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니포터2기에 선정되어 처음 받은 책은 바로 그 조남주 작가의 연작소설이다.
책에는 두 종류가 있다. 읽을 때 즐겁지만 덮은 후에는 기억에 남지 않는 책과 읽을 때 괴롭지만 덮은 후에 곱씹게 되는 책.
역시나 <서영동 이야기>는 후자에 속한다.
100페이지 남짓의 얇은 책이지만 아파트라는 공간을 둘러싼 여러 감정들이 녹아있다(가제본을 읽은 상태에서 올리는 글. 실제 출간된 도서는 244페이지 정도 되는 것 같다).
안과 밖에 속한 사람들. 구설수. 부동산 격차. 교육. 남녀. 부녀. 그리고 직업.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 간의 갈등.
하이퍼리얼리즘 소설. 언젠가부터 현실이 공포로 다가오는 순간이 있었다.
소설 속 누군가처럼 전세를 전전하고 있는 나는 매일 단지 실거래가를 조회하고 있다.
와이프가 아이 유치원 친구와 그 엄마를 집에 초대해 이야기를 하던 중에 세입자가 아니라 집주인인 것을 알고 위축이 된다든가. 누군가가 일궜을 부를 부러워하다 스스로 못났다고 자책하는 그런 일들.
낯설지 않은 설정들을 보다보면 내가 읽고 있는 이 책의 장르가 무엇인지 혼란스러워진다.
이게 소설인가 현실인가.
<서영동 이야기>
아파트.
누군가에게는 부러움의 대상. 그 안에 속해있는 자에겐 지켜야 하고 정당하게 평가받아야 할 자산.
모임 속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포장해야 하는 어떤 것.
부부 사이에도 내 집 마련에 누가 돈을 더 내었는지 여부로 마음의 부담을 안아야 하는 그것.
<경고맨>
플랫폼 노동자라는 거창한 단어를 쓰기 전부터 존재했던 경비원이라는 직업. 그리고 그에 대한 대우.
작가는 여기에 설정을 하나 더 넣었다.
그 경비원이 자신의 아버지라면. 그리고 당신이 당하는 대우를 목격한 자녀라면.
<샐리 엄마 은주>
과거는 잊어주세요. 지금은 당신이 함부로 할 수 없는 사람이니.
딸이 피해를 입어도 제대로 항의를 할 수 없게 만든 현실. 그리고 그 현실을 만든 무언가.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나 가까이 들여다보면 비극이라는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이 책을 다 읽고나면
불현듯 드는 생각이 있다. 왜 이렇게 되어버렸을까.
늘 그렇듯 이렇게 화두는 던져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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