 사람들의 확신을 보면, 그것을 비합리적이고 약간 '제정신이 아닌' 것으로 치부하게끔 한다. 그러므로 우리가 인식적 비합리성을 어떻게 설명할지, 그것이 어디에서 연유하고, 어떻게 머릿속에서 생겨나고, 어떤 기능을 하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자신의 비합리성을 이해하고 의식하면, 그것에 어떻게 대처할지 더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지금 나의 확신은 쓸모가 있는 것인가?
"어느 정도 흔들리지 않는 확신이라야 쓸모가 있는 것이다. 새로운 정보에 따라 금방 뒤집히는 확신은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당부를 읽어본다.
"우리는 더 이상 단정 짓듯 말하지 못할 것이다. 이분법적 사고와 흑백논리로 상대방을 편하하고 배제하는 대신, 프랑스 철학자 시몬 베유가 사람이 지녀야 할 태도로 권한 '머뭇거림'이 우리 몸에 밸지 모르겠다. 그리고 대화에 조금 더 열린 사람이 되고, 건설적인 대화가 가능한 사람이 될 것이다. 머뭇거리는 아름다운 몸짓, 섣불리 단정하기보다 상대를 조금 더 따뜻하게 바라보는 아름다운 시선이 이 책을 읽은 우리 모두에게 부작용으로 남기를!"
반성한다. 적어도 이 정도는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확신을 입에 올릴 수 있을 듯.
그렇다. 와이프의 현실론 앞에 나는 곧바로 나의 확신을 버렸다. 깨지기 쉬운 확신은 확신이 아니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