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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영화. 오늘의 감독. 내일의 대화. - 민용준 인터뷰집
장성용 사진, 민용준 인터뷰어 / 진풍경 / 2022년 8월
평점 :
인터뷰 中에서
김보라 감독
"그냥 사람으로서 공감할 수 있었던 거니까요. 꼭 뭔가 경험해 봐야 아는 것만은 아닐 거예요. 그래서 영지가 그런 경험이 없는 부잣집 공주님처럼 자랐다고 해도 인간이니까, 인간의 고통을 경험하지 않았음에도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최소한 참된 인간이라면. 그래서 영지가 과거에 어떤 경험이 있었는지를 밝히는 게 이 인물을 이해하는데 필요조건은 아니라고 봤어요." 53쪽
김종관 감독
"거짓말을 훌륭하게 하는 사람은 그게 진심이라 믿으며 하는거라 생각해요. 그러니 거짓말을 하는 것이 짐심을 다하는 행동이기도 한 거죠. 그런데 소설가가 쓴 소설도 그럴 거예요. 온갖 거짓말을 동원하는 행동이지만 자기 경험을 투영한 창작물이 나올 때도 있는 거죠. 그렇다고 그게 일기는 아닌 거고요." 67쪽
김초희 감독
"영화감독이 되지 않는 이상 다들 쉽게 하는 말이 있어요. 감독은 너무 이기적이라고, 자기밖에 모른다고. 저 역시 그렇게 생각했어요. 물론 기본적으로 감독의 말을 따라야 영화라는 게 완성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니까 감독에 대한 존경심도 있었죠. 그런데 막상 감독이 되고 나서 알았어요. 감독은 무언가를 결정해야 되는 사람이더라고요. 그리고 결정해야 하는 것의 가짓수가 실로 어마어마하고요." 165쪽
박찬욱 감독
"정서경 작가와 런던에서 처음 브레인스토밍하듯 작품을 얘기하는 단계에서부터 주인공은 일단 박해일로 상상하자면서 시작된 덕분이죠. 아무튼 경감 직위의 강력반 팀장으로 사회적 지위가 있고, 아이도 있는 중년남자를 연기하는데 언뜻언뜻 귀여운 모습이 드러나요. 그게 박해일이라는 배우의 매력인 거 같고요." 203쪽
봉준호 감독
"처벌이라는 단어는 좀 거창한 거 같고 그냥 삶 속에서 치르는 대가 정도가 적당할 거 같아요. 개인이건 집단이건 어떤 대가를 치르긴 하잖아요. 그런 대가에 대한 영화적 표현인 거죠. 그리고 사람의 인생에서 그런 대가를 피하는 건 힘든 일 같아요. 빨리 찾아오거나 늦게 찾아오거나 혹은 저지른 것에 비해 덜 찾아오거나 과하게 찾아오거나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떤 형태로든 삶에 따르는 대가는 있는 것 같아요." 313쪽
윤가은 감독
"언젠가 그런 걸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있어요. 가족으로서 구성원 각자가 수행하는 역할이 명확할 수도 있겠지만 어떤 면에서는 서로의 결핍을 보환해줄 수 있어야 유지되고, 어른이 아이들의 결핍을 보완해줄 수도 있겠지만 부모의 결핍을 아이가 채워줄 수도 있거든요. 결국 함께 사는 사람들끼리 나눌 수 있는 게 있는 법이죠." 377쪽
윤단비 감독
"하지만 그런 게 삶이라고 생각해요. 현실적으로 미정이 자기만의 힘으로 삶을 꾸리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거고, 끝내 이혼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그게 그의 최선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냉정하게 느껴지는 마음이란 어쩌면 지금 현실에서는 이 정도일 수 밖에 없을 거라는 마음이 반영된 결과 같기도 했어요." 409쪽
이경미 감독
"누군가를 진짜 웃기려면 나를 버려야 돼요. '내가 이렇게 웃겨버리면 내 위상은 어디로 가는 거지?' 이런 고민하는 사람은 절대 웃길 수 없어요.(웃음). 그러니까 누구를 웃기는 행위가 진짜 위대한 행위인 거죠. 누군가를 웃겨보겠다고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나 자신을 내던지는 것까지 해야만 가능한 거니까요." 478쪽
이옥섭 감독
"학교 다닐 때 대화 장면이 가장 찍기 어렵다고 말하는 교수님이 계셨는데 사실 대화 장면이 뭐가 어렵다는 건지, 그냥 대화하는 걸 찍으면 되는 거 아닌가 생각하곤 했어요. 그런데 정말 어렵더라고요. (웃음) 어떤 위치에서, 어떻게 시선을 주고받는지에 따라 신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져요." 505쪽
이와이 슈운지 감독
"어릴 때부터 삶과 죽음이 누구에게나 아주 가까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특별한 생사관은 아니지만 어릴 때부터 그런 생각을 해왔기 때문에 제 영화에도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이 투영될 수밖에 없었을 거라는 의미죠. 제가 만든 모든 작품에서는 크건 작건, 삶과 죽음에 대한 표현은 꼭 드러나게 되는 것 같습니다." 542쪽
이종필 감독
"모니터 앞에서 폼 잡는 얘기는 절대 하지 않으려 해요. 대부분 둘이 있을 때나 상대가 불편하지 않을 때 하려고 하죠. 그렇게 배우들과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해요. 왜냐면 그게 정말 크거든요. 예전에 대사 한 마디 하는 단역을 해본 적도 있는데.." 591쪽
이재용 감독
"아무래도 저는 사람들이 불편해하는 걸 달가워하는 타입은 아닌 것 같아요. 제 관심사를 공유하고 싶을 뿐이지, 사람들을 계도하고 싶진 않거든요. 어떤 주의나 의식을 웅변하고 자각하게 만들겠다는 의지가 없는 거죠. 물론 그들의 삶에 비참한 단면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매일을 지옥처럼 살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요." 613쪽
임선애 감독
"말씀하신 것처럼 시나리오는 영화를 만들기 전까진 미완성이죠. 시나리오는 영화가 아니잖아요. 그냥 서랍 속에 있는 거죠. 시나리오 그대로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고, 이야기의 최종 완성이란 반드시 영화로 만들어봐야만 알 수 있는 것이니까요." 673쪽
2. 후기
이 책의 저자 민용준님을 찾아봤다. 요즘은 창작하시는 분들이 SNS 계정을 활발히 활용하신다. 민용준 기자님 계정 역시 쉽게 찾을 수 있다. 이 책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인터뷰 당시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더불어 최대한 본인의 이야기를 자제해야 하는 인터뷰어를 벗어난 기자님의 일상과 평소 글에 대해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미 상영했던 영화에 대해 감독과 이야기를 나눈다. 영화를 찍을 때의 자세와 기억에 대해, 캐스팅부터 촬영을 마치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특정 영화의 장면에 대해 궁금했을 거의 모든 것을 읽을 수 있다. 아마도 작품과 감독에 대해 사전에 알고 있던 정보의 양 만큼 얻어가는 것이 많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계획에 대해.
책의 리뷰를 쓰려고 며칠 고민을 하다가 감독님들의 말을 그대로 원용할 수 밖에 없음을 깨달았다.
각색을 거치지 않은 말들. 어떻게 물어봤길래 그런 대답이 나왔을까? 이건 어느 영화와 관련된 말일까?
페이지를 남겼다. 상상은 당신의 몫이다.
덧) 책의 출간 당시 <헤어질 결심> 개봉 전이라 상대적으로 분량이 적지만 아마도 궁금했을 캐스팅에 대해 어느 정도 언급된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인 느낌이나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