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명소녀투쟁기 #현호정 #사계절 #박지리문학상 #한국소설수정은 용하다고 소문 난 점쟁이를 찾아간다. 대학입시에 붙을 것인지를 물으러 간 자리에서 뜻밖에도 대학에 가지 못한다는 단언을 듣게 된다. ‘북두’라는 이름의 점쟁이는 대학에 못 가는 이유가 수정이 스무 살을 못 넘기고 죽기 때문이라 한다.몇 페이지를 넘기지 않았음에도 벌써 현실감각이 떨어지는 듯 하다. 수정이가 되어 북두에게 대신 물어본다. -살려면 어찌해야 합니까?-죽음은 소나기와 같으니 구름의 반대방향으로 가면 살 것이다.수정은 즉시 떠난다. 백안시 했던 은주 아줌마가 사 준 백설기 100개를 가방에 넣고.가는 길에 자신을 구해 준 개와 함께 백설기를 먹고, 내일이라는 이름을 붙여준다.동행이 늘었다. 이안이라는 동갑내기. 그 아이는 죽으러 간다고 한다. 아이가 묻는다.-넌 살려고 가는 거니?기묘한 동행이다. 살기 위해 도망치듯 남쪽으로 가는 수정과 죽기 위해 북쪽으로 가는 이안. 그런데 둘에게 방법을 일러준 이의 이름이 ‘북두’로 같다는 것을 알게 된다.수정과 이안은 염라대왕과 조우하여 자신들이 원하던 생명과 죽음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된다. 검은 명부는 자신을 죽게 만들 자들의 이름이 적힌 명부, 흰 명부는 자신을 살게 만들 자들의 이름이 적힌 명부. 하나하나 찾아가서 그들을 다 죽여. 그 순간 수정 너는 천수를 얻고, 이안 너는 영면을 얻을지니. 수정과 이안은 그 두 명부에 적힌 이름이 같음을 확인한다. 서로 다른 것을 원하는 이들이 가야 하는 곳은 같다. 명단에 있는 이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면서 수정은 생각한다. 자신은 삶을 원하지만 이안이 없는 삶을 원하지는 않는다고.수정과 이안은 계속 나아간다. 그 끝은 어디일까.소설은 중간중간 암시한다. 어쩌면 꿈일지도 모른다고. 죽이면 모든게 없어지는 것일까? 천만에. 없어지는 게 아니라. 흔적이 남는다. 흔적은 뭔가를 위해 노력했기에 남는 거고.수정은 깨어난다. 손목을 본다. 어딘가 부러진 것이 아니다. 수정은 아마도...유서를 읽는다. 그리고 어제가 되어버린 오늘 했던 생각을 읽는다.오늘은 어제는 생각지 못했던 내일이다. 단명소녀 투쟁기. 스스로 삶을 끝내고자 했던 소녀. 혹은 자신의 삶에 대한 결정을 하고자 했던 소녀의 이야기. 죽을 곳을 찾아가던 소년 이안을 만나서 삶의 의미를 찾았을까?내일이 너무 개같으니까.내일이 온다는 게 개같고, 내일이 있다는 게 개같아.칼은 나를 아프게 하는 방식으로 나를 살리거나 죽이지만나는 나의 죽음을 죽일 수 있다.이안은 수정 안의 다른 자아였을까?그들은 같은 곳을 가야 하는 동지였으나 그 둘이 하나이면 결국 원하는 것을 원하지 못하는 관계이다. 수정은 살기를 원했으나, 이안이 없이는 죽는 것이 낫겠다고 한다.깨어보니 이안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안 없이도 수정은 살아갈 결심을 한다. 수정은 내일의 개를 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