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저씨 1~2 세트 - 전2권 - 박해영 대본집 인생드라마 작품집 시리즈
박해영 지음 / 세계사 / 2022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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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본집을 읽는 이유.


영상을 배제하고 지문을 읽으면서 음미하는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나의 아저씨. 인생드라마 대본집. 저는 대본집을 구하려고 여러차례 시도를 해봤어요.

중고00 사이트에 검색을 해보고 대본집 구한다는 글도 찾아보고.


그러던 어느날. 선물 같이 나타난 대본집. 세계사가 큰 일을 해냈습니다.

양장본. 신경 쓴 테가 확확 나요. 그러면 이 책을 받은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당연히!! 더 소중하게 대할 수 밖에요.


2. 지문을 읽다보니 영상으로 접했을 때 무심코 지나갔던 부분이 눈에 들어옵니다.


후계동 삼형제 중 막내 기훈은 둘째 형 동훈을 이렇게 보고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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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훈 아... 불쌍한 우리 삼 형제. (한 잔 마시고)

상훈 왜 삼 형제야? 얘(동훈)가 왜 불쌍해?

기훈 (빙긋이 동훈을 보다가) 난 이상하게 옛날부터 작은형이 제일 불쌍하더라.

동훈 !

기훈 욕망과 양심 사이에서 항상 양심 쪽으로 확 기울어 사는 인간. 젤루 불쌍해.

동훈 (피식) 지랄 ... (그러나 심장은 조용히 녹아난다)

[대본집 1권 중 Episode 1 S#35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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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훈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 기훈이었어요.

그러니 둘째 형수의 부정을 알았을 때 그런 반응을 보인 거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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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훈 어디 가 새꺄!

기훈 놔아! 형수한테 물어볼 거야.

동훈 니가 뭔데 새꺄. 가만 안 있어?

기훈 (확) 왜 처맞구 다디고 지랄야 새꺄. 죽여도 시원찮을 판에. 너 욕도 제대로 못 했지?

상훈 그만해 새꺄. 누가 봐!

기훈 너 어버버버 욕도 제대로 못 했지? 내가 욕해준다고! 패준다고! 화끈휴ㅏ게!

동훈 가만있으라고오! (하며 기훈을 밀치고 패고)

기훈 (빡 돌아서 동훈에게 달려들며) 왜 날 패구 지랄야 새꺄!

상훈 (미치겠고) 누가 본다고!

[대본집 2권 중 Episode 13 S#40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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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침내 형제들에게 속마음을 터 놓는 박동훈. 회사에서 가정에서도 보여주지 않는 그가 그의 감정 터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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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훈 괜찮다 괜찮다 해줘도 모자랄 판에. 그래도 살까 말까 하는 판에. 왜 더 지랄야? 내가 이럴까 봐, 이럴까 봐 ...

(말 못 한 거야) 안 그래도 힘든데 사방 천지 나보고 한숨짓고 울어댈 인간들 생각에...(말 못 한 거야) / 왜

나보다 더 날뛰어? 니가 나보다 더 괴로워? 넌 내가 다 들러 엎고 깽판을 쳐야 속이 시원하지?

기훈 어!

동훈 !

기훈 그렇게라도 형시 실컷 울었으면 좋겠어. 엉엉 콧물 눈물 질질 짜면서 울었으면 좋겠어. 안 그러는 형이 ... 너무

마음 아파. 속을 까뒤집지 못하는 형이 ... 너무 마음 아파. 꾹꾹 눌러대다가 형 병나 죽을까 봐!

동훈 !

기훈 그래. 병 걸려 뒈져라 씨이. (술잔 기울이고)

[대본집 2권 중 Episode 13 S#52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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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형제들을 어떻게 할까요? 박동훈 부장은 그래서 본인을 놓지 못하나 봅니다. 자신을 바라보고 믿어주고 더 아파해주는 형제들이 있어서요.

송새벽 배우의 입을 통해서 나온 기훈의 대사들. 그 대사들과 감정들이 다시 보입니다.


읽을수록 다른 게 보이는, 그냥 지나갔던 감정들이 새로 발견되는. 보물찾기!!하는 기분. 저만 알기 아까운 그 기분.

