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스퀘어
안드레 애치먼 지음, 한정아 옮김 / 비채 / 2022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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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끈한 표지를 보니 감회가 새롭다. 가제본 서평단에 당첨되어서 두 면을 이어붙여 만든 것 같은 상당한 부피의 책을 받았었다. 기한 내에 리뷰를 작성하여 제출!!한 결과 정식 출간된 이 책을 받았다.

 

가제본을 받고서도 색감이 좋다고 느꼈었는데. 역시나!!! 좋네!!

 

띠지에 적힌 그는 나보다 딱 세 걸음 앞서가는 운명이었다.”의 의미는 이 책을 읽고나서야 알 수 있다.

 

처음엔 연애소설일 줄 알았다. 물론 청춘의 한 페이지를 다룬 소설답게 연애담이 등장하지만. “에게 있어 어떤 존재인지가 이야기의 핵심.

 

누군가를 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리고 친하다의 의미는?

자신의 치부를 열어보인 사람. 명시적으로 말을 하진 않지만 자신의 속마음을 들켰다고 느꼈을 때 당신은 그 사람과의 친분을 유지해나갈 수 있는가?

 

이 책을 읽다가 누군가를 떠올린다면 아마도 그는 당신에게 소중한 사람이었을지 모른다.

 

이야기는 이렇다.

 

함께 캠퍼스를 찾은 부자.

 

불편한 듯 자리를 옮기고 싶은 눈치의 아들과 그런 아들을 알면서도 모른척 이리저리 끌고가는 아버지.

추억에 젖은 듯 어느 카페를 응시하는 아버지. 뜻밖의 말을 꺼내는데...

여기서 누군가가 아니었다면 어쩌면 다른 삶을 살고 있을지 모른다는 말.

 

여기까지 읽었을 땐 과거 연인에 대한 연애담이 이어질 줄 알았었다. 착각의 시작.

 

이어지는 회상 장면. 처음과 끝을 제외하고는 모두 과거의 한 시점에 있었던 이야기이다.

 

칼라지라는 남자. ? 어딘지 비슷한 냄새가 난다. 혹시 조르바 유사품? (소설에서 등장하는 용어로 치환하면 "대용품") -> 비채 카페에 편집자님이 남기신 글에 조르바가 떠올랐다는 댓글을 달았는데, 담당자님도 유사한 말을 했다고 해서 혼자 뿌듯했던 기억이 있다.

 

우려는 잠시. 새로운 유형의 인물이다. 택시를 몰고 프랑스어를 쓰고 실제로 이성에게 어필할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

 

어째서인지 소설 속 '(아버지)'는 그에게 빠져든다.

 

그들이 닮았음을 인정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신기하게 그는 나를 다른 사람과 다르게 대한다. 명시적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그는 나를 인정하는 듯 하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눈빛이나 표정만으로 동질감을 느낀 경험이 있을 것. 그런 순간은 자주 오지 않는다.)

 

사실 추방될까 두려워하는 그와 하버드 대학원에서 초서에 대한 논문 심사를 앞두고 자신없어 밤잠을 설치는 나는 프랑스어를 쓸 줄 안다는 것 외엔 겹치는게 없어보이는데.

 

그는 나를 알아보았다. 다른 사람에게 상처주지 않기위해 혹은 나의 현재를 감추기 위해 내가 사용하는 언어의 의미를. 특히나 여성과 함께 있고 싶을 때. 그리고 도망칠 때. 감추고 싶어 변명하는 나를 그는 꿰뚫어본다. 그럼에도 수치심을 느끼지 않게 하는 그만의 반응.

 

그와 나의 끝없는 밀당.

그리고 그와 나의 가면을 벗겨버린 계기는 경멸해마지 않던 미국 주류문화에 진입하는 수단(나에게는 어쩌면 가능했을 결혼. 그에게는 하버드 객원 강사)이 손에 잡힐 듯 다가왔을 때.

 

그와 나의 공통점은 욕망이었나? 닿을 수 없는 주류에 대한?

(유사한 감정을 위대한 개츠비에서 느낀 적이 있었던 것 같다. 그것은 동경이랄까?)

내가 차마 선택하지 못하고 있자 기꺼이 등을 떠밀어준다.

 

내가 하는 말들의 이면을 알고 있던 그에게 받은 배려. 그는 작별인사를 지인에게 남기고 떠난다. 나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뒤늦게 찾아온 상실감에 몸부림치지만 그는 이미 없다.

(에필로그에서 혹시나 그와의 재회를 다뤄주지 않을까 했는데, 없었다. 그래서 여운이 더 남았을까?)

 

순간적인 깨달음. 그는 내게 어떤 의미였을까? 나는 그가 떠난 이후 동앗줄을 다시 잡았을까? 나의 연인은 그녀가 맞을까? 칼라지는 그후 어떻게 지냈을까?

궁금증을 남기며 소설은 끝이 난다.

 

인상깊었던 구절 하나

연락하려고 했는데 안되더라고요. 칼라지는 당신이 도서관에 간 게 틀림없다고 했어요. 당신을 방해하고 싶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작별인사를 나보고 대신 전해달라고 했어요. 자이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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