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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푸어 가족의 가난 탈출기
강은진 지음 / 작아진둥지 / 2022년 6월
평점 :
절판
여기 가족의 노동사를 가감없이 풀어낸 글이 있다.
언론에서도 주목을 한 듯, 신문사의 소개 및 리뷰도 등장한다.
인터넷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딱지를 붙여주었다.
읽고 난 후 리뷰를 쓰기 어려운 종류의 책이 있다.
책의 내용이 이해하기 어려운 책과 리뷰로 풀어내기에 내 역량이 모자란 책.
이 책은 후자이다. 그러니 내가 쓴 리뷰가 의심쩍다면 그것은 오롯이 내 잘못으로 인한 것이니, 그대는 부디 책을 읽어보고 본인만의 관점으로 보아주시라. 그리고 내게 알려달라. 부탁드린다.
읽은 후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는 쪽이라면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의 근거로 사용될 것만 같다.
책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구조적인 문제인데, 최저임금만 떼어내어서 이용되길 원하지 않는다.
이 책이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하는 근거로 사용된다면 부디 책을 읽어보고 나서 큰 그림을 보아주시기를 바란다.
저자 강지은씨의 나이는 나와 동갑이다. 1981년생. 저자가 말하는 시점의 사회적인 분위기를 대강은 알고 있다.
저자가 중학교 3학년인 1996년. 저자의 아버지가 하던 사업이 부도가 났다.
이후 가족들의 비자발적인 노동이 시작되었다. 비자발적인 노동이라고 한 이유는 저자의 아버지는 사회적으로 나름 성공하였고 경제적인 부를 일정 부분 성취(가방 공장 사장)하셨으므로, 부도가 난 시점 그 이전에는 생계를 위한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이후 일시적으로 경제력을 회복하였으나, 저자의 아버지는 코로나로 인해 일감이 끊기기 전까지 퀵 서비스 배달을 했다.
저자의 어머니는 이른 나이에 미싱 공장에서 일을 시작해 아버지와 결혼할 무렵인 26살에는 일류기술자로서 직원을 관리하던 조장이었다. 결혼 후에는 사장의 사모님으로 전업주부라는 점에 자부심을 가졌다. 그러다 자식들이 장성하자 자부심을 내려놓고 청소일을 시작하셨다. 수완을 발휘하시던 중 뇌출혈로 쓰러지신 후 아직 병상에 계신다.
가족 구성원 중 누군가가 병상에 누워있다는 것만으로 그 가족의 경제활동은 중단되었다. 돌봐줄 사람의 부재로 아버지는 3년간 노동을 중단하였고, 이후 언니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가난에는 돈이 든다.
표지에 등장하는 가족의 그림을 보면 저자 위로 두 명의 언니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언니들의 삶 역시 순탄치 않았다. 계약직에서 대기업 정규직으로 가는 경로에 탑승했으나 결혼 후에는 1년 만에 그만 두게 된 언니가 있고, 역시 결혼 후 경력단절되었다가 다마스 자동차를 운전하여 택배일을 하면서 자녀들을 건사하는 언니가 있다.
그리고 이른 나이에 오토바일 배달 일을 시작하면서 노동하게 된 조카 두 명이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끊임없이 노동을 하는데 뚜렷한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 워킹푸어.
하우스푸어 말고 워킹푸어. 검색해보니 누군가 네이버 지식인에 워킹푸어의 정의에 대해 물어본 게 2009년경인 듯 싶다. 이미 정립되어 사용되고 있던 용어.
사회안전망. 분명 어릴 때 정규교육을 받으면서 들었던 단어인데, 사회안전망의 종류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누구를 대상으로 지원하고 어떻게 지원대상을 선정하는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다. 과연 제대로 작동을 하고 있는 것인가. 미성년자의 노동은 보호받고 있는가. 플랫폼 노동자들이 묶인 보이지 않는 올가미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책을 읽은 후에 비로소 시작되는 물음이 있다.
분명 제목이 <가난 탈출기>인데 왜 나는 완독한 이후에도 이리 찜찜할까. 제목이 주는 역설이 있다. 탈출 이후 그들은 언제까지나 안녕할 수 있을 것인가.
구조적인 문제. 개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문제. 화두를 던졌으니 받아주시라!! 이제 민생 좀 챙겨주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