같이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3.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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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훈 고마워... 고마워...

지안 !

동훈 그지 같은 내 인생 다 듣고도...내 편 들어줘서.... 고마워....

지안 ...!

동훈 (마음이 무너지고)... 고마워.

지안 ...(공격적이었던 얼굴이 감동과 서글픈 얼굴로 바뀌고)

동훈 ...(단호하게) 나 이제 죽었다 깨어나도 행복해야겠다. 너, 나 불쌍해서 마음 아파하는 꼴 못 보겠고! 난, 그런

너... 불쌍해서 못 살겠다.

너처럼 어린 애가... 어떻게...나 같은 어른이 불쌍해서....(말을 잊지 못하고) 나 그거 마음 아파서 못 살겠다...

지안 ...

동훈 (다시) 내가 행복하게 사는 꼴 보여주지 못하면, 너 계속 나 때문에 마음 아파할 거고! 나 때문에 마음 아파하는

너 생각하면 ... 나도 마음 아파 못 살 거고. / (단호) 그러니까 봐. 어 봐. 내가 어떻게 행복하게 사나 봐. 꼭 봐.

/ 다 아무것도 아냐. 쪽팔린 거, 인생 망가졌다고 사람들이 수군대는 거, 다 아무것도 아냐. 행복하게 살 수 있

어. 나 안 망가져. 행복할 거야.

[대본집 2권 중 Episode 15 S#45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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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훈이 어른이어서, 이런 말을 자신이 상처 줬을까 다시 마음을 주었던 사람에게 버려질까 떨고 있는 지안이에게,

이런 말을 해줄 수 있는 어른이어서 감사한 장면이었습니다.


4. 대본집 1권 말미에는 이선균 배우의, 대본집 2권 말미에는 이지은 배우의 각 인터뷰가 실려 있습니다.


이선균 배우는 이렇게 말합니다.

"동훈은 지안에게서 자기와 비슷한 모습을 발견하게 되면서, 이 아이를 순수하게 한 인간으로서 대하게 돼죠. 심리적으로는 지안이 오히려 동훈이 표현하지 않은 마음까지도 알아주고요. 나중에는 동훈이 "너 나 살리려고 이 동네에 왔었나 보다"라고 말할 정도로 지안에게 마음의 큰 위로를 얻어요. 그래서 저도 촬영하며 언젠가부터는 동훈의 방식대로 이 친구에게 연대감을 주고 싶었어요."

  • 배우님도 대본에, 사람들에, 후계동에 스며들었나 봅니다.


이지은 배우는 이렇게 말합니다.

"지안의 달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았다. 제자리에서 고요히 빛을 내는 존재. 동훈은 그런 달을 닮은 사람이었다. 동경하는 인간상. 해처럼 온 세상을 비추진 않았지만 묵묵히 주변을 비추는, 아는 사람만 알 수 있는 따뜻함을 가진, 지안의 인생에서 처음 마주한 달 같은 사람."

  • 지안이도 이젠 평안에 이르렀으면 합니다.


5. 1권에는 김원석 감독님의 멘트가, 2권에는 박해영 작가님의 멘트가 실려 있습니다.


김원석 감독님의 말

"이 드라마로써 어떤 해답을 내고자 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단지 보는 사람 마음에 가닿는 작품이 되길 바랐습니다. 동훈과 후계동 사람들을 만난 지안처럼 우리 모두가 부디 소중한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박해영 작가님의 말 - 기획의도에 그런 글이 있었대요.

<요란하지는 않지만, 인간의 근원에 깊게 뿌리 닿아 있는 사람들. 그런 맑은 사람들에게 감동하고 싶다. 원래 인간이란 '이런 물건'이었다는 듯, 우리가 잊고 있었던 '인간의 매력을 보여주는...>

집필 후에 이 글을 다시 읽으며 '아, 제대로 목적지에 도착했구나'하고 안도했다고 합니다.


6. 대본집을 읽고 등장인물들을 마음에 품으면서 이렇게 소리내봅니다.

"화이팅!!"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은 후 주관적인 느낌이나 의견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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