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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로 보고 손으로 읽으면 - 시각장애 언어학자가 전하는 '보다'에 관한 이야기
호리코시 요시하루 지음, 노수경 옮김 / 김영사 / 2023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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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사 서포터즈 16기 8월 도서로 받은 책 세권 중 가장 인상깊음과 동시에 가장 리뷰 쓰기 어려웠던 책.
올해 초등학생이 된 딸은 가끔 그네를 타다가 눈을 감는다.
2, 3미터 거리를 두고 벤치에 앉아서 딸이 다치지는 않을까 약간의 경계심을 갖고 보는 나는 애가 타기 시작한다.
와이프와 아이의 양 옆에서 한 손을 잡고 산책을 할 때면 "엄마, 아빠. 나 지금 눈 감고 있으니까 길이 어떤지 잘 말해줘야 해."하며 걷는다. 그럴때면 평지를 걷고 있음에도 장난으로 "계단!! 계단 조심해!"라고 놀리곤 한다.
근데 평지를 걷다가 계단을 만나면 다리를 높게 들고 보폭을 좁히게 되는데 높이가 달라지지 않으면 당황하게 된다는 거지. 아이는 결국 감았던 눈을 뜨고는 웃고 만다.
아이가 그런 상황을 상상해보는 것은 좋은데, 이기적인 맘으로 우리 아이에게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고 기도한다.
그렇다. 이 책은 감히 상상도 해보지 못한 일들이 일상인 사람이 쓴 글이다.
조심스럽게 읽었고, 내용이 좋아서 안심이 되었다.
"그렇다. 우리는 세계를 그저 '눈으로'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만져서 보고, 귀로 들어서 보고, 맛으로 보고, 냄새로 본다. 내가 이 책에서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은 것은 이러한 '본다'는 것의 그러데이션 효과이다."
"자, 그러면 이제 여러분을 빙글빙글 눈이 돌아가는 신비한 오감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안내는 태어나면서부터 눈이 보이지 않는 제가 맡겠습니다."
저자는 아주 심지가 굳은 사람이다.
인상 깊은 부분이 너무 많지만 그 중 일부를 소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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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굳이' 당당하게 위선을 행하면 됩니다. 어느날 갑자기 진정한 선으로 바뀌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잖아요? 그걸 보고 누가 위선자라고 한다면, 스스로 미숙함을 되돌아보게 하는 작은 인연이었다고 생각하십시오. 그리고 이렇게 말하세요. '그렇게 말하면서 낮잠이나 자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라고요. 혹시 자기만족 아니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받아치십시오. '그렇다면 당신은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않느냐'라고요. 자기만족의 반대말은 자기불성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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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멋있다!! 유난히도 사람 눈에 민감하는 나는 충분히 할 수 있었던 위선도 행하지 못하고 시간을 보냈다.
자기만족이면 뭐 어떤가.
'눈에 뵈는 것이 없다.'는 말을 '두려울 것이 없다'는 의미로 쓰는 경우가 있는데, 이제 그런 말은 안쓰려고 한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