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방의 미친 여자
샌드라 길버트.수전 구바 지음, 박오복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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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내가 감히 이해한다는 X소리는 하지 못하겠습니다. 소수의 선구자들은 우선 인정받아야 합니다. 존재 자체만으로 부인당하기 때문입니다. 문인의 수가 드물고 남성 위주의 권위가 자리잡은 문화에서 그들의 인정투쟁은 가시밭길과 다름 없습니다. 발자취를 따라가는 것으로, 알게 되었다는 것으로 우선은 위안을 삼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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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란 여성의 일이 아닙니다. 그럴 수 없습니다.'

  • 샬럿 브론테에게 보낸 유명한 편지에서 로버트 사우디의 표현


문학에서의 부권 은유는 여성이 문학에 관여할 수 없음을 암시한다. 남성의 섹슈얼리티가 문학 권력과 끈끈하게 연관되어 있는 반명, 여성의 섹슈얼리티는 (19세기 사상가 오토 바이닝어의 표현에 의하면) '여성은' 문학 권력이 없기에 '존제론적 실재를 [남성과] 공유하지 못한다'는 사고로 이어진다.


여성은 문학의 대상일 뿐만 아니라 관능의 대상으로서 남성의 행위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만 존재한다는 (바이닝어와 사우디의 편지에 공히 드러나는) 생각이다.


모든 작가에게 자아 정의는 자기주장보다 반드시 선행한다. 창조적인 '나란 존재'가 무엇인지 '내'가 알지 못한다면 언어화할 수 없다. 그러나 여성 예술가에게 자아 정의의 본질적 과정은 그녀와 자신 사이에 끼어든 모든 가부장적 정의 때문에 복잡해진다.


문학 전통이 여성들에게 제공해주는 주된 이미지가 천사와 괴물, 착하지만 바보 같은 백설공주와 사납고 광적인 여왕 같은 극단적인 대립쌍뿐이라면, 그런 이미지는 여성이 글을 쓰는 방식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남성 예술가와 달리 여성 예술가는 먼저 사회화의 영향과 싸워야 한다.

여성 예술가는 (남성) 선배의 세계를 읽는 시각이 아니라 자신을 읽는 시각과 싸운다. 자신을 작가로 정의하기 위해 여성 예술가는 자신의 사회화 조건을 다시 정의해야 한다.


펜을 들었던 최초의 여성들이 자신에 대한 불신, 무력감, 열등감에 감염되거나 그로 인해 병들었음은 분명하다. 이런 느낌은 '여성성' 교육이 유도한 결과였다.


자신을 치유하기 위해 여성 작가는 우선 자신을 감염시켰던 문장(판결)을 좇아내야 한다. '유리 표면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 여성 문인은 모든 여성이 지켜야 했던 사회적 규범을 그토록 오랫동안 반영해온 거울을 박살내야 한다.

여성문학에 등장한 미친 여자가 남성 문학과 달리 단순히 여자 주인공의 적대자거나 들러리가 아니라는 것. 어떤 의미에서 작가의 분신이고 작가 자신의 불안과 분노의 이미지다. 실제로 여성이 쓴 많은 소설과 시에는 미친 여자가 출현한다.


제인 오스틴 - 처음부터 자신에게는 좁은 장소 이외의 다른 어떤 곳도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그녀의 패러디 전략은 부적절하지만 피할 수 없는 구조에 대향한 자신의 싸움에 대한 증언이다.

오스틴은 무너진 건물 밑을 뒤지거나 스스로 건물을 부수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 지붕의 한계와 불편함을 인정하면서도 그 아래에서 사는 법을 알아간다.

여자 주인공들이 복종하는 척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오스틴은 소설에서 자신의 이중적인 인식, 즉 자기주장과 반항의 즐거움을 폭로하면서도 온순함과 자제를 주장하는 이중적인 인식을 성공적으로 견지한다.


샬럿 브론테 -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계급제도를 역사적으로 다루면서, 역사적인 변화와는 표면적으로 아무 관련 없이 보이는 여자 주인공들의 외로운 투쟁과 역사적 변화 사이의 거리를 탐색하는 데 주력한다.

(최근에 '제인 에어'를 한빛비즈 문학툰으로, 현대물로 패러디한 소설 '기척'을 읽었는데, 제인 에어에 대한 분석을 읽으면서 원작 읽기에 도전할 마음이 들었다.)

가부장적 예술을 전복하기 위해 브론테가 사용한 것은 수용의 행위다. 브론테의 작품들은 남성성을 권력과 동일시하고 여성성을 굴종과 동일시하는 폐해를 상세하게 설명한다. 그러나 브론테는 순종의 습관이 여성에게 중요한 통찰(여성들이 저항할 때 그들의 주인처럼 되지 않도록 그들을 도와줄 수 있는 공감의 상상력)로 이끌었음을 알고 있었다.


조지 엘리엇 - 의식의 타락 상태와 여성의 내밀한 상처는 자기혐오로 인한 무력감과 관련된 주제일 뿐 아니라 속박이기도 하다. 이런 자기혐오는 여성이 자신의 탁월성 때문에 불가피하게 얻는 인식과 모순되는 가부장적인 가치를 수용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에밀리 디킨슨 - 은근히 자신이 선택받았다고 생각하면서도 모든 여자에게 아무도 아닌 사람의 역할을 하도록 강요하는, 우주의 법칙으로 위장한 사회적 요구를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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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시대를 떠나 존재하지만 당대의 문화를 알아야 이해의 폭이 넓어짐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붉은 색 속 표지가 금서를 나타내나 싶기도 한데, 시간을 들여서 공들여 다시 읽어보겠습니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인 느낌이나 의견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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