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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욘더
김장환 지음 / 비채 / 2022년 10월
평점 :
"나(이후)는 죽음이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것이면 좋겠어."
"희미한 영혼이라도 남아 있으면 ..... 그게 당신(김 홀)을 그리워할까 봐."
인터뷰어 김 홀의 아내 차이후가 암으로 죽기 전 했던 말.
세상은 이후의 죽음 이후에도 달라지는 것이 없습니다.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들마저도 같은 것을 보고 있지 않습니다. 거리를 걷는 사람들은 허공을 바라보거나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립니다. 거리를 공유하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각자의 공간에 들어가 있는 그들. 가상공간이 보편화된 세상이 소설 속 배경입니다.
한동안 폐인처럼 살고 있던 김 홀에게 메일 한 통이 도착합니다. 스팸 메일인 줄 알고 열었던 메일의 발신인은 이후. 누군가 악질적인 장난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다 옛기억을 소환합니다. 이후가 죽기 전에 자신의 메모리를 누군가에 건냈던 것이 떠오릅니다. 이후가 혼자 남을 김 홀을 위해 미리 준비한 것일까요?
그녀의 아바타를 봅니다. 믿기지가 않습니다. 이후는 분명 아무것도 남기지 않기를 원했는데. 그런데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것은 뭐지? 김 홀은 부정합니다. 그리고 황급히 그 자리를 떠납니다.
김 홀이 떠나고 홀로 남은 이후의 아바타의 상태는 어딘가 이상합니다. 그 자리에 붙박힌 듯 꼼짝하지 않습니다.
김 홀이 이후의 아바타를 다시 찾은 것은 김 홀과 같은 같은 처지(잃은 가족의 아바타와 소통하는 모임)에 있는 사람들로부터 아바타와 관련된 조언을 들은 후입니다.
'당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아바타는 당신이 그리워하는 그 사람을 닮아갈수 있다'는 것. 모든 건 그걸 대하는 사람의 태도에 달려 있고, 믿음을 갖고 대하면 프로그램 이상이 된다는 것.
그들이 김 홀에게 들려준 이야기의 요지.
마음을 연 김 홀은 아바타와 함께 있을 때 살아있을 때의 그녀를 떠올립니다.
그러다 이후가 새로운 기억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들은 강아지를 키운 적이 없으나, 이후는 김 홀이 오지 않는 동안 강아지를 돌보면서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아바타가 과거의 기억을 소환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간다고?
혼란스러운 김 홀의 상황과 별개로 갑작스러운 자살이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됩니다.
그리고 자살자의 공통점이 발견됩니다. 그들이 받은 초대장. 아바타가 살고 있는 공간 '욘더'로 초대합니다.
현생에서 아바타를 만나는 특정한 공간이 아니라 초대받은 사람이 아바타가 있는 공간으로 들어가는 것.
김 홀과 가까이 지내던 아이는 죽음을 택하기 전에 초대장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자발적인 선택으로 그곳으로 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왜? 이후는 김 홀에게 초대장을 보내지 않을까요?
김 홀은 스스로 '욘더'에 들어가기로 합니다. 수문장이라 할 수 있는 여인을 가까스로 만나고 주의사항을 들은 후 결국 그것에 도달합니다.
그리고 이후를 만나죠. 김 홀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이후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의 아이.
시간의 흐름조차 비껴나는 듯한 그곳에서의 생활. 그런데 이후가 침울해보입니다. 그런 표정이 가능한 것일까요?
이곳은 천국인데. 이후가 말합니다. '아이, 아이가 자라지 않아.'라고.
김 홀은 이후를 달래봅니다. 그리고 잠이 들었어요. 일어나보니 이후가 보이지 않습니다. 병원에 입원했다고 하네요. 혼란스러워집니다. 이곳에도 물론 병원은 있겠지만 이후가 아픈 이유가 무엇이지?
이후는 왜 김홀에게 초대장을 보내지 않았을까요?
뜻밖에도 이 소설은 삶과 죽음, 불멸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2011년에 초판이 발행되고 2022년에 개정판이 나왔어요. 개정판이지만 책의 내용은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시대를 앞서갔어요. 지금 읽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김 홀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이후가 생전에 그에게 했던 말에 힌트가 있습니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인 느낌이나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