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 Me Tell You Something : 인생이 원하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더라도
황영 지음 / 마음연결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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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를 보는 순간 이상하게 마음이 쓰였다.

하강 이미지. 표지에 등장하는 남자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움찔 했다.


그리고 ... 궁금해졌다.

떨어지는 이 순간의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걸까?

옷은 왜 그렇게 입은 것인가?

어디로 뛰어드는 것이길래...

아래는 물이 아닌 것인가?


황 영 작가님. 서평단 모집하는데 온 마음을 다 써버린 듯 하다.

일일이 적어보내신 쪽지는 실화인가.

아. 쪽지를 읽는 순간 예감했다.

이 책 완독하는데 오래 걸리겠구나.


도착인증을 하면서 인터넷 서점 리뷰를 찾아보았다.

짧은 글에 이렇게 쓰인 글을 보았다. "그런데, 작가님 지금 잘 지내고 계신거죠?"

그렇게 물을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이 책에서 감사를 표하고 있는 인물 '문신 형님'이 성이 '문', 이름이 '신' 외자인 사람이 아니라 말 그대로

몸에 그림을 그린 형님. 더구나 사금융에 종사하시는 분이기 때문이다.


아. 옥탑방에 문신 형님이 빚 독촉을 위해 찾아와서 라면에 밥 말아먹고, 담배까지 얻어피고 가신 사연을 읽을 때의 심정이란. 저는 황영 작가님(동향 사람입니다. 이하 '형님'이라 칭하겠습니다)과 문신 형님이 나온 학교가 어딘 줄을 알고 있는 고향 후배이기 때문이죠. 그렇습니다. 형님이 나온 고려고가 저의 1지망이었습니다(뺑뺑이로 정해진 덕분에 담장 하나를 경계로 둔 전남고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만. 전남중 재학 중에 전남고 럭비부 형들에게 만화책을 뺏긴 경험이 있어 절대로 가고 싶지 않은 곳이었...)


어쩔 수 없이 학원가에 투신하게 된 사연을 읽으면서부터 학생에게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고 뭔가 심오한 대화를 주고 받는 듯한 도입부와는 다른 전개가 펼쳐진다.

이 책은 형님이 지금처럼 철학 있는 교육자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다.


영화판에 있다가 학원가로 투신. 영화책은 버렸지만 철학책을 버릴 수 없었다는 고백.

"희망이 사라지고 나서야, 삶이 무엇인지 고뇌하기 시작했다. 힘들어서 돌파구를 찾고 싶었다. 두 극단적인 생각이 늘 머릿속에서 싸웠다." -71쪽


어쩔 수 없이 투신한 학원가이지만 마음을 고쳐 먹자 달라지기 시작한다.

"강의는 영화와 비슷한 점이 많았다. 애초에 영화를 시작한 이유는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강사도 비슷한 일을 할 수 있었다. 학생들에게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내 이야기를 통해 학생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길 바랐다. 둘의 공통점을 발견하니 새로운 욕망이 생겼다. 그 욕망 덕분에 내가 살아있음을 자각했다." -101쪽


책을 읽고 나면 궁금해지는 사람이 생길 것이다. 쇼펜하우어. 그가 가난뱅이가 아니었음을 형님이 알게 된 순간 쓰레기통에 쳐박혔지만 다음날 다시 가방으로 들어갔을 정도. 형님이 하는 말을 이해하려면 쇼펜하우어 정도는 알아야 한다.


인연이 다 한 줄 알았던 문신 형님이 다시 등장한다. 이번엔 라면이 아니라 '갈비'. 문신 형님이 남긴 말을 형님은 다음과 같이 받아들인다.

"문신 형님은 나에게 쇼펜하우어였다. 칼을 맞고, 칼이 아픈 것을 아는데도, 절대 두려워하지 않는 삶을 살라 했다. 나는 가혹한 운명을 긍정하며 너털웃음을 졌다." 151쪽

문신 형님은 선뜻 보증금 하라면서 200만원을 형님에게 건냈다.


2008년 드디어 문신 형님의 빚을 다 갚았다. 그 후로 형님의 삶은 어떻게 되었냐고?


마지막 20여 페이지를 보면 그간의 삶보다 더 롤러코스터를 탄 듯 하다.

아. 그래서 서평에 "작가님 지금은 잘 살고 계신거죠?"라는 안부를 물었었구나. 이해가 되었다.

역시 책은 끝까지 읽어야 한다. 마지막은 쇼펜하우어보다 니체!!


형님과 인스타 이웃이다. 요즘 바쁘신 것 같다. 작가 사인회도 하시고. 새로운 글쓰기 주제를 찾으신 듯 하다.


누군가 그랬다. 책을 읽는 것은 저자의 인생을 읽는 것과 같다고. 이 책 한 권 읽었다고 가까워진 느낌이 든다면 오버일까? 잘 됐으면 좋겠다. 우리 형님.


황 영 작가님.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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